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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한자병용 전통계승 위해 필요

기자명 연기영
  • 사설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국민의 정부가 드디어 한자병용의 어문정책을 결정했다. 우선 1단계는 공문서와 도로표지판등에 한자를 병용하고, 2단계는 현행 한문교육의 체계를 수정 보완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이 발표되자마자 학계와 시민들 사이에 찬반논란이 뜨겁게 일고 있다. 그동안 〈한글전용〉정책을 지지했던 한글학회, 한국바른말연구원등이 정부 방침의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반면 한국어문회와 성균관 등은 정부방침을 적극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자병용과 한문교육에 대한 찬반양론은 이미 오래전부터 뿌리가 있다. 건국 직후에 〈한글전용법〉을 제정하여 어문정책의 제도적인 틀이 만들어졌지만, 한자병용을 허용하는 단서규정이 논쟁의 불씨로 남아있는 것이다.

한 국가의 어문정책은 문화정책의 핵심이며 나라발전의 원동력이다. 사실 그동안중국을 섬기는 모화사상이나 일본의 식민지지배에서 벗어나 자주적인 우리한글을 전용하자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었다.

그러나 세상은 많이 바뀌었다. 20세기를 마감하고 21세기의 문턱에 우리가 서 있다. 흔히 문화의 세기가 다가 온다고 말한다. 세계화와 국제화를 부르짖고 있다. 지구촌이 일일 생활권이 되고 나라의 국경이 활짝 열리고 있다. 국제교류나 국제통상의 활성화가 나라발전의 중요한 원동력이다. 국가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우리는 이웃나라뿐만이 아니고 멀리 있는 나라들과의 교류협력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체험하지 않는가.

지나친 민족주의, 국수주의의 사슬에 매여 우물안에 개구리 신세가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이웃나라 일본이나 중국은 우리의 중요한 동반자요, 같은 문화권에 속한다. 한자교육을 올바르게 시키고 일상생활에 한자를 병용한다면 이들의 문화를 배우고 이해하는데 큰 힘이 될 것이다.

벌써 유럽이 통합되어 통화가 통일되고 한나라처럼 생활하고 있다. 앞으로 아시아 지역의 긴밀한 경제협력과 문화교류는 대단히 중요할 것이다. 유럽인들이 자기나라 언어 외에 이웃나라 언어를 필수적으로 배우는데 우리는 어떤가? 한자를 어느정도 알면 일본어나 중국어는 쉽게 읽힐 수 있을 것이다.

한편 관광산업의 진흥을 위해서도 한자병용정책은 꼭 필요하다. 문화관광부에서도 이 점을 강조했다. 우리 주변을 살펴보자. 무슨 자원이 있는가. 세계적으로 자랑할만한 지하자원이 있는가. 오랜 불교전통문화와 아름다운 금수강산, 사계절이 뚜렷한 자연환경이 가장 중요한 자원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전통문화유산과 자연을 잘 조화시켜 관광 상품으로 개발시켜 세계시장에 내 놓아야 한다. 스위스나일본의 관광상품을 심도있게 연구해 보면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무엇보다도 우리 전통문화의 올바른 계승 발전을 위해서 한자교육은 필수적이다. 한글전용으로 우리말 어휘의 뿌리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귀중한 문화유산인 고전이나 불교경전을 읽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국민으로서 헌법이나 법률도 제대로 읽을 수 없다. 법과대학에 입학한 신입생들도 마찬가지다. 얼마나 수치스러운 일인가.

우리 불교계에서는 새 정부의 올바른 한자병용정책에 적극 동참하여 전통문화를 살리고 불교문화진흥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불교종립대학인 동국대에서도 컴퓨터, 영어교육과 함께 한문교육의 필수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연기영/동국대 법과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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