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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계, 화합의 장으로 승화시켜야

기자명 법보신문
  • 사설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지난해 조계종 분규사태 과정에서 해종행위를 한 승려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 및 징계가 본격화하고 있다. 이번의 조사와 징계대상은 주로 정화개혁회의에 가담했던 승려들이다. 지난 2월 23일에는 첫번째 초심호계원의 판결이 있었다. 조계종초심호계원은 이날 정화개혁회의의 핵심적 지도부를 구성했던 8명의 승려에 대해멸빈(체탈도첩)이라는 극형을 결정했다. 3월 3일에는 제18차 초심호계원이 개정돼12명의 승려에 대한 판결이 있고, 6일 후인 3월 9일에는 제19차 초심호계원이 개정돼 27명의 승려에 대한 심판이 있게 된다. 말 그대로 조계종의 3월과 4월은 징계의 한파가 몰아치는 계절인 셈이다.

물론 지난해 11월과 12월에 걸쳐 일어났던 최악의 분규사태를 생각한다면 2월23일 초심호계원의 멸빈 결정은 당연한 귀결이라는 점도 일정부분 수긍이 가는 것이 사실이기는 하다. 그러나 이번의 멸빈결정을 놓고 많은 종도들은 우려를 금하지 못하고 있다. 조계종 해종조사특별위원회 위원스님들과 초심호계원의 위원스님들이 공정하게 판결을 내렸을 것이라는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겠으나 꼭 멸빈이라는 극형을 결정해야 했는가에는 쉽게 동의하지 못하는 것이 적지않은 종도들의 반응이다.

징계수위와 관련해 초심호계원장과 호계원장은 23일 판결이 있은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해종특위의 판단을 최대한 존중하는 것이 호계원의 입장임을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호계원장 월서 스님은 이날 이번의 징계가 여느 사건과는 달리 종단의 위상과 이미지에 엄청난 상처를 남긴 사건에 대한 처리이고, 승려대회와 중앙종회, 원로회의에서 각각 중징계 결의가 있었던 사건인 만큼 핵심적인 해종행위자에 대한 극형은 불가피하다는 고충을 토로했다. 또 아직까지도 일부 정화개혁회의 잔존세력들이 준동을 계속하고 있는 상태에서 강력한 징계는 불가피하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이에 앞서 조계종 해종특위도 지난 2월 20일 기자간담회에서 특위의 조사원칙을 공개한 바 있다. 종단의 대화합을 위해 98년 종단사태를 철저히 규명하고, 지난94년 사부대중의 열망과 국민대중의 기대를 받으며 어렵게 이룩해온 개혁종단의성과를 크게 훼손한 정화개혁회의측의 책임 있는 당사자의 경우 그 지위고하와 가담정도를 막론하고 엄중히 그 책임을 묻는다는 것이다. 또 현재까지도 종권에 탐착하여 분규를 조장 내지는 획책하고 종단의 합법성과 정통성에 도전하고자 하는자에 대해서는 예외없이 응당한 처분을 받게 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해종특위는 정화개혁회의측에 적극 참여한 승려라 할지라도 지난날의 과오를 진심으로 참회하고 자숙 정진하는 자세가 확고한 승려에 대하여는 종단화합과 더이상의 분규소지를 일소하는 차원에서 개전의 기회를 부여하고 종단 대화합의 대열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할 것이며, 사안에 따라서는 불문에 부칠 것을 아울러 밝힌 바 있다.

해종특위도 언급했듯이 이번 징계의 진정한 목적은 해종행위자에 대한 적절한 처벌과 화합대열 동참의 기회를 부여하는 두 가지일 것이다. 처벌과 기회부여라는 상반된 개념을 적절하게 조화시키면서 종단사태를 마무리하는 일은 두 마리 토끼를 좇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징계를 내리는 쪽이든 징계를 받는 쪽이든 모두 부처님의 제자요, 인천의 스승이 되고자 불문에 들어온 소중한 반연들임을 생각한다면 승려로서의 생명을 끊는 극형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순리라고 보는 것이다. 징계를 내리는 쪽은 자비문중에서만 볼 수 있는큰 아량으로, 징계를 당하는 쪽은 경위가 어떻든 종단의 위상을 실추시킨 지난날의 과오를 참회하는 자세로 임할 때 종단사태로 입은 상처를 치유할 수 있을 것임은 두말의 여지가 없다.

많은 종도들은 지난 23일의 멸빈판결이 극형을 고집하는 것보다는 해종행위자에 대한 종단의 단호한 입장을 내외에 천명하는 선언적 의미를 갖는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정화개혁회의측은 지금이라도 스스로 간판을 내리고 종단화합에 동참함으로써 이번의 징계절차를 종단화합의 장으로 승화시키는 화합승가의 모습을 보여줄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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