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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치료 - 서광 스님 지음

기자명 김민경
  • 불서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아만과 독선이 모든 고통의 근본 원인


이역 만리 미국에서 심리학 박사과정을 이수하고 있는 서광 스님과의 인터뷰는, 예상대로 등에서 식은 땀이 줄줄 흐르는 만남이 되었다.

먼저 서광 스님의 이력을 소개해보자면 - 효성여대와 이화여대 대학원에서 심리학 전공, 운문사 명성 스님을 은사로 득도 후 9년전 미국으로 건너가 보스톤대학에서 종교학으로 석사학위를 딴 뒤 현재 세이브룩대학원 심리학 박사과정에 있음. 보스톤 서운사 주지. 편역서 『불교상담심리학 입문』과 『그냥 바라만 볼 뿐이다』를 내고 이번에 본격 불교상담서라 할 수 있는 『마음의 치료』를 펴냈다.

『마음의…』는 월간잡지 「불광」에 6년여 동안 연재한 원고와 운문회보 등 여러 매체에 기고한 글들을 모은 책이다. 스님에게 마음의 건강문제에 대한 해결을 의뢰한 수많은 불자들과의 만남을 △결혼 가정 행복 △참 나 찾기 △성장과 변화 그리고 만남 △깨달음을 향해서 등 4가지 주제로 분류, 정리했다.

출가한 스님이 서양의 심리치료 기법을 바탕으로 불자들을 상담하고 그 해법을 불교적 관점에서 제안-기술하였다는 점에서부터 몹시 흥미를 끄는 이 책은 그 내용을 들여다 볼 수록 읽는 이를 경악케 하는 갖가지 ‘지뢰’가 매설돼 있다.

가볍게는 스님이 부부 사이, 여성과 남성 사이의 문제와 그 핵심부분에 대해서 어쩌면 이렇게 달관의 경지가 느껴질 만큼 해박할까하는 놀라움에서 시작하여(스님은 이러한 시선도 차별심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인간의 근본적 욕망과 고통의 근본 원인에 대한 정확한 적시, 그리고 그에 대한 딱 그만큼의 자신감 가득한 해결방안도 그러하거니와 마음이 병든 사람에게 있어서 수행이란 그 자체가 오히려 고통이지 해방의 길이 될 수 없으므로 병든 마음을 치료한 후에 깨달음의 길로 나아가길 권하는 주장들에 이르러서는 넓은 바다에서 나무판자를 붙잡은 눈먼 거북의 심정이 되고 만다.

스님이 책에서 시종 일관 주장하는 것은 “진리의 세계, 부처의 세계로 나아가는데 있어서 가장 큰 마음의 병은 아만과 독선이며 바로 그 아만과 독선의 대표적인 예가 각종 편견과 차별심이다”는 내용이다.

이러한 시각을 바탕으로 하여 스님은 “완전한 사랑과 자비로 있는 그대로의 모습과 현실을 직시하고 수용하여 수행을 방해하고 마음을 병들게 하는 무지의 고통에서 벗어나라”고 제안한다. 고통을 쉽게 벗어 날 수 있는 방법으로 스님이 제시하고 있는 것은 보살의 길을 따르고 실천하라는 것. 보살의 사랑은 세속의 사랑과 달리 실망과 좌절과 분노의 고통을 절대로 부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스님이 세이브룩대학원에서 연구하는 내용은 초자아심리학(transpersonal psychol ogy)이라는, 우리에게는 다소 낯선 분야이다. 서양심리학에 불교와 요가 힌두교, 도교, 유교 등 다양한 동양종교를 접목시키는 학문으로 그동안의 서양심리학이 중생의 마음의 병을 치료하는데 노력을 경주했다면 이 초자아심리학은 그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중생에서 부처가 되는 길을 연구하는 심리학이기도 하며 불교 자체를 이해하기보다는 불교를 활용하여 마음의 병을 치료하는 첨단심리학이다.

마음의 치료에는 마음속에 깃든 병인을 가려내 치료하겠다는 의지와 그에 대한 방법론이 고루 잘 제시되어 있다.

여러모로 매력 깊은 책이지만 이 책을 읽을 이들에게 특히 주목하라고 일러두고 싶은 부분은 제4장 ‘깨달음을 향해서’의 전반부이다. 불교의 깨달음을 등산에 비유하여 가며 깨달음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대목인데 경전과 계율, 수행이 깨달음과 어떤 상관관계를 갖고 있는지 스님 특유의 명쾌한 논리와 어법으로 술회하고 있어 깨달음의 길에는 나섰으나 다소 자신감이 부족한 불자라면 꼭 읽어보길 권한다.

스님과의 인터뷰는 사진기가 말썽을 부려 이틀에 걸쳐 진행됐다. 총 다섯 시간 너머 진행된 대화는, 묻고 있어야 할 기자는 늘 대답을 하고 있고 스님이 오히려 기자에게 많은 질문을 하는 이상한 ‘취재’가 되었다.

결국 밑천을 다 드러내어 한없이 부끄러워진 기자에게 서광 스님은 “나에게 있어 수행법은 사람을 만나는 일이며 나는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아픔과 좌절, 사랑과 행복, 즉 살아있는 아름다운 삶의 예술을 통해서 부처님을 만나고 불보살님을 만난다. 그 속에서 나는 나 자신의 무지와 욕망을 깨우친다”고 위로해 주었다.(불광출판부, 9000원)



김민경 기자
mkkim@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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