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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로 만나는 큰스님-덕암 스님

기자명 김민경
  • 기고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포교는 불교 존망(存亡) 좌우하는 열쇠



"법을 바르게 알려주는 일이 이타행 보다 중요…
법사는 중생을 안심입명 안식처로 인도돼야"

설을 앞둔 어느날 이른 아침, 꽃샘추위에 몸을 떨며 비맞은 제비가 처마 밑에 날아들 듯 법륜사 마당에 들어섰다. 정갈하고 적막했다. 서울 시내에 자리해있다는 것을 잊게 한다. 세수 86세의, 단아한 풍채를 지닌 노스님이 따뜻하게 맞아 주셨다.

안덕암(安德菴)스님. 지난 2월 9일 한국불교태고종의 제16세 종정으로 추대되셨다. 86년 제13세 종정을 지내신 후 다시금 종정직을 수락하셨다. 절을 올리자 방이 따뜻하냐고 물으셨다. 편안한 기운이 느껴졌다.

스님 건강이 어떠신지요.
- 좋아요. 당(당뇨병)이 있어 주사를 맞고 있기는 하지만 불편함은 없어요. 나이 들면 다 그렇지.

다시금 종정직을 수락 하셔서 종도들의 기대가 큽니다.
- 내가 이제 할 수 있는게 무어 있겠어요. 후학들이 포교 잘하고 공부 잘하는 것 지켜봐 주는 것이 내 할 일이다라고 생각 할 뿐 입니다.

불이성 법륜사에 주석하신지 올해로 벌써 44년째 입니다. 스님과 인연이 깊은 도
량 같습니다.
- 해방 되던 해 초겨울에 출가 본사인 금강산 유점사 서울 포교당(현 법륜사)의 포교사로 발령받았지요. 그전에는 철원 심원사 불교전문강원과 선암사, 송광사등지에서 당대 대강백 스님들을 모시고 공부했지요. 유점사에 머무르며 더 공부할 요량이었는데 불교전법에의 열의가 전국적으로 불붙어 있던 때여서 어른스님들을 보필하게 되었습니다. 법륜사에만 머물렀던 것은 아니고 '54년 10월부터 태고사(현 조계사)에서 포교사로 활동하고 '59년에는 불교언론계(월간 현대불교)에 잠시 몸 담기도 했지요. 분규 이후엔 계속 법륜사에서 지내는 셈인데, 여느 산중사찰 못지않은, 공부하기 좋은 절이라고 생각합니다.

스님은 선사로서도 이름이 높지만 종단일은 물론 언론과 교육계 등 불교계의 각종 기구와 단체에서 중임을 맡아 많은 일을 해내셨습니다. 수행자로서는 자신을 희생하는 일이었을 텐데요.
- 안으로는 해탈을 증득하여 부처님의 혜명을 계승하고 밖으로는 법을 전하여 중생을 구제하는 일은 불교인으로서 반드시 실천수행하지 않으면 안되는 의무입니다. 이 두 가지 일은 본시 하나로서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는 것인데 사람에 따라서는 견해를 달리하더군요. '도불자홍(道不自弘) 유인홍도(由人弘道)'라고 하듯이 교(敎:종교)는 교 스스로 흥왕하였다, 쇠퇴하였다 하는 것이 아닙니다. 반드시 교를 믿고 행하는 사람이 흥왕되게 하면 흥하여지고 그렇지 못하면 쇠퇴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 불교를 흥왕되게 한 역대 조사들에게 감사하고후학들도 조사들의 유업을 받들어 불법을 전하는데 모든 힘을 다하여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평생을 포교에 헌신하시면서 포교의 원칙이랄까 지표로 삼으셨던 것을 일러주십시오.
- 중생 구제를 최우선 순위로 삼고 있는 대승보살불교에서는 이타행을 강조하지만 그에 앞서는 가장 중요한 일이 법을 바로 알려주는 일입니다. 법사가 교리를 설명하는 것을 법문(法門)이라고 하는 까닭은 문(門)을 통하지 않고서는 집에 들어갈 수 없듯이 법사의 가르침 없이는 극락을 간다든가 또는 성불의 길을 제대로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불법을 전하는 포교는 그저 불교활동의 일부분이 아닌 불교존망(佛敎存亡)을 좌우하는 전체의 열쇠라고 생각해왔습니다.

요즘 세상 사람들의 마음이 편치 못합니다. 절체절명의 위기 의식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에게 불교는 무엇을 얘기해 줄 수 있을까요.
- 우주는 여관(旅館)이고 인생은 행객(行客)입니다. 이 삼계의 여관은 넓고도 거칠어서 풍파도 거세거니와 사고팔고(四苦八苦)의 슬픔도 많습니다. 그러나 '내 몸'을 끌고 다니는 '나의 주인'만 꽉 붙잡아서 알고 있으면 한 여관에서 자다가 다음날 다른 여관으로 거처만 옮기듯이 생사일여(生死一如)한, 일체의 걱정과 공포가 다 없어지는 경지를 얻게 될 것입니다. '나의 주인'을 찾아 안심입명(安心立命)의 안식처를 결정해 놓아야 합니다. 그러면 죽음이라는 어두운 밤길을 만나도 두렵지 않지요.

요즘, 취침에 드신 동안에도 손에 염주를 놓지 않으실 정도로 주력에 열중하신다고 들었습니다.
- 전에 잠시 몸이 안좋을 때엔 아미타불을, 지금은 관세음보살 주력을 하고 있습니다. 나이가 많이 드니 다시 인신(人身)을 받아서 금생(今生)에 못다한 공부를 마쳐야한다는 기원이 커집디다. 내가 가만히 내 자신이 지난 세월동안 하여 온 일을 생각해보면 나라의 법을 어긴 일도 없고 부처님이 말씀하신 계법도 크게 어기는 범행(犯行)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죽은 뒤에 악도에 떨어질까하는 염려는 없습니다.

스님을 40여년간이나 곁에서 모신 한 스님이 전에 기자에게 말하길 "어른스님이 화내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하셨는데, 진심(盡心)을 내지 말아야겠다는 서원이라도 세우셨었는지요?
- 화를 내는 것은 죄악을 짓는 것과 같습니다. 그저 참고 사는 것이 화목의 근본이 되며 착한 인연을 짓는 기초가 됩니다. 어느 때에는 뜻에 거슬리는 일을 만나기도 했지만 그래도 참아 넘겼습니다. 그래서 한 번은 이렇게 해보았습니다. 벽에 주머니 두 개를 걸어두고 양심에 가책이 되는 허물을 지었을 때엔 한 주머니에 콩알을 담고 착한 일을 하였을 때에는 팥알을 다른 주머니에 넣어서 한달 후에 선과 악을 행한 일의 회수를 헤아려 보았습니다. 콩알의 개수와 팥알의 개수가 같아지기만 해도 부처님에게 참회하고 콩알의 수가 적어지도록 하는 것을 마음공부 삼았습니다. 또 항상 내가 나를 불러놓고 "부르는 것은 누구이고 대답하는 것은 누구이냐?"며 내가 나에게 대답하도록 해보았습니다. 이렇게 해보니 그 '누구'를 차츰 알게 되고 희로애락의 경계에서 마음이 설레이지 않게 되어가더군요.

스님은 수행을 더 잘하겠다고 출가하신 분이시지만 저희 같은 재가불자들은 어떻게 마음을 다스리고 '나의 주인'을 찾아야 할까요?
- 오계(五戒)만 잘 지켜도 사람 몸을 다시 받을 수 있습니다. 살도음망(殺盜淫妄)을 경계하고 선(善)을 추구하며 살아야 합니다. 불자들은 '부처님 법을 만나게 되어 정말 천만다행이다'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오계의 내용을 잘 살펴보면 부처님이 우리 불제자들을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잘 알수 있습니다.

금강산 유점사로 출가하시고 35세의 나이에 유점사에서 대교사법계를 품수받으셨습니다.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곳일텐데 늘 다시 가보고 싶으셨지요?
- 그렇습니다. 꿈에도 잊을 수 없는 도량입니다. 그래서 봄이 오면 금강산에서 수행했던 몇몇 도반들과 금강산을 방문할 계획입니다. 종정 취임식에 온 법홍 스님(원효종 종정)과 '우리 금강산에 한 번 다녀와야 하지 않은가'하고 봄에 금강산가는 배를 타기로 약속했지요. 모처럼 금강산에서 공부하던 이야기를 한참 나누었는데 그렇게 그리울 수가 없어요. 금강산에 간다해도 신금강에 있는 유점사는 방문할 수 없다니 많이 안타깝지만 그래도 꼭 그 산하를 다시 보고 싶습니다.

금강산 이야기에 이르자 노스님의 홍안에 그리움이 잔뜩 밀려들었다. 그렇게 마음을 다스렸건만 초발심을 닦고 수행의 틀을 잡던 땅을, 살아 생전 다시는 가볼 수 없으리라 여겼던 곳을 이제는 갈 수 있다는데 생각이 미치자 스님은 이미 금강산으로 가 계셨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스님과 마주앉아 있는 그 자리조차 잊은 채 이야기를 듣다보니 마음이 한없이 편해졌다. 스님의 편안한 기운이 전해진 탓이리라. 대담을 마치고 내려선 법륜사 마당에는 어느새 서설(瑞雪)이 소복히 내려 앉아있었다.


김민경 기자
mkklm@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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