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만 방만했던 것은 물론 아니다. 언론도 제 구실을 못한 채 야합하였다. 고소득층은 이루 말할 것도 없지만 소위 중산층, 저소득층 할 것 없이일반적으로 너무 방만한 소비생활을 구가하였다. 이제 우리는 조용히 반성하고 각오를 다지고 준비를 해야 한다. 궂은 날을 위한 준비를 맑은 날에미리 못하고 날뛰기만 한 점들을 하나하나 되새겨 보아야 한다. 86년인 것으로 기억되는데, 역사상 처음이라던가, 백 억 달러의 무역 흑자를 낸 적이있었다. 그 뒤로도 그런 일은 다시 없었던 것으로 안다. 아무튼, 그랬더니당장에 주변의 공기가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갑자기 풍성하고 흥청대는 것이었다. 참 의아했다. 그 동안 매년 적자를 냈으니 백 억 달러 흑자 한번 내 보았자 외채 갚고 나면 흔적도 없을 텐데 어째 저럴까? 국제수지의 메커니즘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몰라도 그런 부분만은 분명히 너무도 천박했다. 우리가 매양 그런 식으로 살아왔다. 국가의 경제력에 걸 맞는 수준보다 몇 배 규모를 구가하는 소비생활이 이 지경으로 널리 보편화된 나라가 이 지구상에 다시 또 있을까 의심스럽다. 이런 파국을 맞지 않고 계속해서 승승장구했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었을 것이다.
갑자기 절약 운동이 우르르 끓어오르는데, 조금 형편이 괜찮다고 펑펑 써버리느라 우르르 들끓던 그 얄팍한 양은 냄비, 이 운동도 바로 그 냄비에서끓어오르는 것은 제발 아니었으면 좋겠다. 정치인들은 자기들이 마치 어디하늘나라에 있다가 갑자기 내려온 듯이, 지금까지 이 땅에서 벌어진 일들에대해서는 책임이 없고 자기들이 집권하면 금방 다 해결하겠다고 각자 목청껏 떠벌이고 있다. 든든한 미더움을 주기에는 너무 황당하고 시끄럽다. 유권자들이 얄팍한 냄비이기를 바라고 있다. 싸잡아 휩쓰는 바람몰이가 아니라 세세한 문제들을 하나하나 냉정하게 따지며 대처해야 할 시점에, 아무리 대통령 선거가 코앞이지만 제발 좀 조용히 해주면 좋겠다.
어쨌든 잘 됐다. 이 악착스런 민족은 틀림없이 다시 추스리고 일어설 것이다. 패배감이나 억울한 심정에 빠져 허우적거릴 일이 아니다. 궂은 날에는 맑은 날을 내다보며 헤쳐나갈 일이다. 그러나 이제는 앞으로 맑은 날을 맞더라도 다시 이렇게 천박하게 굴지는 말아야 한다.
윤원철/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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