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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고승들에게 배운다-천태덕소

기자명 정병조
  • 해외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천태덕소는 법안종(法眼宗)의 2대조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처주(處州)의용천(龍泉)이 고향인데 18세때 출가하였다.

출가후에 여러 스승을 만났는데, 대동(大同)선사, 거순(居循)화상등이 특히그를 아꼈다. 그러나 법연(法緣)을 얻지 못하고 방황하다가 법안문익(法眼文益)의 문하에서 대도를 이룬다. 전기에는 덕소 스님이 쉰네명의 큰스님들을역방(歷謗)하였다고 한다. 물론 《화엄경》』입법계품에 나오는 선재동자의53선지식이 연상된다. 또 다분히 그를 의식해서 의도적으로 만든 `만남'일수도 있다. 그러나 덕소 스님이 많은 스승을 찾아 헤매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 아닌가. 옛부터 구도에는 왕도(王道)가 없다고 하였다. 즉 선지식을 찾는 그 마음이 이미 구도의 의지일 수 있다. 사실 중국선사들은 그 삶이 지나치게 드라마틱하다. 법담(法談) 한마디에 깨우치고, 할 방망이에 곧 대각을 이룬다. 그러나 우리가 눈여겨 보아야할 점은 그 벅찬 깨침의 순간보다,오히려 `과정'이 아닐까 한다. 특히 끈질긴 구도의 집념에 관심을 쏟아야 한다. 덕소는 그 뼈아픈 구도의 과정을 진행시킨다. 보통 사람으로는 상상도하기 어려운 박대와 질시를 견디면서 묵묵히 제 갈길을 걸어간다. 사실 도(道)란 그 힘겨운 과정속에 있다. 서양의 실존철학자 니체도 말한바 있다.

“진리란 피와 땀으로 대지를 갈듯이, 그 치열한 `과정'속에 있다. 모든 상주적(常住的)인 진리는 가짜이며, 파괴되어야 한다.”(wille zun macht. 권력에의 의지)

또 하나 덕소 스님에게 특기할 점은 고려불교와의 관련성이다. 당시는 당나라가 쇠퇴하던 즈음이었고, 이미 중국의 천태교학은 서서히 사양으로 접어 들던 때였다. 그는 이웃나라 고려로 사신을 보내서 당시 고려에서 유통되던 천태교전을 모두 베껴 오도록 한다. 이로서 단절위기에 놓였던 중국의천태교학은 다시 부흥의 계기를 이루게 된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고대의 중국이 불교선진국이었다고 인식한다. 그렇기 때문에 늘 중국적인 영향하에서 발전해 온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갖게 된다. 그러나 신라·고려를 통해 이미 불교의 역수출은 잔잔히 진행되고 있다. 특히 이번 경우처럼 특정한 인물이 중국으로 건너간것이 아니라, 오히려 중국측이 부족한 지료를 보충했다는 것은 의미심장한 일이다.

선사이면서 천태교학에 관심을 가졌다는 것은 덕소의 사상적 토대가 선교융합적이라는 뜻이다. 중국선종은 대체로 임제종적인 특색을 갖는데 천태덕소는 예외였다. 그는 간화선(看話禪)을 비판한 인물이다. 이미 당시의 불교는 상당히 세력을 잃고 있었다. 이제 더 이상 불교는 선(禪)이니, 교(敎)니하는 교리적 논쟁에 머물 수 없게 되고 말았다. 역사적으로 중국의 경우에는 유·불·도가 대립적인 경우가 많았다. 삼무일종(三武一宗)의 난(亂)도따지고 보면 타종교들의 불교에 대한 박해사례이외에는 다른 것이 아니다.

그런데 덕소스님때 빚어진 법난은 조금 다른 경우이다. 즉 승단의 타락을문제삼았고, 그 이면에는 불교재산을 몰수하려는 국가적 음모가 잠재해 있었다. 따라서 덕소 스님은 그와 같은 외침(外侵)에 대한 대항논리로서 선교융합을 표방하게 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세수(世壽)는 82, 법랍은 65세였다.


정병조/동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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