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와 책임전가 대신 참회와 용서로 조속한 승가화합을…
하지만 지금 조계종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실제로 분쟁이 완전히 해결되었다는 것을 확인하기는 어렵다. 아직도 조계종 안에는 분쟁 당사자가 생각과 주장을 달리하는 두 개의 세력을 이루어 아무런 기약 없이 대립하고 있으며 어느 누구도 사태의 진정한 수습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립의 당사자가 모두 스님들인 이상 이들이 언젠가는 타협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기대도 크다. 스님들이 타종교와의 싸움도 아니고 승속 간의 이해 대립도 아닌 자신들의 문제로 언제까지 대립하고만 있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스님들은 서로 반목과 질시와 이해득실에 따라 피가 터지게 싸우다가도 어느 순간 스님의 권위를 지키는 일이거나 도반으로서의 이해를 통해 결속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경우 활짝 마음을 열고 힘을 합치는 것이 저간의 사정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번 조계종 사태의 결과로 스님들이 입은 손해는 별로 없을지 모른다. 물론 전반적으로 스님에 대한 사회적 평가와 인상이 나빠진 외에 개인적으로 누가 더 많은 이득을 얻고 누가 더 손해를 보았다는 식의 계산은 할수 있을지는 몰라도 승단 전체의 지분은 과거와 별로 달라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이 나라 불교 전체 혹은 이 나라 불자 전체가 입은 타격은 전례없이 심각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어떤 불자는 평소라면 한달에 서너 번은 찾았던 조계사를 이제는 더 이상 찾지 않게 되고 아울러 부처님 참배 기회나 불전 보시마저 크게 줄었다고 말한다. 자신의 보시가 엉뚱하게 스님들의 나태를 부추겨 수행대신 치부와 종권다툼의 빌미를 줄뿐이라고 느끼고 나서는 불자들의 마음이 차갑게 식은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니 종단의 살림살이는 물론 불교의 사회복지사업이나 문화사업, 심지어 개 사찰의 살림살이가 말할 수 없이 궁색해지고 있다는 것도 넉넉히 짐작된다. 그렇지만 그런 물질적 곤란은 사실 별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지난 2천년 동안 우리들의 선조가 이 땅에 건설한 지혜와 자비의 불교적 민족문화유산이 이번 사태로 대단찮은 것으로 혹시나 과소평가되는 일이 있을까 하는 것이며 그 때문에 여러 종교가 각축하는 오늘의 다종교 사회에서불교가 다른 종교의 발전 속에 완전히 매몰되는 신세가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더 심각한 것이기 때문이다. 곰곰이 따져보면 이번 사태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것은 우리 불자들이라는 생각도 든다. 자신의 처지를 돌보지 않고 오로지 삼보를 호지하기에 여념이 없던 순진무구한 이 나라 불자들이 이번엔 믿고 의지하던 스님들의 배신 때문에 너무 상심 끝에 부처님의 진리와 부처님의 위신력까지 모두 잊고 말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런 사정인데도 우리 종단을 주도하는 스님들이 이번 사태에 책임을 통감하고 참회와 양보를 통해 빠른 분규수습에 나서지 않고 서로를 질책하기에 바쁘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세월만 보낸다면 한번 돌아선 이 나라 불자들의 마음을 되돌리기는 어렵고 상처난 이나라 불교의 재건도 어렵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성심을 다해 종단의 분열을 치유함으로써 불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노력이 시급하고 절실하다.
공종원/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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