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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회가 이래서야

기자명 법보신문
  • 사설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129회 조계종 중앙종회에서 `종회 무용론'에 이어 `종회 해산론'까지 거론 되었다고 한다. 이런 논의가 다른 사람도 아닌 종회의원들 자신의 입으로 거론되었다는 것도 놀랍거니와, 의원들이 `종회 해산 건의서'를 만들어20여명의 의원으로부터 서명을 받기까지 했다는데 이르러선 더한 충격을 느낀다. 물론 이런 움직임이 논의에 그치고 실제 종회가 해산하는 지경에까지이르지 않은 것은 그나마 다행일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이렇게 자기부정의 소리를 남발하는 일부 의원들의 행태에 실망하면서도 이렇게까지 하지않을 수 없는 오늘의 조계종 11대 종회의 문제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종회해산론이 나온 배경을 일차적으로 보면 의원들이 종회에 잘 출석하지않는데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번에 열린 종회가 내년의 종단 살림을점검하는 예산 종회인데도 종회의원들이 제시간에 출석하지 않아 오전 회의를 열지 못하고 오후 2시를 지나서야 정원의 과반을 겨우 넘긴 41명의 출석으로 회의를 열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저간의 사정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문제는 종회가 출범 3년동안 거의 이런 식으로 무성의 무책임하게 열려왔다는 점이다. 그렇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같이 의원들의 출석불량으로 성원조차 잘 안되는 종회가 과연 어떻게 종단의 중요문제들을 정말 진지하고 열의있게 논의하고 처리할 수 있었겠는가 하는 점일 것이다. 자세히 따져보지않아도 그런 종회의 역할미비와 존재의미 훼손은 넉넉히 짐작하고도 남음이있다.

94년에 이른바 개혁종단 출범과 함께 구성된 개혁종회에 대한 불자들의기대는 클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막상 세월이 흐르면서 11대 종회의 개혁적 성격이 대단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 드러났다. 대부분의 의원들이 눈앞의 권력이나 기득권앞에 소신도 양심도 헌신짝처럼 내동댕이침으로써 종도들의 기대를 저버리기 일쑤였고 맹목적으로 집행부를 두둔하거나 심지어 불미스런 사건에 연루된 혐의자를 노골적으로 비호하는 한심한 모습조차 거리낌없이 보이곤 했다는 소리가 도처에서 들리고 있다.

우리는 물론 종회의원이 모두 부처님같은 완성된 인격자라고 생각하지는않는다. 그렇지만 종회의원은 적어도 종단의 대표로 선출된 이들인만큼 책임과 사명감을 가지고 행정부인 총무원의 종단운영의 파행과 독선을 감독하며 혹 있을지 모를 부패와 부정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누구보다 적극적인활동을 해야함은 두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현실에서 종회의원들은 그런 불자들의 기대를 모두 저버렸다. `패거리' 이익에 앞장서고 개인의 이익을 챙기기에 게걸스러웠다는 소리까지들리는 판이다. 이래가지고는 종단의 살림이 제자리를 잡는다든가 불교의발전을 기한다든가 더나아가 부처님의 정법을 이땅에 널리 펴 고통바다의중생을 구제한다는 것은 말짱 헛소리가 될 것이 뻔하다. 일부 종회의원들의 종회해산론은 아마도 이런 무력 무책임한 종회에 대한 자기반성과 자책의 소리임이 분명하다. 우리는 그 절망적인 몸짓의 의미를 되씹으면서 난국에처한 우리 종단과 불교의 현실을 바로 잡기 위해 전종도가 깨어나야한다고믿는다. 그 동안 제정신을 잃었던 종회의원들이 회심하길 바라는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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