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간 조계종단은 과거의 폐해와 구태를 혁신하려는 몸짓을 보이려 무던히 애써왔다. 비불교적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제도적 모순을 고쳤고 불교를 빙자한 각종 사이비적 행태를 수습해 나왔다. 이러한 노력은 모두 정법으로 돌아가기 위한 방편이었다. 다시 말해 '부처님을 닮자'는 실천운동이었던 셈이다.
우리가 해마다 부처님 오신날을 비롯한 4대명절을 성대히 봉행하는 것은 바로 부처님처럼 삭기위한 중생들의 염원에서이다. 불교의 개혁은 이 점에 근거해 추진돼야 하고 부처님 오신날 행사 역시 이러한 원칙하에서 전개돼야 한다. 그러나 우리가 부처님처럼 살기 어렵다는 것을 느끼는 이유는 바로 실천에 옮기기가 쉽지 않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오늘날 동서양을 막론하고 국제사회가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각종 위기상황은 부처님 말씀처럼 살지 않는데 따른 과보다. 이제 세계는 운명을 같이하고 있다. 공동체운명을 지니고 있는 국제사회의 질서는 인드라의 그물을 예로 들어 독립된 개체는 있을 수 없다는 제법무아의 진리를 설파하신 부처님 말씀처럼 돼 가고 있다.
이러한 때 재가자들의 역할이 어느때보다도 강조되어야 한다. 재가자들은 부처님처럼 살려는 모습을 세속에서 구체화시켜 확산하려는 재가중이다. 특히 재가자들은 출가자들과는 사정이 달라 별다른 장애와 구속없이 불교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활동범나 그 폭이 더욱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자리를 빌어 재가자들의 역할을 세가지로 압축한다면 그 첫째는 자자정신의 실천을 위한 포살운동이다. 건강한 윤리의식이 마비되가고 있는 세태속에서 자자와 포살은 아름다운 삶, 가슴훈훈한 인간사회를 지키는 이시대의 불교의식으로 크게 기여할 것이다.
둘째, 특정 종단과 조직을 초월한 범불교운동의 확립이다. 그간 일부재가자들이 정치집단화되고 이권에도 깊숙히 개입돼, 생명을 단축시키는 예를 적지않게 보아왔다. 이러한 현상은 재가조직과 불교운동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남아 오늘날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차제에 특정종단과 조직을 뛰어넘는 과감한 연대를 통해 재가자들이 한국불교운동을 주도해주길 당부하고 싶다.
셋째, 생활계율의 정립과 실천이다. 부처님을 닮은 삶은 출가자들만의 몫이 아니다. 재가자들 역시 사회생활속에서 지켜야 될 불자들의 도리와 계율을 정립해 실천해 옮김으로써 건강한 사회형성에 한 몫을 해야 할 줄로 안다.
정법실현은 계율의 올바른 실천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이러한 사항들을 착실한 준비를 통해 올바로 수행한다면 내년의 부처님 오신 날은 우리에게 보다 큰 환희심을 가져다 줄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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