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오신날을 특별히 기념일로 제정한 것도 사실은 이런 데에 더 큰뜻을 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법화경》 방편품에는 부처님께서 이 세상에 오신 목적을 밝혀 놓았다."부처님 되신 바의 깨달음을 중생들 앞에 개방하기 위해 이 세상에 오셨으며, 중생들에게 깨달음의 세계가 어떤 것인가를 여실히 보여주기 위해 이 세상에 오셨으며, 그리고 그것을 모든 중생들에게 각기 자기 것으로 만들어주기 위해 이 세상에 오셨으며, 나아가서는 중생들이 그것을 영원히 향유하는 주인공이 되게 하기 위해 이 세상에 오셨다"고. 이것은 중생들의 출생과 완전히 다른 점이다.
우리는 업력의 소산으로 우리 자신도 모르게 이 세상에 출생했지만, 부처님께서는 원력에 의한 목적을 가지고 이 세상에 오셨던 것이다. 다시 말해서 부처님은 철저히 중생을 향해서, 중생을 위해서, 중생을 구제할 크나큰 사명감으로 오신 것이다. 이런 점을 상기해 볼 때, 부처님 오신날에 즈음하여 우리는 필연적으로 부처님을 향하여 가져야 할 마음이 있다.
그 첫째는, 감사하는 마음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이 세상의 무엇보다도 소중히 여기고, 사랑한다고 자인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우리 스스로가 우리 자신을 학대하고 박해하는 삶을 산다. 어떤 것이 진실로 자신을 사랑하는 행위인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이런 무지(無知)에 의한 자기애(自己愛)는 모든 것이 전도되기 마련이다. 곧 자신을 유익하게 한다는 것이 손해가 되고, 자신을 편안하게 한다는 것이 고통을 양산하는 것이 되고, 자신을 행복하게 한다는 것이 불행을 자초한 것이 된다. 이처럼 자기 자신에 대하여 장님과 같은 우리를 눈뜨게 하여 참된 자기애를 실현시키기 위해 부처님께서는 우리 곁에 오셨으니, 그 크신 사랑을 우러러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둘째는,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살았는가 자신을 뒤돌아보는 마음이다. 불완전한 우리가 완전한 부처님의 가르침을 차용함은 실로 현명하고 슬기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자신의 생각, 자신의 주관, 자신의 판단에 의해 결정하고 결행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즉,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고 자기 자신을 따르는 것이다. 이런 경우는, 마치 자를 사용하지 않고 곧은 선을 그으려는 것처럼, 옳은 것과 바른 것에서 벗어나, 많은 허물을 갖게 되기 십상이다. 그러므로 자신을 되돌아보고 그런 결점이 있다면, 다시금 부처님의 가르침을 자신의 중심 속에 끌어 들여, 이른바 무명(無名)의 업(業)을 지양토록 해야 할 것이다.
부처님께서 이 세상에 오시어 우리들 앞에 제시한 최고의 가치는 깨달음이다. 깨달음이야말로 우리가 추구하는 자유와 평화와 행복의 조건이면서원리라는 것이다. 이것을 우리가 이성적으로 긍정한다면, 위에서 말한 두 가지 마음으로 부처님 오신날을 맞이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부처님이 우리를 향해 오심에 대한 응답으로서, 우리도 부처님을 환영하는 뜻이 된다. 이런 교감이 없다면 우리는 무엇을 근거로 부처님이 이 세상에 오셨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오오 기쁘고 기쁜지고
강가에 당도한 4월 초파일 밤
멀리서 등불 들고 온 흰 옷의 동자가 있어
눈 앞에 돛폭을 올리는 빈배가 보이나니.
청화/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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