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이 올해는 눈이 내리지 않아 겨울산이 건조하고 삭막한 분위기마저 든다. 방문을 열고 산을 바라보면 우뚝 우뚝 서있는 산뼈들이 다가서는 것 같다. 그리고 차가운 침묵과 고요가 엄습한다.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으면 마음 속에 번뇌들이 빠져나가고 산 속에 숨어있던 때묻지 않은 고요가 찾아든다.
그리고 삼라만상의 숨소리가 들린다. 그것은 생명이 움직이고 있음을 깨닫게 하는 일이었다. 우주는 하나의 생명체이다. 비록 개체는 각기 다르지만 본질적으로 본다면 생명체는 차별이 있을 수 없다. 마음을 비우고 사유(思惟)를 맑히니 자연과 하나가 되었다. 바로 이것이 무아의 경지이다. '나'란 생각을 버리고 자연과 하나가 될 때 마음속에 갈등이 사라진다.
수행인이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고 환경에 이끌려 본래적 자아를 잃어버리면 하루에도 수십 번씩 삼악도(三惡道)의 삶을 살아야 한다. 사람들은 애착이 가는 물건을 관리하는데는 특별한 관심을 보이지만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데 있어 지나칠 정도로 소홀하다.
옛 수행인들은 마음의 근원을 깨닫기 위해 밤낮을 헤아리지 않고 용맹정진을 했고 가부좌를 틀고 앉으면 엉덩이에 살점이 빠져나가는 것도 몰랐다고 한다. 그만큼 근원을 깨닫고 증득하기 위해 집중적 헌신을 한 것이다.
그래서 선은 항상 창조적이어야 하고 모방을 싫어했다. 중국 임제선사는 부처를 찾으면 부처를 잃게 되고 조사(祖師)를 찾으면 조사를 잃게 된다고 했다. 집착을 거부한 목소리로 이만큼 크고 신선한 발언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고려의 나옹선사는 본래적 자아를 일깨우기 위해 아침마다 주인공! 하고 소리를 쳤다고 한다. 세상 일에 자기를 빼앗기지 않기 위한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순간순간 자기를 실종당하고 있음에도 그것을 모르고 살고 있다.자기를 깨닫는 사유와 정진이 없기 때문이다. 눈과 비가 기다려지는 삭막한 겨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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