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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구니승가 존립이 위태롭다

  • 기자칼럼
  • 입력 2021.03.02 14:38
  • 수정 2021.03.02 14:39
  • 호수 1575
  • 댓글 2

2월 초 정중한 이메일 한 통이 도착했다. 신년특집으로 기획했던 ‘출가, 젊은 날의 선택’에 소개됐던 비구니스님에게 조언을 듣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짧지만, 출가를 고민하는 이의 망설임과 힘겨움이 진득하게 묻어나고 있었다. ‘막막한 여정에 용기와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는 마지막 문장에 가슴 먹먹했다. 

이후의 소식은 듣지 못했다. 이메일을 보냈던 이가 출가를 선택했는지, 아니면 여전히 깊은 고민에 빠져 있는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막막한 여정’이라는 한 문장의 행간에 담긴 답답함은 오래도록 사그라들지 않았다. 왜 출가가 막막한 여정이어야 할까. 

3월2일부터 한국문화연수원에서 조계종 상반기 행자수계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올해 수계교육에 참여한 남녀출가자는 약 60명이다. 이 가운데 여행자는 17명에 불 과하다. 지난 한 해 상하반기 합산 남성출가자는 98명, 여성출가자는 33명이었다. 지난해에도 여성출가자는 4명 중 1명에 불과했다. 하반기 행자를 감안하더라도 올해 여성출가자의 규모가 지난해 비해 크게 증가하지는 않을 것 같다. 한 해 배출되는 여성출가자 30명 남짓. 한국불교가 처해 있는 현실이다. 출가자 감소, 특히 여성출가자의 급감은 향후 비구니승가의 규모를 예측하기조차 공포스럽게 만든다. 비구니승가의 존립, 그 자체가 위태로운 현실이다. 현재 조계종의 비구니스님은 6000여명이다. 

동아시아의 불교사를 살펴보면 많은 국가에서 비구니교단이 사라졌다. 석가모니부처님이 출현하고 당대에 비구니교단이 성립된 인도와 비구니 상가미타의 전법으로 비구니계맥이 전례된 스리랑카를 비롯해 미얀마의 비구니승가는 모두 10~13세기 사이 사라졌다. 인도의 비구니승가는 힌두교가 흥성하는 사회 변화 속에서도 최소한 10~11세기까지 근근이 이어졌지만 이슬람의 침입으로 불교가 소멸하며 운명을 같이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스리랑카에서는 11세기 남인도 촐라인의 침입으로 절멸하는 비극을 맞이했고, 미얀마 역시 13세기 몽골 침입 이후 비구니승가는 역사에서 자취를 감췄다. 명확한 기록은 없지만 대부분 타종교의 침입과 전쟁이라는 격변 속에서 살아남지 못했음이다. 하지만 오늘날 대한민국은 타종교의 침입이나 전쟁의 환란을 겪고 있는 것이 아니다. 출산율 감소가 전쟁만큼이나 절망적인 추이를 보이지만 모든 책임을 ‘출산율 감소’로만 돌릴 수는 없다. 

남수연 기자

적어도 ‘출가’라는 선택을 앞두고 ‘막막한 여정’과 ‘두려움’을 혼자 감내하는 상황은 막을 수 있지 않은가. 출가라는 대발심을 앞두고 고민하는 이들에게 등불이자 길라잡이가 되어주기 위한 제도와 체계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어서는 안된다. 출가에 관한 정확한 정보와 안내,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제도와 시스템의 구축은 출산율 끌어올리기나, 여성출가자에 대한 차별적 풍토 개선보다는 훨씬 쉬운 일이다. 그마저 소홀히 한다면 ‘비구니승가 존립의 위기’는 곧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namsy@beopbo.com

 

[1575호 / 2021년 3월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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