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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기자명 김민경
  • 사설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지난달 27일 발생한 송광사 국사진영 도난소식을 접한 한 불교미술연구가는 "있어서도 안되고 있을수도 없는 일"이라고 흥분했다. 승보종찰 송광사에서 승보를 상징하는 국사진영을 도난당하다니 그게 말이 되느냐는것이다.

최근 문화체육부가 조계종 총무원에 보낸 자료에 따르면 90년부터 95년까지 도난당한 국가지정 문화재급 성보는 무려 2백7점에 이른다. 문화재로 지정받지 못한 유물, 신고되지 않은 도난사건까지 합치면 그 수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성보수난이 어제 오늘에 비롯된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점잖은 학자가그토록 흥분한 이유는 이번에 도난당한 성보가 보통 성보가 아닌 `승보'였기때문이다. 승보에까지 구분없이 뻗쳐지는 검은 손길 앞에 그 어떤 불교문화재가 온전할 수 있겠느냐는 분노이다. 송광사에서의 도난사건후 종단과 정부는 성보의 안전한 보호를 위한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성보박물관건립과 사찰 문화재목록의 재정비등이 대안으로 논의되고 있으나 보다 중요한 것은 도둑을 절 안에 불러들이지 않으려는 노력일 것이다.

사실 우리네 사찰들은 지나치게 개방돼 있다. 뭇 대중이 들고 나는데 사찰만큼 무심한 곳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출입의 제한이 없다.

불교가 가진 여러 미덕 중의 하나이겠고 혹은 `대도무문'(큰 깨달음을 배우려는 원력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그 문에 들어갈 수 있다는 뜻)의 불교정신에 근거한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현대에 이르러 그에따른 폐해는 결코작다고 할 수가 없다.

불자들에게는 신앙의 귀의처이고 수행자들에게는 출가본분을 이루는 곳이바로 사찰이다.

즉 휴식을 취하고 삶의 원동력을 재충전하는 곳이 `집'이라면 그 집을 낯선 사람들이 무시로 드나들때 집안에 사는 사람들이 마음의 안정을 유지하기란 매우 힘든 일이다.

게다가 소중한 유물들까지 호시탐탐 노리는 이가 적지 않은 상황이라면그안에서의 삶은 더더욱 고달파질 것이다.

성보를 훔쳐가던 도둑이 우연히 현장을 들켜서 폭력이라도 행사할지도 모를 일이니 산 속 사찰에서의 삶이란 수행은 제쳐두고 긴장의 연속이 되어버릴 수도 있다.

성보와 수행풍토가 함께 보호되려면 사찰의 부분개방 혹은 개방제한 조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불자들은 참배와 기도신청이 있을 때에만, 그리고 관광객들에게는 하루중일정한 단 몇시간만 사찰의 출입을 허용하는 방안이 검토되어야겠다.

이러한 조치들은 일견 불교와 대중을 유리시킨다는 우려를 살 수 있겠으나 지금 그보다 더 급한 것은 사찰과 그 속에 깃든 모든 것은 소중하고 함부로 손댈 수 없다는 인식을 이 사회에 뿌리내리게 하는 일이다.

절은 놀러오는 곳이 아니다. 구경의 대상도 아니다. 종교적 경건함을 지녀야 비로서 가까이 할 수 있는 곳이라는 의식이 실종된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성보도난은 계속 줄을 이을 것이다.


김민경 차장
mkkim@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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