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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유튜브, 낚시질과 가두리 양식의 세계

튀지 않으면 독자 선택 못 받아

유튜브, 구독 이끄는게 중요
때론 지능적인 자극도 필요
질적 만족 주지 못하면 실패

내 유튜브 채널 이름은 ‘자현스님의 쏘댕기기’다. 그런데 간혹 ‘쏘댕기기가 뭐냐?’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있다. 쏘댕기기는 경상도 말로 ‘싸돌아다닌다’는 뜻이다. 설명을 해주면 그때서야 ‘아하!’ 하신다.

나는 전공이 한국사와 문화재다 보니 성지순례나 답사를 좋아한다. 해서 ‘함께 순례하러 다니는 모임을 만들면 어떠냐?’고 해서 탄생한 것이, 쏘댕기기라는 네이버 밴드다. 소수의 면식범끼리 답사 다니는 모임 명칭으로는 코믹한 게 제법 맞춤하다.

그러나 이 이름을 유튜브로 그대로 가져온 것은 명백한 실수였다. 왜냐하면 이런 불투명한 이름을 사용하면 인지가 잘 안 되기 때문이다.

내가 논문지도를 할 때 강조하는 것 중에, 논문 제목을 말하면 상대가 바로 알아들어야 한다는 것이 있다. 제목을 댔는데도 못 알아들어 부연 설명을 해야 하면, 임펙트가 약해서 각인되지 않는다. 오늘날처럼 정보의 쓰나미 시절에는 각인되지 못하면 그대로가 불리함이 된다.

해서 유튜브 이름을 나처럼 지으면 망조에 다름 아니다. 즉 시작부터 가시밭길인 셈이다.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이제 정보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독자가 선택하는 것이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선택받기 위해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자극적이어야 한다. 아니면 쉽고 가볍게 다가갈 수 있는 폭넓은 외연의 친근함도 한 방법일 수 있다. 즉 튀거나, 보편을 잡거나이다.

정부 기관의 요청으로 서울의 문화해설사를 교육한 일이 있다. 문화해설사는 사찰이나 고궁 등에서 관람객을 상대로 설명을 해주는 분들이다. 이게 사실 취미만 맞으면 제법 재밌는 직업이다. 그런데 보수가 적고 대부분 ‘알바’ 비슷한 상황에서 하기 때문에 의욕적이지 못한 경우가 많다. 게다가 필수교육을 받는 상황에서 강사로 스님까지 들어왔으니 어련하겠는가!

그러나 나도 이 바닥에서는 나름 백전노장 아닌가! 내가 처음 한 말은 ‘5분 안에 상대의 시선을 잡지 못하면 옷이라도 벗어라’였다. 이 한마디 말로 나는 수업을 장악할 수 있었다. 내용은 차치하고, 무기력한 분들의 눈동자를 모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일단 성공한 것이다.

인터넷 속의 제목 낚시질도 ‘클릭’ 되고픈 강렬한 욕구에 다름 아니다. 그것은 유사한 수백 개의 기사 중 선택받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다. 혹자는 낚시질이 나쁘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어떤 의미에서 이는 강렬한 광고카피가 아닌가! 오늘날은 정직하고 밋밋한 제목을 통해 누구의 선택도 받지 못하는 것이 더 통렬한 슬픔인 시대다. 오죽했으면 ‘무플’보다는 ‘악플’이 낫다고 하겠는가!

낚시질을 잘한다는 것은 단순히 속이는 문제만은 아니다. 왜냐하면 이는 고도의 광고카피처럼 순간적으로 상대를 움직이게 하는 뛰어난 감각적 작업이기 때문이다.

인터넷의 기사 제목이 프로의 낚시대회라면, 유튜브는 아마추어들의 낚시대회장이다. 진짜 다양한 방식의 자극이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곳이 바로 유튜브 세계다. 거기에는 1차원적인 직접적인 자극도 있고 순수함이나 기품을 가장한 2차원적 자극, 또 때로는 더욱 지능적인 다차원적인 자극도 존재한다.

유튜브의 꽃은 단연 썸네일과 콘텐츠 제목이다. ‘불닭볶음면’처럼 화끈한 매운맛으로 가도 되고 ‘진라면’처럼 순한 맛으로 가도 된다. 그러나 목적은 공히 클릭이다.

유튜브는 인터넷 기사와는 상황이 다르다. 인터넷 기사는 클릭만으로 목적이 달성되지만, 유튜브는 구독을 이끌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즉 질적인 측면이 담보되지 않는 낚시질은 구독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강태공의 곧은 낚시일 뿐이다.

바로 이 부분에서 중요한 것이 낚시질을 넘어서는 가두리 양식이다. 낚시질이 감각적인 광고카피라면, 구독을 만드는 것은 콘텐츠의 질이기 때문이다. 질적인 만족을 주지 못하면 가두리 양식은 성립되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유튜브는 누구나 가볍게 시작할 수 있지만, 동시에 자신만의 색깔이 있는지를 엄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는 ‘진정한 야생의 세계’라고 하겠다.

자현 스님 중앙승가대 교수 kumarajiva@hanmail.net

 

[1576호 / 2021년 3월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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