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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가와 재가의 벽

기자명 이병두

2005년 인구통계조사 결과 10년 동안 개신교도 숫자는 1.6% 감소하고 가톨릭교도는 74.4% 증가한 것으로 밝혀져 개신교계가 충격에 빠진 뒤 이를 진단하는 세미나 ‘2005 인구주택총조사 그 이후, 현대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가톨릭 성장’에서 ‘가톨릭신자의 괄목할 만한 증가와 그 요인’을 발표한 오경환 신부의 발언이 내 머리에 오래 남아 있다. 불교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말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일상생활 중에 관찰하면서 각 종교에 대하여 호감이나 반감을 갖게 되는 것이고, 아무리 신자들이 열심히 선교해도 호감을 갖는 사람만이 입교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람들의 마음 안에 호감을 싹트게 하고 길러주는 것이 선교의 가장 기본적이고 일차적인 전략이 되어야 한다. 당연히 호감을 싹트게 하고 길러주는 행동은 일차적 선교활동이다. 또한 어떤 종교에 대하여 반감을 싹트게 하고 길러주는 행위는 교회를 크게 해치고 반선교적 행위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지난 2017년 1월부터 3년 동안 법보신문에 이어온 ‘이병두의 사진으로 보는 불교’ 연재를 이렇게 마무리하였다.

“여기까지 온 것만도 기적에 가깝지만, 이 기적은 하늘에서 떨어진 공짜 선물이 아니었다. 3년 동안 이 연재를 이어오면서 숱한 사진을 찾아 들여다보고 선택해 글을 썼지만, 1970년대까지의 사진에서는 요즘처럼 출가와 재가 사이의 벽을 느낄 수 없었다. 서로 존중하고 존경하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청담‧성철‧숭산‧광덕‧법정 스님 등 출가수행자들, 불자 사업가 이한상과 장경호‧장상문 부자, 그리고 황산덕‧이기영‧서경수‧박성배 등의 불교 지식인들이 각기 자신의 역할을 하면서 서로 도와주었다. 통계 수치로 드러난 불자숫자의 감소, 일부 스님들의 일탈행위와 사회 전반적인 탈종교화 현상, 극단적인 일부 타종교의 공격 등도 극복해야 할 과제이지만, 현재 한국불교계에 가장 시급한 일은 ‘출가와 재가 사이에 놓여있는 장벽’을 없애고 서로 존중하고 아껴주는 일이다.”

1945년 해방 이후로도 불교계는 내우외환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힘든 상황을 겪었다. 안으로 이어지는 폭력 분쟁과 소송전도 힘들었지만 밖에서 오는 압박은 더욱 무거웠다. 그래도 시간이 흐르면서 자주의식을 회복하여 차별·탄압에 맞서 우리의 목소리를 내게 되었고, 그때마다 출·재가가 마음을 합하고 지혜와 의지를 모아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앞서 언급했듯 오늘 한국불교가 이 정도 위상과 힘을 가지게 된 것은 출‧재가가 서로 존중‧존경하며 자기 역할을 한 덕분이었다.

그런데 2년여 전부터 출‧재가 사이에 두텁고 높은 담이 세워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되어 염려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조계종단 주최로 열리는 행사마다 스님과 재가자 사이에 넘기 어려운 경계선을 친 것 같고, 심지어 연말에 열리는 이런저런 시상식을 마무리하면서 기념촬영을 할 적에도 스님들은 앞쪽 의자에 앉고 수상자들은 뒷줄에 서있는 장면을 보게 된 것이다. 일을 주관하는 종무원들이 스님들을 각별히 모시려는 마음을 이해하지만 시상식에서 최소한 대상 수상자는 총무원장 스님 옆에 자리를 마련하여 모처럼 말씀을 나눌 기회를 갖게 해야 좋지 않을까. 그래야 재가자들이 스님들을 존경·공경하는 마음이 더 커지지 않을까.

지금 한국불교는 출가와 재가 사이의 담을 허물어도 헤쳐 나가기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는데, 오히려 장벽을 더 높고 두텁게 쌓아 서로 멀어지게 하면 안 된다.

언행이 바르지 않은 제자들을 꾸짖을 적마다 부처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그런 일은 결코 이제까지 믿음이 없던 사람이 새롭게 불법을 믿게 하거나, 이제까지 믿어오던 사람의 믿음을 더욱 깊게 하지 못합니다. 그런 행동은 오히려 이제까지 믿음이 없던 사람이 불법에서 더욱 더 멀어지게 하거나, 이제까지 믿어오던 사람의 믿음을 잃게 할 수 있습니다.”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dlbeneditto@hanmail.net

[1578호 / 2021년 3월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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