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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쿠데타와 스님들

기자명 승한 스님

미얀마가 연일, 시민들로 강을 이루고 있다. 2월1일 일어난 군부 쿠데타 때문이다. 지난 2월28일, 내·외신엔 큼지막한 사진 한 장이 떴다. 미얀마 군부가 평화시위대를 향해 쏜 실탄과 최루탄에 사상자가 속출하자, 무장한 채 평화시위대를 향하는 군경을 도로에 혼자 앉아 막아선 스님의 사진이었다.(5·18 광주민주화운동과 중국 천안문 사태 등) 어디선가 보았던 듯한 기시감(旣視感)마저 들었다.

근대 들어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가 일어난 건 벌써 3번째다. 1948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미얀마(버마)는 당시 아웅산이 이끄는 반 파시스트 인민자유동맹(AFPFL)이 총선에서 승리함으로써 연방제 정부를 수립했다. 이후 양원제와 서구식 다당제로 선거를 치르며 민주주의의 싹을 키워가던 중, 공산당과 소수민족 간의 정치·경제적 갈등과 혼란으로 1962년 네 윈이 군사 쿠데타를 일으켰고, ‘버마식 사회주의’를 제창하며 버마 사회주의계획당(BSPP)을 설립해 일당 독재를 실시했다. 민주국가라는 구색을 갖추기 위해 의회도 만들었으나, BSPP의 승인을 받지 않으면 출마가 불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네 윈의 군사정부는 오래 가지 못했다. 1988년에 터진 ‘8888 항쟁’을 계기로 소 마웅이 이끄는 국가법질서회복위원회(SLORC)가 다시 쿠데타를 일으켜 네 윈을 권좌에서 몰아낸 뒤, 1992년부터 탄 쉐 장군이 집권하면서 1997년 SLORC를 국가평화발전위원회로 바꿔 그것을 중심으로 2011년까지 군사독재를 실시했다.

이후 버마(1989년 6월 국명을 미얀마로 바꿈)는 아웅 산의 딸인 아웅산 수치의 비폭력 민주화 투쟁과 2007년 민주화운동을 계기로 2008년에 자유선거를 치르면서 민주화에 성공한 듯했다. 그러나 실상은 탄 쉐 장군과 군부가 지지하는 통합단결발전당(USDP)이 부정선거 논란 속에 압승을 차지하며 정치를 좌지우지했다. 그러다가 2015년 자유선거에서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국민민주연맹(NLD)이 승리하며 비로소 민주적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이러한 가운데 2월1일, 지난해 11월에 실시된 총선에서 476석의 의석 가운데 NLD가 이전보다 많은 396석(미얀마 군부와 연계된 USDP는 33석)을 차지하며 압승을 거뒀다. 이에 그 선거가 부정선거였다며 민 아웅 흘라잉이 이끄는 군부가 다시 쿠데타를 일으켰고, 아웅산 수치 등 민주인사들을 감금하고 정권을 장악했다. 미얀마는 민주화된 지 불과 5년여 만에 다시 군사독재국가로 바뀌어 버렸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불교국가 중 하나인 미얀마에서 이처럼 계속 군부 쿠데타가 일어나고, 그에 저항하는 국민들이 무차별적으로 살상되는 것을 보면서 불교도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물론 석가모니 부처님도 철저한 사회개혁운동가이자 혁명가였다. 당시 그 누구도 건들 수 없던 카스트제도 철폐를 주창하며 남녀노소 빈부귀천에 상관없이 제자로 받아들였다. 사회를 개선해나가는 비폭력 운동을 벌인 것이다. 불교역사에 ‘전쟁’이 없는 것도 부처님의 그러한 비폭력 정신과 실천적 자비 정신이 밑바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군부 쿠데타가 일어나자마자 미얀마 스님들이 맨 먼저 시위대 앞줄에 선 것도 그런 연유다.

미얀마가 다시 민주국가로 되돌아가느냐, 아니면 계속 군사독재로 이어지느냐는 전적으로 미얀마 국민에 달려 있다. 하지만 미얀마 국민의 힘은 지금 너무나 약하다. 유엔을 비롯한 미국과 유럽 등 강대국들의 전폭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5·16 군사쿠데타와 12·12 전두환 군사 쿠데타, 4·19 민주혁명과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겪은 우리에게 미얀마의 현 사태는 절대로 남의 일이 아니다. 앞서 언급한 한 장의 사진처럼, 자비와 비폭력의 상징인 우리 불가도 분연히 떨치고 일어나야 한다. 그래서 미얀마 국민을 지원해야 한다. 맨몸으로 홀로 무장한 군경을 막아내는 사진 속 스님처럼, 불제자로서의 도리를 다해야 한다. 그게 바로  불교의 자비 실천 정신이다.

승한 스님 빠리사선원장 omubuddha@hanmail.net

[1577호 / 2021년 3월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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