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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 안압지 연꽃과 '자라가슴'

기자명 이학종
  • 사설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두껑 보고 놀란다'라는 말마따나 오늘의 시대를 사는 불교도들은 꼭 자라를 보고 놀란 사람과 같은 처지에 놓여있다.

얼마전, 경주 안압지의 연이 모조리 뽑혀 사라졌다는 제보가 있었다. 내용인즉, 안압지의 연꽃이 사라진 것에 대해 경주지역의 한 불교지도자가 관계당국에 강력 항의했고 이에 당황한 관계자들이 서둘러 연을 못에 심었다는 것이다.

본사 취재진은 이 제보가 갖는 심각성을 인식 즉시 취재에 나섰다. 6일안압지를 둘러보고 못 군데군데에서 연잎과 줄기가 솟아오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안압지와 시 문화재관리 담당자에게 그 경위를 물은 결과 그들의 답변은 안압지의 연을 뽑아낸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다만 지난해의 극심한 가뭄으로 못의 수량이 줄었고 이에따라 연잎이 썩을 경우 물의 오염을 감속시킬 우려가 있어 지난 겨울 연잎을 걷어 냈다는 것이다. 누군가 연잎수거작업을 연을 뽑아내는 것으로 잘못보았을 것이라는 해명과 함께.

경복궁내 향원정의 연과 독립기념관의 연이 사라진 터에 이제는 천년고도 불교성지 경주에서 조차 연이 사라져간다는 불자들의 엄청난 충격은 관계자들의 비교적 설득력 있어보이는 해명으로 일단 고비를 넘겼지만, 우리나라가 무엇인가 크게 잘못되고 있다는 확신을 끝내 지울 수 없었다.

그것은 이땅에 살고있는 불자들의 가슴이 어느새 솥뚜껑만 보고도 놀래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김영삼 정권이 들어선 이래 연이어 터진 17사단 훼불, 경찰의 조계사 유린, 내각의 기독교 일색화, 검정고시 연기 파문, 간단없이 도처에서 발생하는 이교도들의 훼불행위 등으로 불자들은 일종의 상습적 피해의식에 휩싸이게 된 것이다.

특정종교가 국교로 지정되어 있지않은 우리나라에서 기독교관련 정당이 집권한 나라에서 조차 채택하지 않는 일요일(주일)국가행사 금지를 정부가 수용하는 형편에서는 `자라가슴'이 되어가는 `피해자'가 결코 불자에만 국한되지는 않을게 뻔하다.

과거정권에서는 없던 일들이 되풀이되어 발생하는 작금의 상황에서 불자들 사이에는 고민만큼 반성의 소리도 늘어가고 있다. 이 모든 과보가 결국스스로 지은 인과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는 자괴어린 괴로움 때문이다.


이학종 차장
urubell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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