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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축총림 통도사 노전 광우 스님

“내 안의 부처님 마음 찾아내는 게 수행입니다”

출가하는 이유는 마음 속에 있는 불성 종자 찾는 게 목적
타고난 성품이 모두 다름에도 남과 비교하기에 고통 생겨
무상·고·무아 가르침 믿고 올곧이 수행할 때 흔들리지 않아

저는 통도사에서 노전이라는 소임을 맡고 있습니다. 노전이라고 하면 부처님 전에 향불을 꺼트리지 않고 열심히 염불하고 불공을 올리는 역할입니다. 아시다시피 통도사는 매년 출가열반절 특별 프로그램을 진행했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코로나 예방을 위해 취소했습니다. 대신 사중 소임자로 출가열반절 기도를 위해 이 자리에 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여러분은 부처님 출가열반일을 기념하고자 부처님 도량에 오셨습니다. 그런 불자님들을 위해 예정에는 없었지만 이 시대를 살아가는 불자의 입장에서 오늘을 어떻게 맞이하면 좋을지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오늘은 부처님 출가재일입니다. 여러분께서는 여기 오시는 순간 출가한 것입니다. 큰스님들께서 말씀하시기를 “출가에는 두 가지 길이 있으니 하나는 몸이 출가하는 것이요 다른 하나는 마음이 출가하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스님들은 몸과 마음이 다 출가한 분들입니다. 여러분은 몸은 비록 출가하지 못했지만, 마음만큼은 출가한 사람들입니다.

올해는 신축년 소의 해입니다. 불교에서 마음자리, 불성(佛性)을 이야기할 때 주로 두 가지 동물을 비유합니다. 하나는 원숭이고 하나는 소입니다. 원숭이는 제가 말씀드리지 않아도 금방 이해하실 겁니다. 그렇다면 소는 무엇을 비유한 것입니까? 심우도(尋牛圖), 십우도(十牛圖)라는 이야기를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열 단계로 나누어 설명하는 그림인데 첫 번째가 심우(尋牛)입니다. 찾는다면 무엇을 찾습니까? 바로 소를 찾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어느 순간 사람이 병들고 늙고 죽는 모습을 모시고 “아, 사람은 이처럼 늙고 병들고 죽는구나. 이것을 빨리 해결해야 하겠다”고 결심하는 순간이 있으셨습니다. 달리 이야기하면 이것은 어떤 순간입니까? 바로 심우가 됩니다. ‘소를 찾아야 하겠다’라고 하는 순간입니다. 

이러한 동기 부여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여러분도 ‘내가 부처님 가르침을 믿어야 하겠다’고 하는 순간이 있었을 것입니다. 오늘 아침에도 여러분께서는 어떤 선택을 하셨습니다. ‘비도 오는데 누굴 만나서 전을 구워 먹을까?’ ‘출가재일인데 절에 갈까?’ 아마도 이 두 갈래였을 것이라고 짐작해 봅니다. 그런데 그 순간 바로 두 번째 마음으로 기울었기 때문에 바로 이 자리에 와 계신 겁니다. 이것이 심우와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 마음속에는 부처의 종자가 있습니다. 이 종자를 아직 발견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그래서 중생으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이 안에 있는 부처의 종자를 찾아내어야 합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여기에 있습니다. 부처의 종자를 찾아내야 하는데 대부분 절에 가고, 기도 도량을 찾는 목적 자체가 부처 종자를 찾는 데 있지 않습니다. 대다수 사람은 절에 가기 위해 처음 마음을 내는 목적이 ‘무엇인가 잘 되게 해 달라’고 하는 데 있었을 것입니다. 

처음에는 그렇더라도 부처님 가르침을 배우고 공부하고 기도하고 수행을 하면서부터는 우리 속에 숨어져 있는 불성 종자를 찾는 데 목적을 두어야 합니다. 

심우, 이 단어는 굉장히 중요합니다. 소를 찾는다고 했습니다. 여기서 소라고 하는 것은 마음과 다르지 않습니다. 마음이라고 하는 것은 불성(佛性)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심우는 곧 불성을 찾는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왜 소를 찾는다고 한 것일까요? 조금이라도 더 쉽게 우리에게 불성을 일러주기 위해서입니다. 

마음이라고 하는 것이 눈에 보입니까? 보이지 않습니다. 소라고 하는 형상을 하나 만들어놓으니까 어떻습니까? 집중하기가 좋습니다. 이것이 수행방법을 일러주는 뛰어난 스승의 가르침이며 수행 방법입니다. 마음이라고 하지만 마음은 눈에 보이는 것도 아니요, 손에 잡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 않는 마음이라고 하는 것을 소라는 형상을 빌려서 표현한 것입니다. 

‘우리의 마음을 실체화시키면서 이것을 찾아야겠구나’ 하는 결심을 다른 말로 하면서 초발심(初發心)이 되는 것입니다. 처음 마음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가 중요합니다. 곧 목적 자체가 출가입니다. 삼계라고 하는 이 테두리를 벗어나겠다고 하는 마음을 먹는 순간 올바른 발심이 일어나게 됩니다. 올바른 출가가 시작된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출가가 끝이 아닙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마음을 일으킨 순간 이 마음 작용을 자세히 들여다봐서 부처가 될 수 있도록 계속 정진을 해야 합니다. 때가 되면 잡초를 뽑아 주고 때가 되면 물을 주고 때가 되면 강력한 햇빛을 맞이하게 해주어야만 불성 종자가 자라날 수 있습니다. 

농사를 지어보신 분 계실 겁니다. 아무리 많은 씨앗을 뿌려도 싹이 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종자를 아무리 뿌려도 싹이 나지 않을 때, 어떻게 해야 합니까? 

제가 창녕 관룡사 주지로 있던 시절 종종 절에 찾아왔던 한 스님이 얼마 전에 저에게 이런 질문을 하셨습니다. “스님. 관룡사 계실 때 밭에 채소 씨앗을 뿌려놓으면 참 잘 자라던데 그 방법이 뭡니까? 저는 아무리 씨를 뿌려도 좀처럼 싹이 나지 않습니다.” 저는 곧바로 답을 드렸습니다. “씨앗을 물에 불려야 합니다.” 

깊은 향기가 나는 ‘고수’라는 채소가 있습니다. 스님들에게 인기가 많은 채소입니다. 그런데 이 고수의 씨는 마른 상태가 되면 아무리 뿌려도 밭에서 잘 나지 않습니다. 물에 불렸다가 뿌려야 싹이 잘 자랍니다. 

우리의 불성 종자도 마찬가지입니다. 각각 타고난 종자의 크기와 상태가 다릅니다. 종자의 껍질이 단단하게 싸고 있으면 그 껍질부터 벗겨주고 물에라도 불린 뒤에 뿌려야 땅에 딱 자리를 잡고 싹을 틔워서 올라옵니다.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는 아무리 많이 뿌려도 종자가 싹을 틔울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기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사람은 기도를 하자마자 원이 성취되는 데, 어떤 사람은  정말 죽기 살기로 기도하는 것 같은데 성취가 되지 않기도 합니다. 타고난 우리의 심성 종자가, 불성 종자가, 선근 종자가 다 달라서 그렇습니다. 그렇기에 잘 되는 사람에게 포인트를 맞출 필요가 없습니다. 안 되고 있는 나에게 초점을 맞추면 됩니다. 내가 힘들고 괴로워지는 것은 주변과 계속 비교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이즈음에서 각자 자신에게 질문을 한 가지 던져봅시다. 여러분께서는 무엇을 믿음으로 하십니까? 믿음의 근간은 무엇입니까? 막연한 믿음이 아니라 올바른 믿음, 정확한 믿음이 이루어져야만 거기에서 올바른 이해가 펼쳐집니다. 그런데 우리는 거꾸로 생각합니다. 이해되어야 믿음이 생긴다고 말합니다. 이해된 믿음, 믿음을 바탕으로 한 이해,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수행을 하다 보면 끊임없이 힘든 시간을 만나게 됩니다. 이 시간마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질 때, 나의 믿음은 무엇을 근간으로 하고 있는가? 되물어야 합니다. 

막연히 부처님을 믿는다는 것은 통하지 않습니다. 그냥 부처님 가르침을 믿는다, 훌륭한 스님들을 믿는다는 것도 통하지 않습니다. 단순히 불교를 믿는다고 하는 것은 막연합니다. 정확히 무엇을 믿는가가 중요합니다,

부처님께서는 “출가자라고 한다면, 나의 제자라고 한다면, 무상(無常)과 고(苦)와 공(空)과 무아(無我)를 믿어야 한다”고 끊임없이 말씀하셨습니다. “존재하는 모든 것이 무상하다고 하는 것을 믿을 것이며, 세상에 펼쳐져 있는 모든 것은 괴로움이라고 하는 것을 믿을 것이며, 우리의 눈앞에 펼쳐져 있는 삼라만상이 결국 공을 바탕으로 한다는 것을 믿어야 할 것이다. 모든 것들은 결국 무아인 것을 믿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부처님 가르침이 팔만사천가지나 되고 엄청나게 많은 가르침이 있는 것 같지만 가장 근본은 무상이며 고이며 공이며 무아임을 믿는 것입니다. 이 믿음을 바탕으로 해서 공부하고 수행하고 정진해 나갈 때 마침내 올바른 이해가 일어나게 됩니다. 믿음을 바탕으로 해서 이해하고 이해를 바탕으로 해서 실천해야만 흔들리지 않는 수행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오늘, 부처님의 출가재일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출가할 때 어떤 마음으로 출가하셨고, 여러분은 절에 올 때 어떤 마음으로 절에 왔는가, 석가모니불을 부를 때 어떤 마음으로 석가모니 부처님을 불렀는가를 다시 한 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그 마음이 쭉 이어진다면 언젠가는 진정한 열반의 기쁨을 마주하실 것입니다. 

정리=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이 법문은 3월20일 영축총림 통도사 설법전에서 봉행된 ‘부처님 출가열반재일 기념 정진 기도 입재’에서 광우 스님이 설한 소참법문을 요약한 내용입니다.
 

[1579호 / 2021년 3월3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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