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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여인의 합장

기자명 공종원
  • 사설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지진이 휩쓸고간 일본 고베시의 폐허위에서 20일 한 여인이 희생자들의명복을 빌며 합장하고 있는 모습이 신문지면에 실렸다. 두툼한 방한점퍼를 입고 얼굴을 깊히 숙인채 선채로 기도하고 있는 이름모를 여인의 바로 앞에는두손을 모아 손수건으로 입을 가린채 주저앉아 오열하고 있는 한 남자의 모습도 보인다.

로이터 통신의 이 보도 사진 하나가 모든 것을 이야기해 준다. 지진으로집과 가족을 한꺼번에 잃고 다만 망연할 뿐인 그곳 사람들의 아픔의 일단을설명해준다. 일본 간사이 지방의 지진은 이렇게 5천명 이상의 인명을 앗아갔다. 그뿐 아니라 2만6천명에 이르는 사람이 부상했고, 5만6백여동의 집이 무너졌다. 그통에 31만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해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다.많은 공장이 가동을 중단하고 생산활동이 멎었으며 일본이 자랑하는 전통문화재들도 적잖게 손상을 받았다.

이렇게 이번 일본 간사이 지진은 새해 벽두부터 일본에 충격을 주고있다.그러나 사실은 일본만이 아니라 바다를 사이에 둔 이웃인 우리나라에도 적잖은 충격을 주고있다. 제일 큰 충격은 지진의 위력이라고 할 수 있다. 전에도 지진의 피해에 대해 전혀 무지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이런 엄청난 피해를 몰고 오는 지진이 바로 이웃나라 일본에서 발생한데 대해 놀랄 수 밖에 없다.

더 충격적인 것은 간사이 지방이; 일본에서는 비교적 지진 위험이덜하다고 알려져 있는 곳인데 이번에 이번에 진도 7의 강진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그곳은 동경보다는 우리나라에 가까운 곳이고 우리 교민도 많이사는 곳이다. 그래서 1백명에 이르는 교민이 목숨을 잃는 엄청난 인명과 재산상의 피해를 당했다. 그 교민 중에는 80고령에 이젠 좀 고생 그만하고 노후를 즐기자고 다짐하다가 아내를 잃고만 김홍권 노인도 있고 이웃의 두 생명은 구했으나 막상 자신의 대학생 아들을 잃은 최민부씨도 있다.

또 일본에유학중인 남편을 만나러갔다 참변을 당한 박연옥씨의 애틋한 사연도 있다. 그모든 사연들엔 눈물이 있고 슬픔이 있다. 그리고 어찌할 수 없는 인간세계의 고통이 새삼 실감된다. 바로 전까지 살아있었던 사람들이 지금은 한줌재로 되고마는 엄연한 현실앞에서 무슨 말이 필요한 것인가.

바로 그런 현장에서 이 사진의 여인은 합장을 하고 서 있는 것이다. 그가눈물을 흘리고 있는지 통곡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사진만으로 보면 이여인은 그런 슬픔을 삼키고 두손을 모아 합장한채 간곡히 기도하고 있다는것을 알 수 있다. 승화된 슬픔이 몸에 배어 죽인이의 명복을 비는 뜻이 간절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그런 여인의 합장기도에서 나는 깊은 슬픔과 함께지고한 사랑의 한 단면을 본다. 슬프고 고통스런 인생에서 희망의 조짐을보는 듯한 감상에 젖기도 한다.

물론 나는 신문에 실린 이 보도사진에서 처음 그런 것을 느낀 것은 아니다. 대학입시장 앞에서 합장한채 간절히 기도하는 어머니들의 모습을 접할때마다 언제라도 그런 것을 느끼곤 한다. 어머니의 자식사랑이 반드시 성스러운것은 아닐 것이다. 이기적이고 본능적인 측면이 너무 드러나면 추하다는 느낌도 들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만 어머니들의 기도는 다른 이들에게피해를 주지 않는한 너무나 아름답지 않을 수 없다. 요즘처럼 부모자식 사이마저 타산적이 되고 패륜마저 예사가 되고 있는 시대에는 오직 자식의 입학만을 위해 고통마저 감수하며 기도하는 어머니들의 모습은 너무나 감동적이다.

그모습이 감동적으로 보이는 것을 틀림없이 그순간 그 어머니들이 염불삼매,기도 삼매에 들어 있는 때문이 아닌가 싶다. 선사들, 고승들의 선정삼매가 위대한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합장 기도하는 여인들의 원력도 결코이들에 못지 않을 것 같다.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 자식을 위해 헌신하는어머니,가족의 명복을 위해 합장기도하는 여인에게 부처님은 분명코 감응하실 것이라 믿어진다.


공 종 원<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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