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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한국불교 오늘과 내일 3-불교 실버산업의 현실과 과제

기자명 남배현
  • 수행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사업성 검토없는 '실버' 황혼 울린다

보리수마을 개원 4년만에 빚 350억
규모는 작게…지자체, 전문기관과 협의 필요
입지조건·편의시설 등 여건 살펴야

90년대 중반부터 불기 시작한 불교 실버타운이 흔들리고 있다.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실버타운이 보리수 마을이 부도 위기에 놓여 있고 교계 안팎의 적지 않은 실버타운이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리수 마을을 비롯한 실버타운이 겪고 있는 재정의 어려움과 그 원인을 알아보고 불교 실버타운의 운영 현황을 짚어본다.

교계 실버타운 현황

"올 3월부터 식사가 유료화됐다. 한 끼 3,000원인 식사비를 아끼기 위해 대부분의 입주 노인들이 직접 밥을 해 먹고 있다. 입주 보증금은 받을 수 있을지 불안하다. 이러다 한 푼도 못받고 길 거리로 내 몰리는 건 아닌지 …."
강원도 양양 보리수 마을 입주민 천학범씨를 비롯한 150여 입주 노인들의 공통된 걱정이다.

'한국 최대 유료 노인복지시설' 강원도 양양 보리수 마을이 개원 4년만에 부도 위기에 몰렸다. 보리수 마을의 부도는 교계 실버산업에 많은 교훈을 준다. 충분한 재원없이 사업성을 검토하지 않은채 뛰어든 실버 사업의 결과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교계 복지 관계자들은 보리수 마을이 이 지경에 처한 원인으로 금융권으로부터 빌린 재원에만 의지, 사업에 착수했기 때문이라는 점과 함께 △운영주체인 사회복지법인 세웅실버의 일부 임원이나 직원의 공금횡령 △양양군의 관리감독 소홀 △세웅실버의 자산 운용능력 부재 △입주자 확충 실패 △세웅실버와 조계종과의 결별 등을 꼽는다.

한달 운용비만도 2,000여 만원에 달하는 보리수 마을이 현재 갚아야 할 빚은 채권 1순위자인 농협의 60억원과 채권 2순위 대한부동산신탁 91억원, 건설업체 70억원, 입주자 보증금(한 사람당 8,500만원) 100억원 등 350억원에 달한다. 이 중 당장 갚아야 할 악성 채무는 20여 억원에 달한다. 9월 4일 현재 채권금융기관을 비롯한 양양군, 입주자들이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단시일내에 보리수 마을의 정상적인 운용을 일궈내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보리수 마을 이외에 불교 유료 노인 복지기관으로는 성남의 성라원과 대구 보살선원, 온양 보문복지원 등 4∼5곳이 더 있다. 이들 기관의 운용 현황을 살펴보면 보살선원과 보문복지원의 경우 수용 인원이 30∼40명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비교적 작고 경기도 성남에 있는 성라원의 규모는 96세대를 유치할 수 있다. 입주를 위한 보증금과 생활비는 다소 차이가 있으나 한 사람당 2,500만원에서 5,000만원에 이른다. 세 곳 모두가 96년 이후 문을 열었으나 현재 운영상태는 큰 차이를 보인다. 규모가 비교적 작은 보살선원과 보문복지원이 입주 적정인원의 90%에 가까운 노인들을 모집한 상태이지만 성라원의 경우 30%가 약간 넘는 30여 명의 노인이 입주한 상태이다. 금융권의 도움을 받아 실버타운을 건립한 성라원은 입주자를 확충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으면서 직원 월급과 부식비 등 운영비 마련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바람직한 실버산업

보리수 마을을 비롯한 교계 실버타운의 운용실태를 살펴봐듯 실버산업은 90년 중반기에 인식됐던 수익성 높은 사업이 아니다. 적정한 규모에 기본 자산을 확충한 상태에서 출범한 실버타운의 경우 정상적이면서 지속적인 운영이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보리수 마을처럼 부도 위기에 직면하거나 파산할 수 있다.

조계종 사회복지재단 이호걸 과장은 "최소한의 자산 확보를 하지 않은 채 실버타운을 설립, 운용할 경우 자칫 건설업자나 채권금융기관의 빚잔치로 인해 실버타운 자체가 사라질 수 있으며 실버타운이 사라짐으로써 입주 노인들이 피해를 입는다"고 지적하면서 "실버타운 사업을 계획 중인 스님이나 불자라면 복지 전문기관이나 지자체 관계자와 운용방안이나 사업성에 대해 논의하고 사업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한다. "보리수 마을의 상황이 남의 일 같지 않다"는 성라원 원장 정덕 스님 역시 "기본 자산에 알맞은 규모의 실버타운을 건립할 것"을 요구하면서 "불교계 실버산업이 황혼의 노인을 울리는 사업이 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적정한 입지 조건 역시 실버타운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열쇠라는 의견도 많다. 공기 좋고 물맑은 곳이 건강에는 좋을 수도 있지만 가족과 더욱 멀어진다는 점에서 노인들이 입주를 꺼리는 이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 서울시내나 경기도 일산 신도시 건립된 실버타운의 경우 입주자 모집 3개월만에 정원 이상의 노인이 몰렸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해 주고 있다.


남배현 기자
nba7108@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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