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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빠사나 수행 정종범(49)-하

기자명 법보

불교, 맹목 아닌 실천적 가르침 
의심 들 때마다 ‘깔라마경’ 독송
부처님의 위대함 절실히 느껴
괴로움 소멸까지 수행하길 발원

정종범(49)

부처님의 가르침에 대한 완전한 믿음은 수다원이 성취될 때 생긴다. 왜냐하면 부처님 궁극의 가르침인 열반을 경험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직 열반을 경험하지 못한 일반 수행자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온전히 믿을 수 없고 본인의 성취 수준으로만 믿는다. 부처님의 가르침인 진리에 대한 공부를 하면 할수록 이에 대해 더 많이 느낀다. 나도 처음 이 공부 시작할 때 가르침에 대한 확실한 믿음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공부를 하면서 절실히 알았다. 불교의 믿음이란 맹목적 믿음이 아닌 가르침을 수행으로 실천하는 것이다. 자신이 직접 경험해서 생겨야 하는 믿음이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불교는 실천적 가르침’이라고 말한다.

위빠사나 수행을 만난 처음 몇 년 동안은 너무나도 많은 이익을 느꼈다. 이에 주위 친한 사람에게 이 수행을 꼭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생겨 권유하기도 했다. 그러나 수행을 배우고자 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오히려 너무 그곳에 깊이 빠진 것이 아니냐고 나를 설득하는 지인도 있었다. 스승님들의 가르침 중 “자기 공부에 집중해야지. 남이 원하지 않는데 말하는 것을 삼가하라”는 말씀이 있다. 앞서 말한 일들이 계속 벌어지다보니 스승님들이 이 말씀을 하신 이유에 대해  자각했다.

공부를 지속하며 점점 세상 사람과 멀어져 감을 느꼈다. 이윽고 이 공부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심도 들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부처님의 말씀인 ‘깔라마경’을 읽었다. 경전은 부처님께서 세상의 많은 가르침 중 어떤 가르침이 바른 가르침인지 알려주시는 내용이다. 

처음 몇 년간, 가족들은 이 공부를 환영하지 않았다. 특히 아내는 남편이 스님이 될까봐 걱정이 많았다. 그래도 나는 수행을 하며 생긴 지혜로 가족들을 대했다. 제일 처음으로 효과를 크게 본 것은 아이들이 예전에 비해 많이 밝아진 것이다. 내가 위빠사나 수행을 시작하기 전 큰아들은 아내와 함께 정신 상담을 받으러 가본적도 있었다. 밝아진 큰아들의 모습을 본 아내는 변화에 놀라워하며 위빠사나 수행이 좋은 공부라는 인식을 갖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아내의 지지가 생겼고 이따금 아내가 회사의 어려운 문제에 대해서 나의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그때마다 부처님 가르침을 바탕으로 배운 방법을 아내에게 말해주었다. 아내는 회사에서 그 방법을 적용해 실천하더니 내가 알려준 방법이 효과가 컸다고 했다. 

그러다보니 가족의 지지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해졌다. 어느 날 아이들 학교에서 가정 행복도를 설문지로 물어본 적이 있었는데 두 아이가 모두 우리 집은 너무 행복한 가정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 순간 진심으로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일이 있은 뒤, 나는 이 공부에 대해 더 큰 가치를 두게 돼 2018, 2019년 미얀마 찬메센터에서 두 번의 안거기간 동안 수행에 동참했다. 물론 가족은 기쁜마음으로 지지해주었다.

찬메센터에서 처음 수행 생활은 힘든 부분이 많았다. 언어소통의 문제, 고온고습의 날씨, 음식, 비구계를 받음으로서 지켜야 하는 계율 등 모든 것이 새로운 경험이라 적응하기에 어려움이 많았다. 그러나 한국에서 스승님께 배운 가르침과 미얀마에서 만난 선배 비구, 수행 도반들의 도움으로 이겨낼 수 있었다. 그렇게 미얀마에서 집중수행을 하며 나는 부처님 가르침의 위대함을 더 깊게 느꼈다. 미얀마에서의 비구생활로 훌륭한 선배 비구, 좋은 도반들과 인연을 맺었다. 또 훌륭하신 스승의 향기를 느낄 수 있어 참으로 좋았던 일생일대의 큰 기회였다.

미얀마에서 수행경험을 하고 한국에 돌아왔지만 아직 탐욕, 성냄, 어리석음 등 부정적인 감정들이 많이 남아있다. 하지만 지혜가 발전하는 만큼 가족들에게도 더 훌륭한 남편과 아빠로서 점점 나아져 갈 것을 믿는다.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행복한 삶 속에 살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물론 아직 나의 내면에 남아있는 부정적인 생각들로 괴로움이 생길 때도 종종 있다. 이 괴로움이 완전히 소멸할 때까지 계속 노력하기를, 노력이 끊기지 않기를 발원한다.

사두 사두 사두.

[1578호 / 2021년 3월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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