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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발언대-“기독교인 연간 독서량 불자 24배”

기자명 법보신문
  • 기고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학문과 관련된 몇몇 분들을 제외하고는 스님들은 물론 불자들마저도 책(불서)을 읽지 않는다는 사실은 이미 입이 아프도록 떠들어온 오래된 이야기다. 이제 또 책과 관련된 이야기를 한다면 내로라하는 스님들과 불교인들은 “매우 답답하고 딱한 사람”이라고 할 것같다.

하지만 끊임없이 흐르는 낙수(落水)가 언젠가는 바위를 뚫고 비경(秘景)의 폭포를 만들어 내듯이 나 또한 오늘도 무향공산(無響空山)을 향하여 외쳐 볼 작정이다.

지난해 정부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불교인은 약 1,000만여 명이라고 한다. 10년 전보다 줄어들기는 했지만 우리 불교는 그래도 여전히 가장 많은신자를 가지고 있다. 이른바 한국 최대의 종교, 그러나 이 통계에 의하면 우리 불자들의 연간 독서량은 2명당 1권 정도로, 차마 이야기하기 부끄러운수치이다. 이런 수치는 우리나라 사회에서는 아직은 그 유례를 확인해 볼수도 없는 가장 최하위 수준의 독서량이요, 문화수준인 것이다(반면 기독교인들은 연간 12권을 읽는다).

스님들은 스님들대로 “직접 참선 수행을 해야지 그까짓 껍데기에 불과한책은 읽어 무엇하느냐”고 자신을 강변하고, 지각없는 불자들은 불자들대로덩달아서 합창한다. 이런 분들을 유심히 분석해 보면 그 공통점은 대체로원래부터 정서적으로 책과는 거리가 먼 분들이거나 미래에 대한 안목, 또는지식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보다는 퍽 부족한 분들이다.

현재 우리나라에 있는 큰 사찰은 24개의 본사를 비롯해 약 100여 곳이나된다. 이 가운데 서울 약수선원과 불광사 강원(講院)이 있는 해인사, 운문사,봉영사, 송광사, 동학사, 청암사, 화엄사 등을 제외하면 도서실이 있는 사찰은 한 곳도 없다. 사찰마다 몇 대씩의 자동차와 각종 현대문명을 보유하고있으면서도 부처님 말씀과 그 사상이 담긴 불서를 구입하기 위한 예산은 단10만원도 배정되어 있지 않다. 딱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현재 종단차원에서 도서관이 있는 곳은 진각종과 원불교 정도. 한국불교의 최대 종단으로서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조계종은 무엇을 하는지 도서관은 커녕 그런 엄두도 못내고 있다. 재정이 없어서가 아니라 생각이 없어서이고 싸우느라 정신이 없어서이다.

종교로서 이럴 수도 있는지는 참으로 이해하기가 어렵다. 학문과 진리 탐구 및 교화에는 비중을 두지는 않고 엉뚱하게도 세속적인 영화와 천박한 자본주의에 젖어 있는 것이다. 이것이 지금 우리 불교계의 현실이다.

우리는 불제자들이다. 불제자로서 부처님 말씀이나 사상이 담긴 불서를보급하는데 게으르고 또 읽지 않는다면 우리의 생각이나 가치관은 별 수 없이 세속적인 것들이 자리잡을 수밖에 없다.

필자는 3년 전 사간동에 있는 어느 절에서 “내일 세미나가 있으니까 오늘 저녁 안으로 서고에 책을 채워 달라”는 부탁을 받고 밤 9시 30분까지불서를 가지고 가서 정돈까지 해드렸으나, 3년이 지난 아직도 300만원 가량을 못받고 있다. 이름만 대면 금방 누구나 다 아는 스님임에도 불구하고 주지 않는 것을 어떻게 할 것인가. 속인 같으면 소송을 해서라도 받지만 스님께 그럴 수도 없고…. 죽어 지옥에 빠지지 말아야 할텐데 어쩌다 이 글 하나 때문에 극락은 나의 시야에서 저만치 멀어져만 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나는 각 종단의 총무원과 큰 사찰 100여 곳에서라도 연간 불서구입비로최소한 1,000만원은 책정, 구입해야 한다고 본다. 그것이 불제자된 도리요의무요 책임이다.

지난해 지리산 화엄사에서 580만원 상당의 불서를 구입해 가면서, 앞으로는 매년 이 정도 불서를 구입할 계획이라고 했다. 나는 오직 화엄사 한 곳을 보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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