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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명정대한 선거로 전기 마련을”

기자명 법보신문
  • 사설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지난 10월 1일자로 선고된 서울지법의 판결로 조계종단이 또다시 고난을 겪고 있다. 절차상의 하자를 이유로 불교계 내부의 일반적인 상식과는 거리가 있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조계종의 합법적인 총무원장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선언했는데, 이 얼마나 엄청난 이야기인가. 지금부터 1년 전에 우리 불자들을 부끄럽게 했던 조계종단 사태가 수습되어 종단이 화합과 안정을 되찾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판결은 아쉬움이 남는 사법부의 판단이다.

이번 서울지방법원 민사합의 42부의 판결은 근본적으로 다음과 같은 원칙적인 문제점을 갖고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나라의 근본법인 헌법의 기본정신에 어긋나는 판결이라는 점이다. 우리 나라 헌법 20조에는 종교의 자유와 정교분리의 원칙을 선언하고 있다. 종교의 자유 안에는 내면적인 신앙의 자유뿐만 아니라 신앙실천의 자유를 포함한다. 특히 신앙의 실천행위는 국법질서와 사회공동체의 질서유지를 위한 법규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각 종교 단체의 자율성이 보장된다. 따라서 조계종의 종헌종법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서는 재판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여기에서는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의 원칙’과 ‘공서양속의 질서유지 원칙’에 의해 신중히 판단하여야 한다. 만약에 이 원칙에 어긋나는 사법부의 판단은 특정종교에 대한 국가권력의 간섭이나 차별이 되어 헌법에 위반될 수 있다. 지난해 조계종단 사태가 수습되고 안정과 화합의 궤도에 진입했는데, 이를 뒤흔드는 판결이 나온 것은 종단의 자주성 침해라는 오해를 살 수 있는 것이다. 현실을 무시하고 일부 이른바 정화개혁회의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은 종단 내부의 간섭에 해당된다는 지적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둘째, 지난해 같은 법원의 퇴거명령으로 점거하고 있던 종단청사를 떠난 정화개혁회의의 주장을 이번 판결에서 받아들인 것은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주지하다시피 이번 판결의 원고측은 정화개혁회의의 핵심인물들이다. 1년 전에는 폭력집단으로 인정하여 종단청사에서 공권력에 의해 강제로 퇴거까지 당했는데 그들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은 문제가 없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셋째, 단순한 종회소집의 공고절차를 다소 지키지 않았다고 하여 “중대한 하자”로 인정한 것은 법이론을 떠나 상식에 위배되는 판단이다. 종회의 소집공고를 관례상 불교신문에 해왔으나 폭력으로 불교신문이 강점당하고 있었기 때문에 조계종보에 할 수밖에 없었다. 그당시 조계종보는 불교신문을 대신하는 기능을 다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점을 사법부는 지나쳐 버리고만 오류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판결에도 불구하고 현 총무원 집행부나 중앙종회는 각성하는 자세를 잃지 말아야 할 것이다. 종단 운영을 보다 적법한 절차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왔다면 오늘과 같은 혼란은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잘못을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법원의 판결을 발전의 기회로 삼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본다. 또 정화개혁회의 측을 무조건 배척만 할 것이 아니라 대화할 것은 대화로 푸는 포용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본다.

이제 우리 불교계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더 이상의 혼란과 폭력을 막아내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 불교의 자주권과 법통수호를 위해 하루 속히 새로운 총무원장을 선출하여야 할 것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는 다음과 같이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이번 총무원장 선거는 한 점 부끄러움 없게 공명정대하게 치뤄져야 한다. 형식과 내용면에서 모두 사부대중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선거풍토의 조성과 함께 이판과 사판을 겸비한 총무원장을 모셔야 한다. 본래 불교는 생사를 초월하는 초역사적·초사회적 측면이 강조되지만, 종단의 행정수반은 역사에서의 현실을 잘 헤쳐나갈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둘째, 불교계의 전문인재 양성이 시급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깨달아야 한다. 특히 불교 법조인재의 양성이 시급함을 피부로 느끼게 된다. 이번 판결을 담당한 재판부에 불교계의 실정과 불교를 이해하는 판사가 있었다면 이러한 판결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아울러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각 분야의 불자 전문인 양성이 요구된다. 이들의 전문지식을 종단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때이다.

셋째, 이번 기회를 전화위복으로 삼아 불교발전의 초석이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특히 종단의 지도자들은 이번 일을 깊이 반성하고 다시는 종단의 분규와 불미스런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미리 예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 모든 사부대중이 참회하고 부처님 정신으로 돌아가 사심을 버리고 한국 불교발전에 혼신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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