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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금화사 초등불교학교

‘어린이 법회 새바람’ 진원지

출석률 99%의 비결?
까다로운 입학조건 & 다양한 문화체험

결석하지 않는 아이들

열 살 남짓한 어린이들에게 일요일 아침은 꿀 같은 시간이다. 일주일 중 단 하루 늦잠을 잘 수 있는 시간이고 아침부터 텔레비전에서 방영하는 만화는 아침밥 먹는 것도 잊게 하는 유혹임에 확실하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다 뒤로하고 일요일 아침이면 무조건 절에 가는 아이들이 있다. 부산 금화사 초등불교학교 어린이들은 지금까지 늦잠이나 텔레비전을 핑계로 불교학교에 늦거나 결석을 한 일이 한 번도 없다. 어린아이들이 어떻게 그렇게 반강제적으로 보이는 행동을 할 수 있느냐고 의아해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출석률 99%는 금화사 초등불교학교의 특징 중 하나다.

자유분방하고 제멋대로이기 십상인 요즘 어린이들이 이처럼 불교학교를 열심히 다니게 된 첫 번 째 이유는 결석 3번이면 퇴학, 지각 3번이면 결석 1번, 조퇴 2번이면 결석 1번이라는 교칙 때문이었지만 이제는 어린이들에게 일요일에 불교학교 나간다는 사실 자체가 ‘습(習)’이 돼 버렸다. 물론 중요한 일로 인해 결석이 불가피할 때는 미리 사정을 얘기하고 양해를 구하면 결석처리 되지 않는다. 물론 이런 식으로 결석을 하게 되는 친구들은 극히 드문 편이라 대부분의 어린이들은 많아야 일년에 한 두 번 결석을 할 정도라고.



회초리 즐겨드는 ‘테러리스트 선생님’

금화사 초등불교학교에 자녀를 입학시키는 부모들은 불교학교 교장 김광호(법명 현묵) 법사와 한가지 약속을 한다. 그 약속은 다름 아닌 ‘회초리’의 사용이다. 금화사 초등불교학교에 다니는 어린이들은 잘못을 저지를 경우 김 교장이 갖고 다니는 죽비로 단단히 야단을 맞는다. 교육을 위해 김 교장이 사용하는 매를 거부하는 부모라면 아이를 금화사 초등불교학교에 보낼 수 없다. 김 교장은 애초에 “매를 사용할 것이니 그것이 싫다며 돌아가시오”라고 못박아 말한다.

부모보다도 학교 선생님보다도 따끔한 회초리로 야단을 치는 김 교장은 어린이들로부터 ‘테러리스트’라는 불명예(?)스런 별명도 얻었다. 테러리스트 이외에도 폭군, 독재자 등등의 김 교장을 지칭하는 별명이 여럿 있지만 어린이들은 자신들이 지어놓은 별명만큼 김 교장을 무서워하지는 않는다. 일요일 아침에 하는 만화 영화보다 김 교장이 들려주는 불교 얘기가 더 재밌기 때문에 불교학교에 빠지지 않고 나온다고 하는 걸 보면 김 교장이 아이들을 사로잡는 묘한 힘을 가진 테러리스트가 맞긴 맞는 것 같다.



개량한복 교복과 가방 지급

도대체 금화사 초등불교학교에는 뭐가 있기에 결석하는 어린이가 1%에 지나지 않고 죽비를 휘두르는 김 교장의 교육이 어린이들과 신세대 부모들을 사로잡은 것일까. 초등불교학교란 이름답게 다른 어린이 법회와는 성격이 분명 다르다.

김 교장이 주장하는 특성화된 어린이 법회를 하는 ‘특수목적학교’다. 일단 금화사 초등불교학교에 다니는 어린이들은 교복과 지정된 가방을 매어야 한다. 교복은 개량한복이고 가방은 걸망이다. 일반 사설 유치원의 천편일률적인 교복이나 가방과는 차원이 다르다.

초등불교학교의 수업은 찬불가와 불교교리 공부 및 특별활동으로 나누어 진행된다. 김 교장이 특별히 초빙한 대한불교교사대학의 최미선 사무국장이 어린이들에게 찬불동요와 율동 등의 레크리에이션을 지도하고 김 교장이 직접 불교 교리를 가르친다.

금화사 내에서 진행되는 이 두 가지 수업이외에도 어린이들은 연극, 영화, 오페라, 인형극 등의 문화행사를 관람할 수 있다. 어린이들이 보고 싶어하는 영화나 김 교장이 정서교육상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공연을 마음껏 관람할 수 있는 기회가 종종 생기는 건 다른 어린이 법회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금화사 초등불교학교의 또 다른 특징이다.



“부모의 신심이 입학 심사 1순위”

여느 사찰 어린이 법회에서는 보기 힘든 진풍경이 그려지는 금화사 초등불교학교에는 총 30명의 어린이가 다니고 있다. 김 교장은 고급 교육을 통해 고급 어린이 불자를 길러내기 위해 정원을 30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금화사 초등불교학교는 어린이들을 선착순으로 모집하지 않는다. 이곳에 들어오려면 여러 가지 까다로운 조건이 맞아야 한다.

일단 어린이를 포함한 어린이 가정이 불교집안이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건 어머니의 신행 생활. 아이를 불교학교에 맡겨놓고 관심을 갖지 않는다거나 불자로서 신행 생활을 게을리 하는 부모의 자녀는 금화사 초등불교학교에 다닐 수 없게 된다. 이런 것들을 체크하기 위해 김 교장은 미리 신청을 받고 일정 기간동안 어린이를 비롯한 어머니, 가정을 살펴본 후에 입학여부를 결정한다. 선뜻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으나 고급 불자를 길러내고자 하는 김 교장의 남다른 뜻이 담겨있는 신입생 선발 원칙이다.

김 교장의 초등불교학교 운영에서 눈여겨볼 만한 것은 학부모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지 후원을 끌어낸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김 교장은 학부모 상담을 의무적으로 실시하며 초등불교학교에 다니는 어린이들 중 병원을 운영하는 집 자녀가 있다면 부모로 하여금 불교학교 어린이들을 위해 의료봉사를 하게 하는 등 어린이에 대한 부모의 관심을 의도적으로 이끌고 있다. 어린이 포교는 학부모들의 관심과 후원 없이는 활성화되기 힘들다는 것이 김 교장의 설명이다.



금화사 초등불교학교 김광호 교장 부부“종교교육은 어릴 때 확실하게”



“초등불교학교를 운영하면서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뭐니뭐니 해도 종교교육입니다. 어릴 때부터 어린이들에게 불교교리를 가르치고 불교적 인성을 기를 수 있는 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해야 효과적인 교육이 될 수 있습니다.”

잘 다니던 대기업 직장까지 그만 두고 어린이 포교에 전념하겠다고 지난 1997년부터 금화사 초등불교학교를 운영해 온 김광호 교장은 “어릴 때부터 불교적인 환경에서 교육을 받으며 불자로 자라난 사람은 커서도 개종하지 않는다”며 “어린이들이 시시해서 불교학교를 떠나가지 않고 청소년이 돼서도 찾을 수 있는 알찬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장은 “올 6월 다니던 직장을 과감히 그만두고 불교활동을 마음놓고 할 수 있었던 건 아내 덕분”이라며 “일요일마다 불교학교에 함께 나와 어린이들을 돌봐주고 내 손이 미쳐 닿지 못하는 부분까지 신경써 주는 모습을 보면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김광호 교장이 열정적으로 불교학교를 운영할 수 있는 건 금화사 주지 대안 스님과 아내 이향화(44·법명 여여심) 씨의 물심양면 적극적인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글·사진=한신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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