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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근본이 위태롭다

기자명 이기영
  • 사설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교수 살부사건을 비롯해 덕산그룹의 석연찮은 파산사건등 이와 유사한 대소의 사건들이 우리사회에는 연이어 일어났다. 다소 성질은 다를지 모르지만 롯데의 화재는 아현동의 도시가스 폭발과 궤를 같이하는 인간들의 부주의 내지는 방심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중의 하나로 보아도 무방하다.

꽤 착실한 기업이었던 유원건설이 파산했다는 소식이 신문지상에 나온 것을 보았지만 나는 요새 이 나라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갖가지 양적팽창의 의욕과 그 과정이 웬지 시커먼 먹구름을 자초하는 폭풍전야의 기상과 같이 느껴져서 불안감을 감출수가 없다.

`너야 느끼던 말던 상관할 바 아니다. 경기는 호황이고 GDP도 이렇게 늘었다'라고 비웃을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일찍이 70년대에 경제발전을 시작할 무렵에 나는 이미 오늘 이와같은 사태들이 발생하리란 예견을 하고 우리는 지금 돈버는 목적을 잘 확립하고 돈버는 방법에도 신경을 써서 우리나름대로의 떳떳한 철학을 갖고 `근대화'를 해가야 할 거라고 소리쳐 보았었다. 그러나 그때에 내 목소리는 요란한 록앤롤의 소음속에서 지워지고 말았었다.

지금도 가만히 귀를 기울이고 이 땅위의 사람들이 내는 소리를 들어 보면다 어딘가 꾸밈이 있는 소리, 억지가 들어 있는 목멘 소리들 같아 뭔가 오싹 할때가 있다.

어디에 무위의 진인이 있는가? 도대체 종교는 무얼 해 왔는지? 정치가,언론인, 기업가, 교수, 판사, 검사 당신네들은 인생을 올바로 사는 고민따위는 안해도 된다고 생각하는가? 만약 당신네들이 자기의 인생을 단순히 돈내는 일에 바치고, 인생의 보다 깊은 의미를 탐구하고 참으로 인간답게 사는 길에 충실하지 않았다면, 그래서 이웃에게 피해를 입혔다면 오늘 이 사회의 위험한 상황은 당신네들의 책임하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나는 내가 예외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는 나의 무력을 탓하고 참회하면서 죽을 수도 없는 인생의 마지막 몇해를 안간힘을 다해, 진리를 이야기하고 진리를 생각하자고 외치며 산다.

오늘, 이 사회의 죄악은 그 근본을 치유하지 않는 한 계속 늘어만 갈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인간이 자연과 더불어 중생과 더불어 생명의 근원을 같이 하는 일체다 라는 진리를 모르고 살고 있다. 이 무지라는 악마가 사람들의 마음을 오염시켰고, 이 오염된 마음은 욕심으로 변하고 가지가지 범죄적 심리만을 낳았다. 그리고 인간은 그 죄악을 호도하고 은폐하는 소위 문명이란 것을 만들어냈다.

요새 우리사회 일각에서는 이 시대의 도덕적 무정부상태를 유교적 예로써 고치자는 제안도 심심치 않게 나왔다. 마음이 썩을 대로 썩은 자식에게 효심이 어떻게 쉽게 생길 수 있을까? 사회전반의 공기가 탁하니 말이다.

`도'가 안보인다 싶을 때, 사람들은 덕을 말한다. 덕도 없다 싶을 때 인을 강조한다. 이 인도 사라졌다 싶을 때, 의를 내세운다.(의리다 정의다 의무다 이런 것을 강조한다는 말이다). 이 의도 찾아보기 어려울 때, 사람들은 예를 강조한다. 예라는 것은 도의 꽃이요 난의 시작이다'

장자의 이 말을 음미해 볼만한 일이다. 우리는 가식과 위선이 깃들일 수 있는 형식윤리, 규범윤리의 인습에서 벗어나야 한다. 불교에서도 지나친 율의 중심의 형식윤리가 아직도 판을 치고 있다.

근본을 알고 근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마음이 순수하고 소박해 지는 일, 그것이 심청정이 아닌가? 나와 나 아닌것의 대립을 항상 나를 중심으로 생각하는 마음, 그것이 모든 범죄의 발단이 되는 마음이다. `나' 밖에 모르는 사람들이 `내것'만을 챙기려고, 자기가 이 세상에 있게 된 그 숱한 은혜로운 인연들을 무시하고 폭주하는 아귀 정치인, 아귀 자본가, 아귀 공무원,아귀 종교인, 아귀 교육자, 아귀가 되려다 못된 것이 분해 남의 치부만 밝히는 언론인…. 나도 내 몸 어느 구석엔가 숨어 나를 거짓에로 몰고 가려는 이 아귀의 마음을 경계하면서 다시한번 외친다.

우리 한국사람은 진리를 알고 진리를 따라서 살려는 사람들이라는 이 한가지 인상을 세계인들에게 줌으로써 지금까지 받아온 오랜 수모에서 좀 벗어나 볼수는 없을까?


이 기 영<한국불교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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