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1세기 인재불사 이렇게-⑤효율적 장학제도

기자명 김종만
  • 사설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종단 장학재단 발족 시급한 과제

T사에서 운영하는 K장학회. 명문대 위주의 학생을 상대로 학비를 지급해온지 10년이 넘는다.

장학금 수혜를 받은 학생만도 300명을 웃돌만큼 규모가 크다. 그러나 K장학회는 교계 인재를 길러 내기 위한 성격과는 거리가 멀다. 졸업과 동시에 제 갈 길을 가는데, 4년간 장학금을 지급해온 스님을 찾아오는 경우도 극히 드물다. 그런데도 T사는 왜 이러한 장학사업에 적지 않은 정재와 남다른 의지를 보이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사회각계의 엘리트로 자리할 그들과의 개인적 친분을 쌓아 이용가치를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계산이 뒷받침돼서다. 즉 장학회를 운영하는 스님의 개인적지명도와 친분관계를 넓혀나가는데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K장학회를 바라보는 교계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문제의 심각성은 K장학회처럼 운영되고 있는 곳이 상당한 수에 이르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불교총람〉에 따르면 교계의 재단법인 장학회는 7곳. 법인등록을 하지 않았더라도 총람에 등재된 장학회는 24곳이다. 그러나 사찰과 단체마다 비공식적으로 장학회를 운영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교계의 장학회 수는 배가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들 장학회는 대부분 경제적으로 궁핍하거나 사찰과 인연을 갖고 있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해오고 있다. 포교와 사회복지라고 하는 차원에서 본다면 교계 장학회의 기여도는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인재양성 측면에서 살펴보면 교계 장학회가 갖고 있는 기능과 역할은 미흡하기 그지 없다. 대부분 시혜적 단편적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교계에서 일할 유능한 인재를 키우는 장학제도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종단에서 지급하는 장학금은 출가자 중심이다. 동국대 종비생이나 중앙승가대가 그렇고 문도회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장학회도 마찬가지다. 재가자에 대한 종단 장학금은 전무한 셈이다.

조계종 총무원의 예산안은 얼마나 인재양성에 무관심한가를 잘 보여주는 실례다. 각종 불사에 대한 지원금은 짬지게 배정돼 있으나 인재를 길러내기 위한 장학금이나 관련사업 예산 책정은 어느 곳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예산을 수립하는 집행부나 이를 인준 의결하는 중앙종회에서도 백년 대계가 인재불사에 있음을 깊이 인식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장학사업은 산발적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고 그것이 인재불사로 연장되지 않는다. 장학사업의 비효율성을 낳고 있는 것이다. 인재불사는 한마디로 구호에 그치고 있고 개인의지에 의존하고 있는 실태다.

이에 따라 교계가 훌륭한 인재들을 다량으로 배출해내는 구조를 갖추기 위해선 무엇보다 장학사업의 구조개편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현행 산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각종 장학회를 그 성격과 내용에 따라 통합 또는 재개편을 시도하는 한편 이를 인재불사 차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역량이 집결된 종단 차원의 장학재단을 발족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그래야만 필요한 인재들을 과학적으로 그리고 장기적 안목으로 길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김종만 기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