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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권 포기…관람료 인하…"합의 왜 했나"

기자명 이학종
'분리징수 봉합' 총무원-정부 14일 합의 이후 교계 반응

국립공원입장료 분리징수 사태와 관련, 조계종 총무원(이하 총무원)이 지난 10월 14일 정부와 합의한 3개항은 '차라리 안하니만 못한 굴욕적 결과'라는 게 교계의 대체적인 여론이다.

먼저 ‘문화재관람료와 국립공원입장료 조정시 조계종과 국립공원관리공단 및 관계기관이 협의한다'는 합의사항은 조계종이 힘겹게 얻어낸 문화재관람료 관리에 대한 자율권을 송두리째 포기한 것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더욱이 ‘협의된 문화재관람료와 공원입장료에 한하여 합동징수한다'는 합의내용은 조계종이 문화재관람료를 자율적으로 인상할 경우 공단은 언제든지 다시 분리징수를 하겠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총무원이 무엇때문에이같은 굴욕적 내용에 합의를 해야 했는지의 배경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여기에 조계종이 가장 심혈을 기울여 주장하고 요구했던 국립공원입장료의 폐지 문제가 ‘국가재정형편 등을 고려하여 검토추진한다'는 선에서 얼버무려진 것도 다수 불자들의 비난을 사는 부분이다. 이는 사실상 조계종이국립공원입장료 폐지에 대한 그동안의 강경한 입장을 철회한 것에 다름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국립공원입장료 폐지를 촉구함으로써 분리징수 파문의 원인을 해소하고 나아가 불교계가 돈만 밝히는 집단이 아니고 국민의 이중부담을 줄이는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을 홍보하려던 의도는 이 합의로 사실상 폐기된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국립공원입장료 폐지요구를 사실상철회함으로써 불교계는 합동징수를 위해 국민을 기만하고 명분까지 저버린부도덕한 집단이라는 부담을 안게됐다.

그나마 이번 합의에서 성과라는 할 수 있는 ‘공원입장료 수입의 일부를 사찰에 지원한다는 것을 자연공원법에 명문화하는 것'도 앞의 두 가지 치욕적 합의를 상쇄할 만큼의 대단한 것은 아니라는 게 교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에따라 총무원은 앞으로 교계 안팎의 적지않은 비난에 직면할 것이 확실해졌다. 우선 조계종내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민족문화수호를 위한 교구본사주지모임'(이하 본사주지모임)이 즉각총무원의 대정부 합의사항에 반발하고 나선 것은 어쩌면 총무원이 앞으로들어야할 비난의 시작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총무원이 정부와 합의를 한 당일인 14일 오전, 총무원장을 만나 직접 국립공원입장료 폐지에 대한 자신들의 단호한 입장을 전달한지 불과 수 시간만에 총무원이 굴욕적인 합의를 한데 대해 본사주지모임은 일종의 배신감마저 느끼고 있는 분위기다. 이들은 이날의 만남에서 총무원장 월주 스님이‘국립공원입장료 폐지에 대한 종단과 정부간의 합의는 분명하다'고 거듭강조해놓고 이를 정면으로 뒤집는 합의를 한 것은 교구본사주지들에 대한총무원의 시각이 어떤 것인가를 드러낸 것이라는 불쾌한 입장을 감추지 않고 있다. 집권여당 즉, 신한국당 관계자의 사찰출입을 엄금하는 등의 13일에 있은 강경한 내용의 결의를 그대로 이행할 것이라는 본사주지모임의 입장은 이러한 배경 속에서 나온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실제 본사주지들은 18일부터 본말사에 게시할 신한국당과 내무부, 국립공원관리공단 관계자의 출입을 금한다는 내용의 현수막 제작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말사에 관한 한 총무원 이상의 장악력을 갖고 있는 본사주지들의 이같은독자적인 행보는 종단 종무행정의 집행부인 총무원의 입지를 크게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총무원과의 합의만 이끌어내면 될 것이라는 계산을 했을 것으로 보이는 정부도 본사주지모임의 강력한 반발에 적지않은 부담을 가질 것이 확실하다.

여당 관계자들의 산문출입을 봉쇄하기로 한 것은 국민과 불교를 이간질한당사자가 바로 정부여당이라는 점을 불자와 국민에게 홍보하겠다는 것으로얼마남지 않은 대선판도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13일 교구본사주지모임에서 국립공원입장료 폐지 약속을 끌어내기 위해 최소한 대선까지 이 문제를 끌고가야 한다는 의견이 분출, 본사주지들이 국립공원입장료 폐지를 대선과 연계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은 주목되는 부분이다.

특히 본사주지모임은 총무원이 14일의 합의내용에 대해 자신들과 사전에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에 밝힌 데 대해 불쾌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늦어도 1∼2년내에 국립공원입장료를 폐지한다는 데 원칙적인 정부와 합의를 했다'는 총무원장의 이야기를 믿고 ‘그렇다면 국립공원입장료 폐지를 전제로 해 폐지때까지 합동징수를 할 수 있다'는 의견을 개진한 것뿐인데, 마치 14일의 굴욕적인 합의가 본사주지모임의 사전동의를 거친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는 것이 본사주지들의 주장이다.

본사주지모임은 또 총무원이 해인사 등 7개 사찰의 인상된 문화재관람료를 많게는 5백원에서 1백원까지 인하조정한 것도 스스로 불교의 위상을 포기한 결정이라는 비판을 하고 있다. 특히 법주사와 신흥사의 문화재관람료를 관람료위원회가 결정한 인상액 그대로 합동징수하기로 한 것은 본사주지모임의 결속을 흐트려뜨리려는 정부의 의도가 깔린 술수일 수도 있다는 데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교계 일각에서는 합동징수에 급급해 국립공원입장료 폐지요구를 헌신짝처럼 폐기시켜 결과적으로 국민과 종도들을 기만한 이번 총무원의 대정부 합의로 불교계의 대사회적 위상은 급격히 추락할 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하고있다. 지금까지 정부와의 협상에서 번번이 ‘농락'을 당해왔으면서도 이번에 또다시 굴욕적 합의를 함으로써 마지막 남은 보루라고 할 수 있는 토지소유자로서의 권리마저 상처를 입게됐다는 것이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총무원인지 모르겠다. 총무원이 불교의 이익을 대변하는 곳이냐 아니면 정부산하 기구냐'는 노골적인 탄식이 스님들 사이에서 터져나오고 있는 것은총무원에 대한 종도들의 불신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는 반증으로 보인다. 총무원의 14일 합의가 불교계내에서 용도폐기되는냐 아니면 그대로 적용되느냐의 여부는 교구본사주지들의 행보에 달려있다는 시각이 많다. 특히오는 24일 저녁 신흥사에서 있을 제8차 본사주지모임은 교계의 분위기가 어느쪽으로 결정될 것인가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본사주지모임이 다시 한 번 총무원의 14일 합의를 거부하고, 예상대로 산문폐쇄 단행을 결정할 경우 국립공원입장료 분리징수 파문은 총무원이제외된 채 정부와 교구본말사간의 직접적 대응이라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러나 만에 하나 교구본사주지모임이 각 사찰의현실적인 정황에 이끌려 분열된 모습을 보인다면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총무원과 정부간의 합의대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

어쨌든 지금 조계종의 형국은 안수정등(岸樹井藤)에 비견된다는 시각이많다. ‘합동징수'라는 꿀맛에 눈이 멀어 칼끝을 핥는 어리석음을 범할 것인지, 아니면 공원입장료를 폐지시키는 결코 쉽지 않은 금단(禁斷)의 고통을 감내하고 다시금 자주권과 종교적 권위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인지의 기로에 서있다는 것이다.


이학종 기자
urubell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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