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초심자를 위한 불교산책[42]-승가의 사회적 기능

기자명 법보신문

사회적 화합과 통합을 지향

불교 승가(승가, samgha)는 한마디로 해탈과 열반이라는 목적을 성취하기위해 출가한 수행자들의 종교적 공동체다.

그러나 승가의 존재이유가 단지 개인적인 정신적 목표의 성취에만 있다고보는데는 문제가 없지 않다. 월폴라 라훌라(Walpola Rahula) 스님이 승단을조직한 이유는 “자신의 정신적·지적 발전 뿐만 아니라 또한 타인에 대한봉사에 일생을 기꺼이 바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스님은 승가의 `사회적 의무'에 대해 분명하게 언급하고 있는 것이다.

“제자들이여, 많은 사람들의 이익과 행복을 위해서 길을 떠나되, 두 사람이 함께 가지 말라”고 하신 부처님의 가르침을 음미해 볼 때 스님의 주장은 충분한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된다. 또한 부처님은 제자들에게 출가수행자는 사람들로부터 시물(施物)을 받는 만큼 행에 철저해야 한다는 요지의 말씀을 설하신 적이 있다. 설법이 끝나자 1백20명의 제자 가운데 60명은 퇴보심을 일으켜 환속하고 만다. 이 내용을 살펴보면 부처님은 출가자에게는 분명히 일종의 `사회적 의무와 책임'이 있음을 깨우쳐 주고 계심을 알 수있는데, 60명의 제자들이 환속한 것은 이러한 사회적 의무와 책임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부처님의 생애를 생각해 보아도 알 수 있는 일이지만, 부처님 당시의 불교승가는 세간·세속과의 교섭을 단절한, 이른바 수도원적 생활을 영위하지않았으며 상당한 사회적 유대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러한 점 때문에 불교승단의 스님을 monks로 영역(英譯)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주장도 제기되고있다. 왜냐하면 monks는 `사회적 유대를 상실하고 있는 승려'의 의미이기때문이라는 것이다. 본래 종교적 은둔자를 뜻하는 monachus에서 파생된monks는 후일 세상과 떨어져 생활하는 단체의 구성원을 의미하게 된다.

여하튼 이러한 승가의 사회적 의무는 궁극적으로 사회적 화합과 사회적통합을 지향한다. 승가를 일반적으로 화합중(和合衆)이라고 하는 것처럼 승가의 생명은 화합이다. 승가 자체의 탄탄한 화합의 기반 위에서 승가는 다시 사회적 화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부처님은 사회적 화합과 통합을 위해서는 심지어 불교교단이 불이익을 당하고, 교단의 발전에 방해가 되는 일이 있더라도 관용의 미덕을 실천해야 한다고 가르치신다.

`교세확장'이라든가 `불교를 위한 불교' 또는 `불교인을 위한 불교'라고 할 만한 개념은 부처님의 가르침 속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그것은 원래 자이나교 신자였던 우팔리 장자와 시하 장군이 불교로 개종할 때, `앞으로도 계속해서 자이나교 교단과 승려에게 공양해야 한다'는 것을 조건으로 해서 그들을 받아들였던 부처님의 태도를 통해 극명하게 드러난다. 여기서 우리는 교단의 발전보다도 사회적 화합과 안정을 우선시하는 부처님의 한결같은 입장을 거듭 확인할 수 있으며, 따라서 `사회통합'은 불교 승가의 중요한 한 사회적 기능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