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과 정초를 맞아 사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부적도 그 가운데 하나다.
요즘 사찰들이 왜 이렇게 부적에 관심을 갖는지 알 수 없다. 심지어 사찰 내에 있는 불교용품 매점에서까지 부적을 진열해 팔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는 불교 신행을 하는 것이 아니라 부적을 신앙하고 행위다.
절에 찾아오는 사람을 혹세무민하는 행위를 보고 지적하는 사람도 없을 뿐만 아니라 사찰을 보호 감독하는 총무원은 관심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더구나 군소 종단 소속 사찰은 더하다. 한때는 조계종 총무원에서 조계사 앞 일반 불교용품 상회에까지 부적을 팔지 않도록 하는 서한도 보낸 적이 있었지만 이젠 옛날 얘기가 돼버렸다.
사찰은 부처님 법을 홍보하기 위해 존재한다. 따라서 불교 아닌 것을 행하거나 권해선 안된다. 부처님의 가르침엔 부적행위가 없음을 알아야 한다. 부적을 소지하고 싶은 자는 노력하지 않고 어려움을 피하려는 사람들이다. 이는 불자로서의 바른 길이 아니다.
부적은 결과적으로 백해무익하다. 다만 무명 속에서 일시적으로 안정을 얻을 수 있을 뿐이다. 우리 불자들은 부적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법에 의지해야 하며, 바른 신행생활에서 안정을 찾아야 한다. 그러한 신행 방법으로는 첫째, 염주를 지니고 다니는 것은 안정된 마음을 갖게 한다. 둘째, 늘 염불을 해 불안한 마음을 없앤다. 셋째, 집이나 사무실에 부처님 명호(불, 나무아미타불 등), 불화 등을 모신다.
이와 같이 부적보다 훨씬 좋고 바람직한 것이 있음을 불자들은 알리고 실천해야 한다.
부적이 사회나 사찰에 만연하게 되면 불합리한 사회, 무명 속에 헤매는 어두운 사회, 노력하지 않는 사회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불교신도가 부적을 좋아하면 참다운 부처님 가르침을 외면하게 되고, 사회인들이 부적을 좋아하면 무당이 득세하는 세상이 온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한 사찰에서 부적을 판매하면 불법보다 돈을 앞세우는 사찰이 많아지고 돈을 좋아하는 승려가 자연 늘어날 것이다.
경전이 한글화되면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이젠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이치에 맞는 사회, 인과응보의 약속된 사회, 열심히 사는 사람들의 사회를 만들기 위해 불자들이 앞장서야 한다. 이를 위해서라도 사찰에서 부적을 팔거나 주지 말아야 하며, 불자들은 부적을 사거나 달라고 하지 말아야 한다. 사찰을 관리하는 총무원에서는 이런 비불교적인 행위를 하는 사찰이나 승려를 규제, 감독하는 일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김재일/동산반야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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