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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공종원-대통령 선택기준

기자명 공종원
  • 사설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15대 대통령 선거가 막바지에 들어서면서 종교단체들이 그나름의 선택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개신교와 가톨릭의 경우는 후보중에 신자도 있고또 교리적으로도 적극적 사회참여를 일상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선택기준이보다 구체적으로 나열되고 있다.

이들 기독교계의 선택기준은 형식상 가장 공정하고 바람직한 정치지도자를 뽑아야 한다는 당위를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런 당위적 주장의 내면에는 자신들이 처한 입장을 상당히 깊이반영하고 있는 것을 느끼게 한다. 이회창 김대중 등 두 선두 주자의 종교가우연하게도 모두 가톨릭이고 또 무종교를 표방하는 이인제후보가 부인은 불교인인 반면에 그 어머니는 개신교의 일파인 순복음교회 교인이라는 점을생각하면 가톨릭교와 개신교를 포함하는 기독교계가 특별히 기독교 신앙인을 요구하지 않고 있는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독교계의 일부를 대표하는 기독교교회협의회의 선택기준은 큰 골자로 `하나님을 두려워하고 정직하며 국민을 섬기고 경제난을극복할 수 있는 능력있는 지도자'를 제시하고 있어 이들도 결국 기독교 신앙인을 전제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물론 기독교윤리실천 운동의 선택기준에서는 하나님이란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혈연이나 학연, 지연 등 연고에 호소하거나 상대후보를 비방하여득표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넣으면서 여기에 `종교 연고'를 분명하게 끼어넣지 않은 것으로 보아 전자와 큰 차이는 없다고 할 것이다. 다만 전자가 평소의 입장대로 진보적인 색채가 강하다면 후자는 온건한보수색을 엿볼 수 있는 것으로 해서 암암리에 특정 정당후보를 지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 여지는 보인다.

이에 비해 가톨릭 주교회의 박석희 정의평화위원장은 `평화를 이룩할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자'는 담화에서 “지연, 혈연, 학연, 종교적 배경 등 정실에 흐르지 말고 진실되고 겸손한 자세로 공정하게 투표권을 행사할 것”을 촉구해 우리들의 눈길을 끈다.

가톨릭은 내심은 어떻든 공개적으로는 `종교적 배경'마저 고려하지 말라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이 담화는 “우리 사회 죄의 구조중 정경유착은 `국가부도'라는 수치를 안겨주었을 뿐만 아니라 정치인에 대한 신뢰를떨어뜨리고 마침내 민주주의의 장래를 어둡게 했다”고 비판함으로써 정경유착에 관계있거나 신뢰성 없는 지도자를 배제해야한다는 원칙을 분명히 제시해 주목된다.

하지만 불교계의 선택기준 제시는 너무 추상적이고 형식적이란 인상이 짙다.

송월주 한국불교종단협의회장의 성명은 그점에서 정치적 종교적 편향의문제를 일으킬 염려가 없어 좋았다는 평가를 얻었지만 또 바로 그점에서 `무엇때문에 성명을 발표하는가'하는 의문을 남기기도 했다.

주요 후보중에 불교신자가 없는 상황은 불교계의 입장을 홀가분하게 했다.

하지만 반면 적지않은 불자들은 종교갈등이 극심한 우리 사회의 현실에서무언가 허전함을 느낄 밖에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불교인들이 종교적 편들기를 할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불교의 권익을 지키고 더 나아가 이 나라의바른 미래를 위해 좀더 분명한 선택기준을 제시할 수는 없었는지 함께 생각해볼 일이다.


공종원/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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