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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보정론-교육의 세계화와 민족문화

기자명 박선영
  • 사설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최근 김숙희 교육부장관은 고등학교 평준화정책이 개선, 속진제와 월반제의 도입, 장학관제도의 폐지, 학사와 예산의 운영에 있어서 학교장의 재량권 확대, 국어와 국사이외의 국정교과서 폐지와 검.인정 교과서로의 전환등을 골자로 하는 1995년 주요 업무계획을 대통령에게 보고한바 있다. 교육의자율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두었다 하겠다.

그러나 이들 하나하나는 모두 실제의 교육현장에서는 이른바 지각변동이라 할 만큼 지금까지의인식이나 관행을 근본적으로 바꾸게 하는 것으로 그 파장 또한 엄청나게 클것이 예상되며 벌써 그런 조짐이 여러 곳에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하지만 저마다 소질과 능력에 따라 수월성을 성취하도록 하는 교육을 위해서는 교육자체가 자율성을 바탕으로 다양성과 창의성이 살려지도록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이 계획 자체는 대체적으로 올바른 방향을 취하고 있다여겨진다.

인간과 관련된 모든 일들이 정도의 차이일 뿐 다 마찬가지이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특히 교육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삶의 전반과 서로 안팎의 관계를 이루면서 매우 복잡한 기제속에 진행되는 국민 전체의 예민한관심사항이기도 하다. 이점에 유의하여 시행과정에 졸속이나 부작용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검.인정 교과서의 확대문제와 관련하여 몇 가지 유의할 점을 언급해두고자 한다. 누구나 잘 알고 있듯이 학교교육에서 교과서는 가장대표적인 교재이다. 교재란 교육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매개로 하는 재료로서 교육내용과 다른 말이 아니다. 다시 말해 교육목적의 달성은 교육내용을 재료로 하여 추구되는 것이다.

이렇게 볼때 교육에 있어 교과서에 교재가지니는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겠으며, 특히 한국과 같이학교교육에서 교과서가 거의 성전과 같은 무게를 가지고 있는 교육풍토에서도 더더욱 그렇다 하겠다. 따라서 교과서의 각 단원에서 담고 있는 요소와소재는 그 단원의 설정목표 못지 않게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이다.오늘날인류는 문명사적 대전환의 시대를 맞고 있다. 이제 국제화의 단계를 넘어서서 세계화의 시대로 역사는 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모든 면에서 완전한 개방을 지향하는 변화의 한복판에 우리가 서있음을 뜻한다. 이러한 개방사회는 바로 다양성의 사회이기도 하다. 개방사회일 수록 다양성이 강조되어 개개인의 개성이 중시되듯이 세계화가 추구되면될 수록 각 지역 나름의 특성이 또한 새롭게 주목되고 강조되게 된다.

이는결국 보편성에 바탕하면서도 개인이나 사회 또는 민족이나 국가 나름의 개성화가 기해짐으로써 보편성이 확일화가 아니라 내용적 풍요성을 지니게됨을 의미한다 하겠다. 세계화 시대에는 개성화를 기하지 못하는 개인이나 사회 또는 국가나 민족은 이와 같은 세계의 보편성을 내용적으로 풍요하게 하는 데 참여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 착안할 때 교과서는 세계화와 함께 우리의 민족문화에 바탕을 둔 깊은 이해와 애정및 긍지를 고무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세계화라는이름아래 자칫 전통적인 민족문화가 소홀하게 되어서는 안된다.

이러한 위험성은 특히 종교적 편견에 사로잡힐 때 매우 심각한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88올림픽 때 우리는 축제문제에서 이미 그런 모습을 경험한 바 있다.

그렇지 않아도 그 동안 국어, 국사, 도덕, 국민윤리 등을 중심으로 하여교과서에서 불교와 관련된 사항들이 왜곡 또는 삭제되었다하여 불교계의 비판과 항의가 있어 왔다.

현재 불교계 인사들에 의해 경영되는 출판사는 대부분 영세한 편이어서 막대한 자본을 필욜 하는 검.인정 교과서에 발행에는거의 참여할 수 없는 실정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불교계가 여러 면에서 정치적으로 피해의식까지 느끼고 있는 형편이다.

검.인정 교과서의 확대방침이 자칫 종교적 편견에 의해 세계화라는 미명아래 전통적인 민족문화가 소홀하게 되거나 왜곡되는 방향으로 나가지 않도록 교육부 당국의 세심한 주의와 대비가 있어야 할 것이다.


박 선 영<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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