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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고행을 통해 행복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 왕자 보디를 교화하다

부처님 가르침은 고행 아닌 지혜 계발하는 것

고행주의에 빠진 왕자에게
바른 길을 일러주신 부처님
지혜를 통한 깨달음의 길은
출가하지 않았더라도 가능

불교는 다른 종교와 비교해 보면, 특별히 다른 측면이 하나 있다. 부처님의 교화행은 최고 권력자인 왕으로부터 노예에 이르기까지 그 계층을 가리지 않는데, 특히 권력자들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청해 듣고 제자가 되길 간청하는 장면을 흔하게 보게 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권력자들의 보호를 받으며 사회 저변에 쉽게 뿌리 내리게 된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맛지마 니까야’ 85번경인 ‘왕자 보디의 경’을 보면 박가(Bhagga)국의 왕자인 보디(Bodhi) 왕자와의 문답이 전한다. 왕자 보디가 부처님을 청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데, 왕자는 부처님을 극진히 모시기 위해 궁전으로 들어가는 계단 아래쪽부터 흰 천을 깔아놓고 그 위로 가시도록 하였다. 하지만 부처님은 계단 아래에서 멈춰 움직이지 않으셨다. 왕자가 거듭 청하였지만 부처님은 응하지 않고 아난다 존자를 바라보았다.
[아난다] 왕자여, 흰 천을 제거하십시오. 세존께서는 흰 천 위의 길을 걷지 않습니다. 여래는 뒤에 오는 사람을 배려합니다.

흰 천은 요즘으로 치면, 레드카펫이다. 레드카펫은 세속적 욕망과 관련된 것이다. 부처님이 흰 천 위를 걷지 않으신 것은 수행자가 마땅히 경계해야 할 것에 대한 가르침이라고 할 수 있다. 아난다는 부처님의 의도를 정확하게 알고, 왕자에게 말한 것이다. 왕자는 흰 천을 제거하고, 부처님을 마련된 자리에 모시고 공양을 올렸다. 그리고 대화가 이어진다.

[왕자] 세존이시여, 저는 ‘즐거움에 의해서 즐거움은 얻어질 수 없고, 괴로움에 의해서만 즐거움이 얻어진다’라고 이와 같이 생각합니다.
[붓다] 왕자여, 나도 역시 올바로 깨닫기 전에, 올바로 깨닫지 못한 보살이었을 때에 ‘즐거움에 의해서 즐거움은 얻어질 수 없고, 괴로움에 의해서만 즐거움이 얻어진다’라고 이와 같이 생각했습니다.

‘즐거움에 의해서 즐거움은 얻어질 수 없고, 괴로움에 의해서만 즐거움이 얻어진다’라는 말은 고행주의 입장을 나타낸 것이다. 특히 자이나교에서는 고행을 강조했다. 그들은 육체를 괴롭히는 고행을 통해서만 해탈에 다가갈 수 있다고 말했다. 왕자 보디는 아마도 자이나교의 이러한 입장을 지지한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왕자의 말에 부처님은 ‘나도 깨닫기 전에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라고 말씀하시면서, 그러한 생각은 바른 생각이 아님을 명확히 하셨다.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당신이 출가한 이후 고행을 실천한 내용과 고행을 포기한 후 깨달음을 얻게 된 과정, 초전법륜에 이르는 이야기를 자세히 말씀하셨다. 그리고 다섯 가지 정근의 요소에 대한 가르침을 주셨는데, 다섯 가지란 ‘믿음(信), 병이 없음(無病), 정직(不干), 정진(精進), 지혜(智慧)’이다. 이 다섯 가지를 갖추고 부처님을 스승으로 삼아 정진하면 길면 칠년이나 육년, 오년, 내지 일년이면 원만한 깨달음을 성취하는데 충분하고, 짧게는 한달이나 보름, 한나절이면 된다고 설하셨다. 

사실 고행주의는 오랜 세월동안 지난한 고행을 실천해야 겨우 해탈을 성취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것은 출가 수행자들도 얻기 힘든 일이다. 그런데 하물며 일반사람이 꿈이라도 꿀 수 있을까. 그러니 일반인들은 공덕을 짓는 행위 밖에 할 일이 없게 된다. 하지만 부처님의 가르침은 고행이 아닌, 지혜를 계발하는 것이다. 이는 출가수행자 뿐만 아니라 일반 재가자들도 가능한 길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왕자는 올바른 수행의 길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알게 되었고 부처님의 제자로서 살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왕자는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와 갓난아이 때 2번에 걸쳐 귀의했다. 하지만 세 번째에 이르러 드디어 부처님의 가르침을 올바로 이해하고 진정한 의미에서 귀의를 하게 되었다. 귀의란 가르침을 올바로 이해할 때 이루어진다. 가르침을 이해하지 못하면 그 믿음이 흔들리게 되고, 혼란스러워지기 때문이다.

이필원 동국대 경주캠퍼스 교수 nikaya@naver.com

[1577호 / 2021년 3월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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