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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성 실추가 불교환경운동에 끼칠 악영향은

기자명 안문옥
  • 교계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NGO와 공조 난항…수행환경 명분 약화

'산이 이미 파헤쳐진 상태인데 반대운동을 한다고 공사가 백지화되겠습니까?'

지난해까지만 해도 청운재단의 계룡산국립공원 내 자연사박물관 공사를 강경하게 저지하겠다던 동학사 스님들의 이해할 수 없는 답변이다.

공사 저지에 적극 나섰던 동학사의 태도가 급변한 이유는 무엇일까.

'일부 지역주민들이 찬성하고 있어 굳이 반대 운동을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는 게 동학사의 궁색한 답변이다. 또 ' 사찰의 모든 현안이 주지 스님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자칫 홀로 반대 운동을 하다가는 개인적으로 피해를 입을 염려가 있기 때문에 함부로 나설 수 없는 상황' 이며 ' 반대 운동을 해 지율 스님처럼 주목받고 싶지 않다' 는 실망스런 변명을 늘어놓았다.

동학사의 이러한 태도는 각 지역의 명산에서 진행되고 있는 난개발을 막는 마지막 보루는 '불자와 사찰' 이라는 등식에 흠집을 내기에 충분하다. 아울러 전국의 사부대중이 지난해 펼쳤던 북한산 관통도 저지 운동과 지율 스님 천성산-금정산 관통도 백지화 운동으로 일구어낸 '불교=환경 제일 종교' 라는 인식에도 악영향을 줄만하다.

계룡산 자연사 박물관 뿐 아니라 금정산-천성산 관통도 건립의 백지화 운동에 대한 범어사 스님들의 태도도 교계 환경 운동의 순수성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현재 부산 시청 앞에서 지율 스님이 펼치고 있는 관통도 저지를 위한 단식 투쟁에 범어사 스님들은 대단히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관통도 백지화를 위한 대책위 활동을 직접 관장해야 할 소임을 맡고 있는 범어사 대중 스님조차 지율 스님의 단식에 힘을 싣지 않고 있는 것이다.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 운동이 있었던 지난 2월 중순께 범어사 스님들은 선거가 끝나면 동참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그러나 선거가 끝난 후부터 3월 7일 현재까지 몇몇 스님들이 지율 스님의 단식 캠프에 들러 격려를 했을 뿐 부산 지역의 신부나 타종교인들도 함께 하는 단식에는 동참하지 않고 있다. 범어사 한 대중 스님은 ' 단식 30일째를 맞아 열린 기자회견에 참여해 앞으로 반대 운동에 나설 것을 논의 중' 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거듭 밝혔다.

시민 환경 단체와 통영지역 사암연합회가 함께 해 어느 정도 힘을 얻었던 통영시의 미륵산 케이블카 저지 운동 역시 최근 사암연 사찰들의 미지근한 태도로 어려움에 처해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교계 환경 운동의 순수성이 퇴색해 끼칠 수 있는 악영향으로는 불교계가 난개발을 저지할만한 명분을 잃을 수 있다는 점과 함께 신뢰성을 의심받아 지역 시민-환경 단체와의 공조가 갈수록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불교계의 이기적인 환경운동은 그 힘을 증폭시켜 수행환경이나 자연환경을 보존하는데 큰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들에 대한 교계의 자성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등록자 '반견석인' 이란 네티즌은 조계종 홈페이지에 '지율 스님이 홀로 투쟁을 하는 것을 지켜만 보고 있는 교계 환경단체들은 참회해야 한다' 며 강하게 비판했다.

지율 스님의 투쟁에 대해 부산 지역의 한 불교 지도자들은 '자신의 명예를 위해 환경운동을 하는 스님도 있고 저렇게 목숨을 걸면서 산을 지키겠다는 이 시대의 진정한 '산감' 도 있다' 며 씁쓸해 했다.



안문옥 기자
moonok@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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