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찰조경기행-⑥순천 선암사

기자명 홍광표
  • 기고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일본 '회유임천형' 연못과 유사
강점기 때 변형…"복원 논의 필요"

전라남도 순천의 조계산 자락에 자리잡고 있는 선암사는 통일신라시대 말에 창건된 고찰이다. 선암사가 천년고찰이라는 것은 건물이나 담장, 석단 등에 남아있는 세월 흐른 흔적을 통해서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선암사가 오래된 절이라는 측면에서 주목을 받기보다는 규범적이면서도 보편적인 전통사찰의 형식에서 벗어난 예외적이고 외래적 경관을 지닌 사찰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어 못내 아쉽기만 하다.

선암사에는 대각국사 의천이 선암사를 중창한 후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중창건도기(重創建圖記)〉가 전해지고 있어 선암사의 옛 모습을 복원하는데 결정적인 자료가 되고 있다. 그런데 이 〈중창건도기〉의 제작연도가 18세기 후반이라고 하니 이 그림을 통해서 우리는 18세기 무렵의 선암사가 어떠한 모습을 갖추고 있었는지를 대강은 짐작할 수가 있다. 이 자료를 살펴보면, 18세기 무렵의 선암사가 지금과는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있어, 지금 우리가 볼 수 있는 선암사의 경관이18세기 이후에 외래적인 양식으로 변형된 결과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 우리가 볼 수 있는 선암사의 사찰경관이 외래적이라고 보는 결정적인 이유는 연못과 절에 심어있는 나무 때문이다. 특히 일주문 서쪽 편에 있는 연못의 경우 현재는 상·하 두 개의 자연형 연못의 형식을 갖추고 있으나 〈중창건도기〉에는 상·하 두 개의 방지로 그려져 있어 그 형태가 변형된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연못의 형태가 일본의 전통사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회유임천형' 양식의 연못과 유사한 것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이 연못의 변형된 시기는 분명히 일제강점기였던 것으로 보여진다.

더구나 이 연못에 물을 대는 수로가 최근 동국대 사찰조경연구소에 의해서 조사되었는데, 이 수로가 놀랍게도 일본의 전통정원에서 빠짐없이 등장하고 있는 곡수로와 같은 형식을 갖추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러하니 이 연못이 일제강점기에 변형된 것으로 보는데 별 다른 문제가 있을 수 있겠는가! 한편, 사찰의 경내에 심겨진 나무의 종류나 심은 방법을 살펴보면 선암사의 경우 우리 나라 전통사찰의 그것과 엄연한 차이를 확인할 수 있어 이것 역시 외래적 형식임을 알 수 있다. 특히 수목의 종류나 식재된 기법 역시일본식이라고 보는데 무리가 없어 식재경관 역시 수경관과 마찬가지로 일제강점기에 일본양식으로 변형된 것이 분명하다.

그러면 선암사가 이처럼 일본 조경양식으로 변형될 수 있었던 것은 과연 무엇 때문일까? 그것은 선암사가 일제강점기에 전남의 4대 본사 가운데 하나였고, 일제강점기 당시 선암사에 등록된 일본인 신도 수가 우리 나라 사람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았으며, 더 나아가 선암사에 주석하시던 많은 스님들이 일본에서 유학을 하였다는 사실을 이유로 들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과연 누가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 선암사의 고유한 조경양식을 변형시켰는가 하는 점이다. 그러나 그것을 지금 밝힌다고 해서 달라질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그것보다는 "이대로 놔둘 것인가, 아니면 우리의 전통조경양식으로 복원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일이 이제 우리의 몫으로 남겨져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마음의 자세가 중요한 것으로 보여진다.


홍광표/동국대 조경학과 교수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