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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보정론-시민의식 '깨어남'에 부쳐

기자명 김징자
  • 사설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지난 4일 낮 서울 서초동 서울지검 청사 앞길에서 대학생들과 시민단체인 참여연대 회원들이 모여 이색적인 퍼포먼스를 펼쳤다.

이 퍼포먼스에서 사법개혁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소리를 외면하고 서있는 법조인들에게 "귀를 잘파서 국민의 소리를 들으라"며 한 시민이 1m길이의 각목으로 만든 귀이개를 건네주는 장면을 보고 둘러서 있던 관객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시위방법의 행위예술화라고나할까.
아무튼 피킷과 소리 높은 구호 등으로 인식되는 시민운동단체의 시위방법이 몇 년전부터 그 경직성을 풀고 여유와 발랄함과 유연성을 찾고 있는 것 같아 한결 가벼운 느낌을 받는다.

한국에서도 이제 '시민사회', '시민운동'이란 말은 낯설지 않다. 정권에서 '군사'의 때가 빠져나간 문민정부의 시작쯤인 90년대 초부터 풀뿌리 민주주의가 논의되기 시작하고 시민운동이라는 말도 강력한 이미지를 갖기 시작했다. 시민의 목소리가 존중되는 시민사회는 그 운동의 역사가 깊은 구미(歐美)사회에서야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다. 유엔에서도 지구규모의 문제, 환경이라든가 식량 인권 인종 여성 문화의식의 문제 등 거의 모든 분야에 비정부조직(NGO)인 시민단체의 목소리를 정부기구 목소리 못지 않게 들으려한다.

한국은 왜 이제야 시민사회인가. 자각이 느렸던 원인은 당연히 국가권력의 과잉에서 찾아야 한다. 절대권력은 당연히 시민운동을 적대적으로 보아왔으며 그 싹이 움트지 못하게 방해했다.

지금 한국의 시민운동은 그 발걸음도 빨라지고 보폭도 넓어지고 있다. 환경문제인권문제는 물론, 국민이 나라를 위해 일하라고 국회에 보낸 의원들이 직분을 망각하고 부정을 저지르며 놀고 있지나 않은지, 10%전후의 주식만을 보유한 재벌총수가 멋대로 회사를 운영, 소액주주들의 권리를 마구 침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등, 정치 경제의 현장에까지도 이제 시민단체의 감시가 따르기 시작하고 있다. 무엇보다 올해 들어 행정자치부가 '민간협력과'를 설치, 다양한 민간기구와 정부간의 협력업무를 전담케 한 것이 눈에 띈다. 이제 행정도 시민단체를 동반자로 보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각 언론매체 역시 다투어 시민단체를 주요 출입처로 삼아 '시민사회의 공론장' 구실을 자임하고 나서고 있다. 다음 세기를 이끌 중심세력은 시민단체가 될 것이라는 진단과 함께 …

따지고 보면 이제야 주인들이 멋모르고 목에 힘주며 날뛰던 머슴들을 견제하기 시작한 셈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의 그 국민인 주인 말이다.

하지만 시민사회, 시민의식이라는 것도 성장하는 식물과 같아 꽃이 피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게 마련이다. 그들의 활동을 곱지 않게 보는 기득권층의 눈길도 하나의 시련으로 다가올 것이다. 참여연대가 펴는 소액주주운동에 재벌그룹이 아연긴장하면서 시민단체의 '약점잡기'에 나서고 있다는 보도가 그 한 예가 된다. 아직은 그 기반이 취약한 시민단체에 무언가 약점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은 재벌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또 시민단체라해서 그들의 모든 주장이 다 옳을 수도 없을 터이고 비판의 성역도 될 수 없다. 자각 뒤에 따라야하는 올바른 판단과 올바른 실천 없이는 권력이 시민쪽으로 이동한다해서 그것이 최선의 세계를 만들 것이란 보장도 없다.

모처럼 자생한 시민의식은 일정의 깨우침이며 깨달음이다. 이제 그 시민들이 "무엇이 옳은 일인가" "그것을 왜,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눈 떠가야 한다.

21세기를 성장한 시민사회로 만들어 가려면 적어도 불의에 공분을 느낄 줄 알며 개인의 자유를 위해 스스로 값을 치를 줄 아는 것도 시민 스스로 배워야 한다. 시민단체의 재정자립을 위한 개개인의 노력도 그중 하나다.

육조혜능 스님은 삼귀의를 깨달음(佛)과 올바름(法)과 깨끗함(僧)에 귀의하는 것이라 했다. 올바른 시민의식 또한 이 같은 귀의심을 필요로 한다.


김징자/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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