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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와 불교의 성찰

기자명 성원 스님
  • 세심청심
  • 입력 2020.05.11 10:49
  • 수정 2020.05.11 13:11
  • 호수 1537
  • 댓글 0

코로나 이후 발생할 비대면적 사회
사찰에 어떤 형태로 올지 고민해야
불교가 미래사회서 가치 발현하길

코로나19에 세상이 지배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하다.

죽음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고 했던가.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야 지위고하와 빈부격차가 있을지 몰라도 일개 바이러스 앞에서는 누구나 평등하게 생존을 갈망하는 나약한 생명체일 뿐이다. 선진대국이라며 한 세기가 넘도록 어깨 힘을 주고 뽐냈던 서구 문명도 이토록 초라한 모습으로 추락하였다.

일상적인 방역과 치료, 경제적 타격 등이 모든 이야기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가시적인 변화와 액션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우리들이 인식하지 못했던 무수한 일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를 엄습할 것이라고 모두들 염려하고 있다. 많은 지성인이 포스트 코로나(Post-Corona)를 주제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많은 예측에서도 종교적 문제는 미미한 주제로 다루어지지만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코로나 문제 앞에서 종교문제를 뗄 수가 없을 것이다. 코로나는 우리 사회에 암적 존재같이 자리 잡아가고 있던 사이비종교뿐만 아니라 많은 기성 종교들의 자가당착적인 모순을 우리 앞에 거침없이 표출시켰다.

그동안 대중들은 침묵하는 다수로 일부 종교집단의 이기적이고 자가당착적인 모순으로 우리 공동체를 피로하게 하는 것을 지켜봐 왔다. 하지만 코로나는 대중들이 쉽게 말하지 않는 종교와 종교인들의 부조리들을 적나라하게 우리 사회에 표출시켰다. 비록 타 종교의 일이긴 하지만 지금까지 선민 주의적인 종교활동은 대중으로부터 질타와 경계를 받기에 충분했다. 코로나 대응에서 한국이 일본에 비해 세계의 지지를 더 받는 것과 같이 불교는 타 종교에 비해 코로나 앞에서 대중의 공감을 받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가 문제다. 포스트 코로나를 누가 먼저 얼마나 정확하게 직시하고 대응하느냐에 따라 국제적 역학관계까지 출렁일 수 있는 것 같이 종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러한 특별한 위기 앞에서 불교는 잘 대응해 왔지만, 이후의 진행되는 사회적 변혁에서도 온전한 존재감을 가질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코로나 이후의 예상되는 사회적 변화 중에 비대면적 사회형성이 가장 눈여겨봐야 할 것 같다. 사실 불교는 인적 네트워크가 상대적으로 취약하지만 많은 문화 유물과 범접하기 힘든 역사와 문화가 깃들어 있는 명산대찰의 존재감에 대해 시너지효과를 무시할 수 없었다. 

짧은 문장으로 표현되는 ‘비대면 사회가 급속히 진행’은 하드웨어적 존재 가치에 충실한 불교에 있어서는 어쩌면 상당한 충격을 면하기 어려울 것만 같다. 더구나 노년층이 압도적으로 많은 신도 나이의 구성비를 보면 더욱 비대면 사회에서의 취약성을 드러내기에 충분할 것 같다.

비대면의 사이버 세계로 한 발 더 깊숙이 들어가고 있는 현실에서 불교적 순수 가치를 어떻게 유지하고 사람들과 어떻게 연결시켜야 할지 정말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실천 실답의 순례 참배객들의 발걸음이 확연히 줄어든 산중 전통사찰의 모습은 어떠할 것이며 불교의 가치를 진정 무엇으로 연결시키고 어떤 형태로 인연을 이어가야 할까?

당혹스러운 교리로 세상의 뜻있는 사람들의 비웃음을 자초하고도 조금의 반성 없이 자신들의 주의 주장을 억지하는 타 종교를 보면 안타까운 생각이 들면서도 우리 불교는 조금의 망설임 없이 우리만의 주장을 주장답게 펼쳐나갈 단단한 그 무엇도 잘 준비되지 않은 것만 같다는 마음에 생각이 깊어만 진다.

어린 보리수 단원이 부처님오신날을 이렇게 미루어도 되느냐고 물었다. 남방에서는 4월 보름에 부처님오신날 축제인 베삭데이가 치러진다고 설명해 줬다. 일찍이 ‘금강경’에서 ‘무유정법(無有定法)’이라는 가르침을 주시지 않았던가! 고정불변으로 고착화된 그 무엇도 없다는 말씀을 되새겨 본다. 

성원 스님
성원 스님

윤달은 1년 12달 중에 덤으로 부여된 보너스 달이라 하여 일상에 바빠 다하지 못한 개개인들의 수행을 보충하는 생전예수재를 올린다. 코로나로 인해 도저히 진행할 수 없었던 봉축행사는 때마침 올해 윤사월이 들어서 원만히 진행할 수 있어 정말 다행이다. 불교계가 성숙한 모습으로 잘 대응하여 사회의 지지를 받는 것같이 코로나 이후의 사회적 변혁에서도 아인슈타인이 확언했던 것처럼 불교가 진정 미래 사회에서 인정받는 유일한 종교적 가치를 발현하기를 기대해 본다.

성원 스님 약천사 신제주불교대학 보리왓 학장 sw0808@yahoo.com

 

[1537호 / 2020년 5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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