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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공예 흥성 이끈 수미단 재평가 기대

기자명 법보
  • 사설
  • 입력 2020.04.06 13:04
  • 호수 1532
  • 댓글 0

수미단은 불교의 우주관을 함축적으로 내포한 불단이다. 또한 불상을 봉안하는 불단이며 의례에 필요한 공양물을 올리는 공양단이다. 수미좌를 비롯해 각 단에 장엄된 부조는 예술 가치를 지닌다. 그럼에도 불화, 불상 등에 비해 수미단에 대한 관심도는 매우 낮다. 의식에 필요한 실용 측면에서만 바라보기 때문일 것이다. 

수미단 장엄의 특징 중 하나가 경전 속 동식물들 외에도 다양한 동물들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학자들에 따르면 17세기 이전과 이후 극명한 변화를 보인다고 한다. 17세기 이전에는 용, 귀면, 연꽃 등이 주로 나타나는데 반해 17세기 이후에는 유교와 도교적 성향이 짙은 봉황, 기린, 10장생 등의 소재가 주류를 이룬다는 것이다. 지역에 따라서는 ‘산해경’에 나오는 상상의 동물들도 출현한다. 

열반, 정토를 염원하는 불교에서 왕족의 장수와 국가 안위에 무게를 더하는 유교·도교로의 기울어짐을 감지할 수 있다. 또한 당시 민간인과 이웃종교와의 소통에도 남다른 적극성을 보인 흐름도 읽어낼 수 있다. 학자들의 연구 방향에 따라 다양한 조명이 가능하다. 분명한 건 시대 흐름에 따른 소재 변천에 따라 목공예도 흥성했을 것이라는 점이다. 

아쉽게도 오랜 세월을 견뎌 낸 수미단은 그리 많지 않아 흥성했던 목공예의 세계를 감상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주재료가 목재여서 변형되기 쉽고 화재, 충해, 습기 등에도 취약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보존‧복원을 위한 원형자료 구축이 절실하다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개진해 온 이유이기도 하다. 

불교문화재연구소가 문화재청과 함께 올해부터 2024년까지 74개 사찰 불단들에 대한 정밀 조사를 실시한다고 한다. 불단의 보존가치와 목공예 분야에 대한 새로운 평가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불교문화재연구소와 문화재청은 2014년부터 19년까지 ‘전국 사찰 목판 일제조사’를 실행한 바 있다. 6년 동안 땀 흘린 성과는 괄목할만한 것이었다. 이 조사를 통해 강화 전등사 묘법연화경(보물 제1908호), 순천 송광사 청량답순종심요법문(보물 1913호), 서산 개심사 오대진언(보물 제1967호) 등 목판 18건이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됐다. 

불교문화재연구소의 수미단 일제조사를 계기로 이 분야에 대한 학술적 조명과 성과가 동반되기를 기대한다. 

 

[1532호 / 2020년 4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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