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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의미를 생각하는 교육을

기자명 법보신문
  • 사설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일찍이 석존께서는 말씀하셨다. 탐욕과 분노 그리고 어리석음이야말로 인간성을 상실케 하는 가장 큰 세가지 독소(삼독)라고, 평소 성실하고 유능하다고 평판난 한 중년 대학교수의 잔혹한 부친 살해는 그 극치의 사례라 하겠다. 경악과 분노, 슬픔과 좌절감을 가누지 못할 일이다.

알려진 바로는 경제적으로도 상류계층에 속하는 그는 주변의 좋은 평판과는 달리 물질적인 탐욕이 컷던 것 같다. 교수신분으로 영리사업에 직접 뛰어들었던 것이 그 단적인 증거라 하겠다. 부모는 북한에서 월남한 실향민으로 매우 검소하고 건실했으며 자녀 교육도 엄격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생각컨대 미국유학을 통해 물신주의에 젖어 부모의 유산상속에 집착했던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이런 아들에 대해 아버지는 점차 회의하기 시작했고, 이러한 회의는 유산의 상속에 대한 생각에도 연결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서 탐욕의 노예가 된 아들은 여러가지로 갈등하게 되었고 그 갈등은 나름대로의 분노로 발전하게 되자 가치판단이 전도되어 극도의 어리석음에 이르게 되었다 하겠다.

이번 부친살해의 범인은 어려서부터 공부도 잘해 국내외의 명문대학에서 수학했다. 그러나 완전범죄를 위해 추리소설과 해부학서적을 탐독하고 치밀한 사전준비와 철저한 위장술까지 동원했다. 따라서 이 사건은 도덕성이 밑밭침되지 못한 지식이나 논리적 사고가 얼마나 무섭고 위험스러울 수 있는가 하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이제 모두가 삶의 의미 자체를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야할 때이다. 시장경제 체제는 건전한 윤리의식과 법질서가 사회적으로 견고하게 뿌리박고 있지않을 경우 도덕적으로는 가장 취약한 사회이다. 각종 상업적 광고와 선전이 탐욕과 향락을 부추기는 문화이기 때문이다.

이의 극복을 위해서는 부모 자신들부터 검소하면서도 질 높은 삶을 영위해가지 않으면 안된다. 자고 새면 당리당략이나 일삼는 이전투구식의 정치풍토도 개선되어야 한다. 사회의 고용 체제도 지식이나 기술 중심의 능력에 앞서 사람의 됨됨이를 우선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학교교육 또한 인간교육의 본질을 회복하도록 시급히 개혁되어야 한다.

원래 한국교육의 전통에 있어서는 학교교육 못지 않게 교육적 기능을 잘 발휘하게 하는 사회적 명예제도가 있었다. 충신, 효자, 효부, 의부, 열녀등에 대해 포상하고 사회적 신분이나 지위를 높여주는 정표의 제도가 바로 그것이었다. 교육의 개념이 실제에 있어 오늘날처럼 학교교육만으로 축소된 것은 일제식민지 시대와 8.15광복을 거치면서 이루어졌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앞서 예시한 바 있는 몇가지 영역의 개선은 이러한 전통을 현대적으로 계승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져 가정과 학교 그리고 사회의 교육적 기능들이 서로 연결됨으로써 그 실효를 거둘 수 있게 되어야 할 것이다.

다시 강조하거니와 인간교육의 본질을 회복하기 위한 교육은 삶의 의미자체를 처음부터 다시 생각하게 하는 교육에서 출발점을 찾아야 한다. 여기에서 탐욕과 분노 및 어리석음을 잠재우고 정화시켜 나 자신의 존재방식 자체를 성찰하고 투시하는 명상을 통해 지식이나 기술 이전의 인간 됨됨이를 위한 기반을 갖추게 하는 것은 본질적인 중요성을 지닌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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