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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20주년 맞은 동산반야회

신-해-행-증 닦아 유마의 길 밝힌다

'한국불교 1번지' '한국불교의 심장'으로 지칭되는 조계사. 대웅전 앞을 지나 몇 걸음만 내딛으면 발길은 어느새 성과 속의 경계를 넘어 '속세'로 접어든다. 조계사 담장을 넘어 흘러나오는 대웅전 법당의 법문소리와 독경소리가 낭랑히 들릴 만큼 가까운 거리. 그러나 여전히 숨가쁜 일상의 모습이 이어지고 있는 '속'의 공간에 '동산불교회관'이 또 하나의 청정도량으로 우뚝 서 있다.

82년 11월 53인의 재가불자로 출발

'재가불자 교육의 요람'이라는 별칭이 자연스럽게 따라 붙을 만큼 명실상부한 재가 교육의 전당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는 동산불교회관. 이 곳은 11월 13일 창립 20주년을 맞이하는 신행단체 '동산반야회(회장 김재일)'가 걸어온 지난 20년 숨가쁜 행보의 결실이며 앞으로의 10년을 준비하는 재가불자의 발판이다.

동산반야회는 1982년 11월 13일 조계종 총무원 불교회관 1층에서 조촐한 창립법회로 탄생됐다. 53인의 재가불자들로 구성된 신행모임. 그것이 동산반야회의 첫 모습이었다.

'재가불자의 신행이라면 절하고 스님께 기도를 부탁하는 것이 전부인 것처럼 여겨지던 시기였습니다. 재가불자가 경전공부나 교리공부를 하는 것이 '쓸데없는 짓'으로 여겨질 정도였죠.'

동산반야회 김재일 회장은 당시를 이렇게 회고했다. '불교'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그저 '부처님께 복을 구하던' 그런 시절, 재가불자들이 스스로 공부를 하겠다고 나선 동산반야회의 창립은 그 자체로 신선한 충격이고 반가운 소식이었다. 동산반야회는 당시 무진장 조계종 포교원장 스님을 법주로 모시고 「금강경」「유마경」「육조단경」의 세 가지 경전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 경전 공부에 임하는 불자들의 호응은 뜨거웠고 이러한 열기는 곧바로 이듬해 3개월 과정의 기초교리 강좌를 신설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3개월 과정을 수료토록 한 이 강좌는 매 기수마다 200여 명의 수강생이 모여들 정도로 성황을 이루었다.

3개월 과정의 기초교리강좌와 봄·가을에 각각 4번씩 열린 불교사상 강좌는 80년대 재가 불자 교육의 씨앗을 움 틔우고 키워낸 가장 큰 힘이었다. 두 활동을 통해 동산반야회는 모임의 활동 방향과 성격을 정립해 나가고 교육 단체로서의 원력을 다져갔다.

불교대학 설립-해외포교 착수

90년대 들어서며 동산반야회의 활동은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뤄내기 시작한다. 10년에 걸친 기초교육의 힘을 바탕으로 92년 마침내 '동산불교대학'을 설립했다. 2년 과정의 불교대학은 16개의 세분화된 교과목과 현직 대학 교수를 중심으로 하는 실력있는 강사진을 포진시키며 본격적인 재가불자 교육의 깃발을 올렸다. 이즈음 재가불자에 대한 교육열기가 확산되면서 불교대학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동산불교대학 설립 첫 해 150명 신입생 모집에 170명이 넘는 인원이 몰렸다. 정원을 초과하는 입학 경쟁률은 이미 첫 해부터 시작돼 동산불교대학의 '이색 전통'으로 자리잡아 버렸다. 이어 포교사 배출의 산실이 된 동산불교전문연구원 개원(1994년 9월 12일)과 르완다 난민을 돕기 위한 한국불교기아도움기구 발족(1994년 11월 26일)을 통해 재가불자의 역량을 대외적으로 드높이기에 이른다. 특히 조계종 포교원이 1995년부터 시작한 포교사 고시에서는 지금까지 386명의 포교사가 동산반야회를 통해 배출돼 재가불자의 높아진 역량이 가시화된 성과로 평가받았다.

1998년에 들어서며 동산반야회는 또 한번의 변신을 시도한다. 수행을 통해 그 동안 공부한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염불만일운동'을 시작한다.

교리공부-수행-보시 병행

'지혜와 실천의 문수-보현 보살을 좌우보처로 삼은 부처님의 뜻은 지혜와 실천이 둘이 아니며 늘 함께 이루어져야 하는 것임을 뜻합니다. 경전과 교리 공부에 이어 수행과 보시행을 통해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고자 했던 당시의 변화는 오히려 자연스러운 흐름이었습니다.'

이로써 동산반야회는 지혜와 실천을 두루 갖춘 올곧은 재가불자의 위상을 정립한 것이다. 꼬박 10년의 세월이 경전과 교리공부의 시기였다면 이후 10년은 실천의 시기였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10년은 무엇이 될까.

'한국 불교의 미래는 사찰 중심의 신행활동 보다는 개인적인 신행활동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의 10년은 재가불자들이 스스로 신행활동을 정립할 수 있도록 경전과 수행법을 체계적으로 정립하는 시기가 될 것입니다.'

김 회장은 특히 '불교가 사회 전반에 걸친 보편적인 문화 코드로 받아들여질 것'이라며 '일반인들이 불교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문화의 끈'을 다양하게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동산반야회는 천태학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를 위해 '동산학술연구소'설립과 법주 무진장 스님의 학술 연구 업적을 정리해 후학에게 전하기 위한 출판 작업도 계획하고 있다. 특히 출판 사업 중에는 순수 재가불자의 힘으로 만들어지는 잡지 창간 계획이 포함돼 있어 더욱 비중이 실리는 작업이 될 전망이다. 현재 진행 중인 네팔 초등학교 설립 계획도 꾸준히 추진하는 한편 의료 지원 사업으로 확대해 해외 오지에 대한 지원도 주요 사업으로 이끌어갈 계획이다.

지난 20년의 세월을 통해 찾아낸 재가불자의 역량은 그 한계를 가늠할 수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앞으로 동산반야회가 이끌어내는 재가불자의 역량이 얼마나 더 큰 빛을 밝힐지, 앞으로의 10년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동산반야회 김재일 회장

'법회 장소 없어'다방법회' 감행했었죠'



'2001년 5월 24일 동산불교회관이 문을 열었습니다. 재가불자 교육의 전당으로 당당한 위상을 갖추게 된 것입니다. 그 전이요? 동산반야회도 셋집 전전했었죠.'

김재일 동산반야회 회장은 지난 20년의 역사를 돌아보며 유독 기억에 남는 몇몇 장면들을 회고했다. 미리 사용허가를 받았던 법당에 갑자기 행사가 열리는 통에 인근 다방으로 급히 자리를 옮겨 100여 명의 회원이 법회를 봐야 했던 일명 '다방 법회'. 창립 초기부터 사용해오던 조계사 불교회관에서 나오며 새로 마련한 사무실의 전세금 5000만원을 모으기 위해 회원들이 십시일반으로 동참하던 모습. 의식집전 교육을 시작하자 '재가자들이 스님 흉내까지 내려한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야 했던 기억. 김 회장은 '이 모든 일들이 오늘날의 동산반야회를 키워낸 고마운 인연들'이라고 말한다.

'교단은 사부의 대중으로 형성되고 그 절반을 차지하는 재가불자들이 제 역할을 다하는 것이 교단 발전의 밑거름'이라는 김회장은 '이러한 거창한 이유가 아니더라도 부처님의 제자로서 재가불자들도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고 그 법향을 만끽 할 수 있도록 누군가는 길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바라보는 동산반야회의 모습은 무엇일까.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고 실천한 불자들의 모임. 사부대중의 한 축으로 재가불자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촉매제가 된 단체로 남고 싶습니다.'


글·사진=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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