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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사찰 방화와 눈치 보기

기자명 윤원철
  • 사설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매년 부처님 오신 날이 다가오면 여기저기서 사찰 방화 사건이 일어나는것이 연례 행사처럼 되어 버렸다. 그런데 근래에는 시기에 구애되지 않고그 빈도가 매우 높아졌다. 정성을 다 하는 경찰관들께는 참으로 섭섭하게도"못잡는 것이냐 안 잡는 것이냐"는 질책을 받을 만큼 미적거리던 경찰도,급기야 전담수사반을 구성했다. 그 일련의 사찰 화재들이 아무래도 고의적인 방화인 듯하며 그 가운데 여럿이 동일범의 소행 같다는 추정도 공표하였다. 누구나 다 그렇게 생각했지만, 조심스럽기 그지 없는 경찰로서는 감히입밖에내지 않던 꽤 과감한 이야기이며 그런 의미에서 대단한 진전이다.

그런 와중에 이번에는 불교 텔레비전 방송국에서 방화 기도가 있었다. 그러자 그 빈번한 사찰 화재 사건에도 심드렁하기만 하던 텔레비전 방송에서일제히 신속하게 보도해 주었다. 동업자의 의리가 발동하지 않았나 싶다. "신속한 보도"라는 구호에 걸맞지 않게, 그동안 밀쳐 두었던 시일이 지난 사건들까지 이번 기회에 한꺼번에 보도해 주었다. 동업자의 의리 덕이었든 어쨌든 간에, 이것이 심상한 일이 아님을 널리 알리는 효과가 있었다.

방화는 반사회적 중범죄의 목록에서도 상위 몇 가지에 낀다. 재산뿐만 아니라 인명의 손실을 일으키는 중대한 반사회적 폭력이기 때문이다. 더욱이그것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면 연쇄 살인, 강도, 강간, 납치 등의 사건에 못지 않게 강렬한 사회적 불안을 일으킨다. 그런데 누구나 고의적인 방화로의심하는 이 일련의 화재 사건을 두고, 경찰과 보도 매체가 소극적이고 신중하며 조용한 태도를 취해 왔다. 만약에 일반 주택에 대해서 그렇게 비슷한 양상의 방화 사건이 연달아 일어나더라도 과연 그토록 소극적인 태도를보일까 생각해 보라. 그러면 그네들이 이 사안에 대해 얼마나 이상할 정도로 조용하고 침착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왜 그런가? 그것은 아마그들도 그 일련의 화재가 종교 문제에서 비롯되었으리라고 짐작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종교 문제라고 해서 왜 그런 충격적인 사건에 대해 조심스러운태도를 취할까? 그것은 또 아마도 십중팔구는 이 일이 불교와 기독교 사이의 갈등과 관련이 있으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조그만 신종교가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키면 온통 난리가 난 듯이 들끓으면서도 불교와 기독교사이의 문제라면 왜 조심해야 하는가? 그 종교들의 사회적인 세력이 크기때문이다. 자칫 잘못 이야기했다가는 치도곤을 맞기 십상인 것이다.

여기에서 생각키우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이른바 큰 종교들이 붙들고 있는 이익집단으로서의 강력한 힘이다. 또한 그 종교집단들의 이중적인 태도도 생각하게 된다. 신자가 훌륭한 업적을 내거나 사회, 정치, 경제적으로높은 지위를 성취하면 그 종교집단은 자기 집단 전체의 영예이며 자랑이자우수성의 증거로 여긴다. 반면에 자기 종교 사람이 못된 짓을 저지르면 그것은 개인의 문제로 넘겨 버린다. 종교적 신념을 내세워 반사회적인 짓을 저질러도 큰 종교들의 경우에는 이른바 "광신"의 행태라고 해서 개인의 책임으로 넘겨 버린다. 반성의 목소리도 가끔 나오지만 미미할 뿐이다. 원인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더라도 아무튼 자기 회사 비행기 사고로 많은 인명이희생되었다는 점만으로도 죄인처럼 취급되고 머리를 조아리는 비행기 회사임직원들을 보면서, 종교만은 어떻게 그런 편리한 특권을 누리는지 그야말로 신기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윤원철/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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