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랑과 행복이 가득한 세상

기자명 금해 스님

같은 마음에도 입장은 서로 달라
나만의 이익·조건·견해 내려놓고 
서로 마주보고 이해하려 노력해야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또다시 산문을 닫았습니다. 참가자들에게 비상 연락을 하고, 법당 가득가득한 행사 물품과 음식 등을 정리하느라 혼이 빠질 지경이었지요. 마침내 백중기도까지 혼자 올리게 되었습니다. 허탈한 마음, 분노가 일어나는 것과 동시에 잊고 있었던 한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로프라라는 티베트 스님은 중국 경찰에 체포되어 18년 동안 감옥에 갇혀있으면서 심한 고초를 겪었습니다. 후에 석방되어 달라이라마 존자를 만났습니다. 

달라이라마 존자는 고생이 많았다며 위로하자, 스님은 떨리는 목소리로 “그들을 미워하고, 자비심을 잃게 될까봐, 너무도 두려웠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감옥에서의 육체적·정신적 폭행과 고문, 학대가 무서웠던 것이 아니라, 중국인들을 향해 증오가 생길까봐 두려웠다는 이야기는 마음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지 알려주는 장군죽비였습니다. 

이 장군죽비가 요즘, 갖가지 마음을 일으키는 저를 사정없이 내리칩니다.

아버지와 어린 아들이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뒤따라오는 꼬마를 돌아보며 아버지는 “아빠가 너무 빨리 걷니?”라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꼬마는 짧은 다리를 열심히 움직이면서 “빨리 걷고 있는 건 전 데요, 아빠!”라고 퉁명스럽게 답했습니다. 아버지의 안타까운 마음이 아들에게는 전달되지 못한 것이지요. 같은 마음인데도, 서로 입장이 다릅니다.

어느 여자아이는 엄마를 매우 무서워했습니다. 이유를 물으니, 엄마가 자기에게 너무 화를 잘 낸다고 합니다. 상담자가 아이에게 말했습니다.

“엄마가 옆집 아이에게는 화를 안내지?” “네.” “그것 보렴. 엄마가 화 내는 건, 너를 너무 사랑해서 그러는 거야.”

아이는 이제야 알았다는 듯 소리쳤습니다.  “아! 사랑하면 짜증과 화가 나고, 사랑하지 않아야 조용해지고 행복해지는 거로군요!”

어머니의 사랑이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옵니다.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은 같은데 왜 이렇게 정반대의 결론에 도달할까요?

우리들은 항상 서로를 마주보고, 그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고,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합니다. 왜냐하면 그와 나는 같고, 같은 것을 원하고 있음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생명이 똑같이 원하는 것은 바로 사랑과 행복입니다.

다함께 행복해지려면, 나의 이익이나 조건, 견해를 내려놓아야 합니다. 그 후 서로 마주하면 쉽게 풀어집니다. 마음이 넓으면 온 우주를 담아도 남고, 마음이 좁으면 바늘 하나 꽂을 데도 없다 했습니다. 사랑했던 예전의 삶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은 바이러스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주를 품을 수 있는 여유로운 마음이면 됩니다. 아버지는 아들의 걸음을 맞추고, 어머니는 딸의 행복을 맞출 수 있습니다. 

싸우는 것보다 사랑하는 것이 서로를 더 행복하게 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나보다 이웃을 배려하고, 원수를 사랑하는 것, 청정하게 베풀고 모든 생명을 부처님으로 만나는 마음이 첫 번째입니다. 그러면 이 다툼과 혼란을 이겨내고, 더 멋진 시절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금해 스님

18년간 감옥에 있으면서도 자비심을 잃지 않았던 티베트의 스님처럼, 오늘날의 모든 장애가 보리도(菩提道)를 성취하는 수행의 길로 이어지길 발원합니다.

금해 스님 서울 관음선원 주지 okbuddha@daum.net

 

[1552호 / 2020년 9월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