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종, 부처님의 지혜를 선택한 사람들

기자명 금해 스님

비대면 기도와 법회에서 만난
타종교인의 개종 과정 보면서
수행이 주는 순수한 감동 실감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동안거 기도를 유튜브 실시간 방송으로 매일 하고 있습니다. 신도님들도 방송으로 기도하는 것에 익숙해진 듯 합니다. 방송으로 하는 간접 기도라, 현장의 긴장감이나 기도 열기를 느끼기 힘들 것 같아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신심을 조금이라도 증장시킬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도 전후에 잠깐씩 법문이나 찬불가를 곁들이기도 합니다.

방송이라 상대가 누구인지 알지 못하니, 모든 것을 초심자의 눈높이에 맞추게 됩니다. 법문 주제도 따로 정하지 않고, 그날의 상황에 따라 기도하는 법, 수행, 사찰예절, 가피 이야기, 부처님 일생에 대한 것으로 다양합니다. 기도가 매일 매일 새롭길 바라는 마음으로, 여러 방편을 생각합니다. 

채팅창에도 신도님들 간에 인사말이 오가며, 서로 안부를 챙기니 나름 좋은 점이 있습니다. 그중에 김연희라는 분이 있는데, 60대의 타종교인입니다. 한 달 전부터 인사글이 채팅창에 매일매일 올라왔습니다. 글이 점점 길어지더니, 기도에 대한 가피와 감사 인사까지 나눕니다. 적극적인 모습이 놀랍고 신기했습니다.

지난주에는 처음으로 통화를 했습니다. 전날 108배를 했답니다. 저는 108배를 무조건 3일 동안 하라고 했습니다. 다행히도 나의 말을 따랐습니다. 오히려 108배를 7일을 했습니다. 그동안 그녀는 스스로 큰 가피를 체험했습니다. 

가족들과 다툼이 잦고 삶이 힘들었는데, 기도하면서 세상이 달라졌다고 합니다. 고통, 삶의 고민, 원망 등등 무수한 것이 자신에게서 시작된 것을 느꼈고, 평생 얽매였던 모든 것이 사라진 것 같다며 감동했습니다. “불교라는 것이 이런 건가 봅니다”하며 기뻐했습니다.

직접 만나기로 한 날, 그녀는 기도하는 동안 쓴 노트를 가져왔습니다. 제가 한 짧은 법문의 내용들과 질문들이 적혀 있었습니다. 이야기하는 중에도 나의 말을 노트에 옮겨 적었습니다. 오랜 대화 끝에, 종교를 바꾸겠다는 말을 하는 그녀의 목소리는 떨렸고, 얼굴은 눈물로 붉었습니다. 아마도 그녀를 바라보는 나의 얼굴도 무척 붉었을 것입니다.

타종교 단체에서 개종한다는 말은 지옥불을 품겠다는 것과 같습니다. 극한의 저주에 대한 두려움도 이겨내기 힘듭니다. 그렇기에 불교의 가르침을 받아들이고, 개종하는 과정을 직접 보는 것은 깊은 감동을 주었습니다.

불교 역사 가운데 매우 중요한 사건 중의 하나가 사리불과 목련존자의 개종일 것입니다. 

사리불존자는 초전법륜의 다섯 비구 중 한 사람이었던 앗사지와의 만남으로, 자신이 몸담았던 회의론자 산자야의 문하를 떠나 부처님께 귀의했습니다. 앗사지가 들려준 연기법에 대한 게송을 듣고, 그 자리에서 주저 없이 결정한 것입니다. 벗이었던 목련존자와 그들을 따르던 200여 명의 제자들 역시 불교에 귀의했습니다. 출발점에 있던 교단은 1250인의 비구대중을 형성하는 힘을 얻었고, 교단을 이끌어 갈 가장 위대한 두 명의 제자를 맞게 되었습니다.

개종함으로써 받을 온갖 비난과 협박, 저주를 두려워하지 않고, 붓다의 가르침을 받아들여 수행자의 길을 선택한 이 이야기는 기적입니다.

이는 현재도 마찬가지입니다. 불교는 수행을 통한 순수한 감동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매료시킵니다. 어둠 속에 있다 순식간에 밝아지는 지혜의 명쾌함을 만나면, 저절로 붓다의 길에 들어설 수밖에 없습니다. 

금해 스님

사리불과 목련존자처럼, 한 구절의 가르침으로 일생의 모든 것을 던져버리는 이들의 뜨거운 용기는 오래 묵어 습관화된 우리들에게 수행의 중요성과 초심의 열정을 일깨워줍니다. 우리 모두에게 있었던, 붓다의 길에 들어가는 뜨거웠던 첫걸음의 그날을! 

금해 스님 서울 관음선원 주지 okbuddha@daum.net

 

[1572호 / 2021년 2월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