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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불교계 역할

코로나19 이후 한국의 종교는 어떻게 될까. 전문가들은 쇠퇴를 앞당길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 사태를 막는 종교의 역할에 회의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보이지 않게 국가나 지자체의 방역방침에 협조한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신천지 사건에 대해 기성종교는 연대책임을 짊어져야 할 판이다. 자신의 사회적 책무를 등한히 함으로써 신천지의 탄생을 도왔다. 또한 의료가 중심이 된 전쟁터에서는 어떤 역할도 하지 못했다. 대중들은 과학이 더 안전을 강화해 줄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 나아가 이 사태의 근본원인인 자본주의나 그것의 세계화인 신자유주의에 대해 어떤 대응력도 보여주지 못한다. 

종교는 자본의 하부구조로 편입된 지 오래되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온갖 재물을 바치며, 자신의 고통을 해결해 달라고 종교에 기대어 하소연 한다. 종교의 성장은 가진 것 없는 이들로부터 왕후장상에 이르기까지 모든 계층의 십시일반의 시주에 의한 것이다. 그렇다면 인류가 기아와 질병과 전쟁과 공포 등 극고(極苦) 속에 떨어졌을 때 종교는 어디에 있어야 하는가.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 인류는 대공황을 맞이할 것이다. 그러니 지금은 종교가 모든 것을 털어서 사회에 환원해야 할 때다. 이 사회가 정상을 되찾을 때, 비어진 종교의 곳간은 다시 채워질 것이다.   

또한 거리로 나서야 한다. 중생들이 아우성치는데 절집에 들어앉아 목탁만 칠 수는 없다. 재가・출가가 한 마음으로 지구를 구하는 일에 매진해야 한다. 오직 내 교단, 내 종단의 세력만을 추구하는 일을 멈추어야 한다. 실질적인 대승운동을 통해 대중들로부터 새롭게 승인받아야 한다. 이천년 전 첫 대승불교운동이 탄생했다면, 지금은 제2의 대승불교운동을 일으킬 때다. 전 지구적이고, 전 인류가 대상이며, 지구적 시스템을 구상하고,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의 진정한 공생・상생의 세계를 구축해야 한다. 

인류는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종교 또한 이전처럼 사회에 기생할 수 없다. 바이러스는 바닥이 드러난 종교의 본질이 무엇인지 묻고 있다. 하여 종교야말로 세계의 문제를 자기화하는 참회의 자세로써 인간의 욕망에 의해 병든 지구를 구하기 위한, 새로운 AD(After Disease) 세계의 질서를 구축해야 한다. 보편정신을 지닌 종교 또한 자본처럼 지구화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러니 지구적 차원의 종교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자본의 길을 생명의 길로 전환해야 한다. 모든 인적, 물적, 정신적 자산을 위기의 지구를 구하는데 아낌없이 던진다면, 지구는 물론 종교 자신도 살리게 될 것이다.  

향후 지구상의 전면 전쟁은 불가능하다. 극한 마음에 누군가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확산시키면, 인류는 공멸로 치달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선무악 하지만 능선능악한 인간의 불장난은 언제나 도사리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 불교계는 먼저 병든 인간을 치유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친 현대인의 영육을 보듬는 구체적인 살림살이에 뛰어들어야 한다. 불보살의 대자비심으로 크든 작든 모든 공동체 속으로 뛰어 들어가 희비애환을 나누며 거친 손을 잡아주어야 한다. 모든 사찰은 갈 곳 없는 이웃들의 쉼터로 그들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도록 전면 개방해야 한다. 

불교는 인간의 고통과 대규모의 재난에 대해 잘 대응해왔다. 중국의 수당시대에 오탁악세의 세상을 보불(普佛)・보법(普法)・보경(普敬)의 사상, 즉 모든 부처와 모든 가르침에 귀의하며, 불성을 지닌 모든 중생을 존중하는 자세로 무진장원을 통해 이웃들에게 아낌없이 의식주를 제공했던 삼계교와 같은 대승정신을 재현해야 한다. 자신을 불사르고 역사 속으로 사라진 삼계교의 대승정신은 동아시아불교의 숨결이 되었다. 불교야말로 고난의 시대에 최적화된 종교다.

원영상 원광대원불교학과교수 wonyosa@naver.com

 

[1538호 / 2020년 5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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