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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침을 여는 법문-태고보우

기자명 법보신문
  • 기고
  • 입력 2004.08.1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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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으라. 옛사람이 말하기를 “생각이 일어나는 것은 두렵지 않으나 오히려 늦게 깨닫는 것이 두렵다” 고 하였고 또 “생각이 일어나면 곧 깨달아라. 깨달으면 곧 없어질 것이다”했으며 또 “생각은 일체의 경계를 반연하는데 마음은 분별을 아주 끊는다”했다. 이런 말은 모두 깨달음의 실마리가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검고 흰 것을 잘 분별하고 이익 되는 것과 손해 되는 것을 살펴서 목적지에 이르면 큰 성취를 이루는 바다. 즉 생각이 일어나고 생각이 사라지는 것을 생사(生死)라 한다. 생사에 다달아서 모름지기 힘을 다해 화두를 들어라. 화두가 순일(純一)해지면 일어나고 사라지는 것이 없어질 것이다. 일어나고 사라짐이 없는 것을 고요함[寂]이라 하고, 고요함 속에서 화두가 없어진 것을 무기(無記)라 하고, 고요함 속에서도 화두가 밝게 드러난 것을 영지(靈知)라 한다. 이렇듯 비고 고요한 영지는 무너지지도 않고 난잡하지도 않다. 치열한 정진으로 공을 들이면 머지않아 공을 이루게 된다. 몸과 마음이 화두와 함께 한 덩어리가 되어 의지하는 곳이 없고 마음이 가는 곳이 없으면 그때는 오로지 보살심 하나 뿐일 것이다. 그러나 거기서 다른 생각을 일으키면 반드시 그림자의 유혹을 받게 된다.

조주스님이 `없다'고 말한 뜻이 무엇인지를 완전히 파악하게 되면 마치물을 마시는 사람이 차고 더운 것을 스스로 아는 것과 같아서 천만가지의의심이 한꺼번에 풀릴 것이다. 혹 완전히 깨치지 못했더라도 `어떻게 해야하나' 하는 생각은 버리고 다만 화두가 끊어지지 않고 계속되도록 간절히 붙들어야 한다. 그래서 움직이거나 가만히 있거나 말하거나 침묵하는 등의 일체 행동에서 한결같이 어둡지 않고, 또렷또렷하고 분명하게 화두를 들되 화두가 몇 번이나 끊어지는지 점검해 봐야 할 것이다.

만약 끊어지는 때가 있음을 알거든 다시 용맹스런 마음을 내고 공력을 더들여 끊임이 없게 해야 한다. 만일 하루에 한 번도 끊임이 없는 줄 알았으면 정력(定力)을 더 내어 수시로 점검하여 공부해야 한다. 만약 사흘동안 끊어짐이 없어 움직이거나 가만히 있을 때에도 한결같고, 말하거나 침묵할 때에도 한결같아, 화두가 항상 앞에 나타나 있는 것이 마치 여울의 달빛처럼 부딪쳐도 흩어지지 않고 흩으려 해도 없어지지 않으며, 휘저어도 사라지지 않고 자나 깨나 한결같으면 크게 깨칠 때가 가까워진 것이다.

이런 때에는 남에게 캐어 물으려 하지 말아야 한다. 또 쓸데 없는 이야기도 하지 말아야 한다. 마치 미련한 이나 벙어리처럼 행동하고 몸과 마음을 모두 버려 죽은 사람과 같이 해 안에서 내놓지도 않고 밖에서 들여놓지도 않으면서 큰 의심을 깨뜨리기 전까지 화두를 밝게 들고 있어야 한다.

이런 경지에 이르면 어느새 무명이 깨지고 홀연히 크게 깨칠 것이다. 깨친 뒤에는 부디 선지식을 찾아가 마지막 인가(印可)를 받아야 한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시기를 “그대가 비록 12부의 경전을 낱낱이 기억한다고 해도 그것은 하루 동안 번뇌가 없는 학문을 익히는 것만 못하다”하셨다. 부처님이나 조사들이 주고받은 묘한 이치는 문자나 언어에 있는 것이 아니다. 부처님이 중생의 근기에 따라 언어를 썼지만 그 문자나 언어는 오로지 중하(中下)의 근기를 위해 방편을 쓴 것이며 그것은 곧 마음을 가리킨 것이다. 부처님의 말씀은 바로 사람의 마음을 가리키는 방편임을 알고, 과거에 배우고 이해한 문자와 언어를 한 칼로 두동강을 내었으니 마땅히 마음을 참구하여 생사를 끊어버리는 큰 일을 성취하기 바란다. 사람의 마음이란 지극히 미묘하여 언어로써 나타낼 수 없고 생각으로 얻을 수 없으며 침으로 도통하지 않는 것이니 그저 언제고 그것만 참구하여 조금도 지체함이 없으면 반드시 깨칠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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