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5천년의 역사와 문화를 가진 민족이다. 이것은 우리 모두가 자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우리 불자들은 더욱 1천6백년의 불교 역사가 민족의 문화를 주도해왔다는 것에 대하여 무한한 자긍심을 가지고 있다. 그 결과 세계에 자랑할만한 우리의 문화가 대체적으로 불교 문화이고,주로 사찰에 보존되어 있는 것도 큰 자랑이다.
하지만 민족의 전통이 불교이고, 문화재의 70~80%가 사찰에 있다고 하는사실만으로 우리가 만족하고 있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사찰에 문화재가많이 있으면 무엇 할 것인가. 한마디로 그 자랑스러운 문화재를 또 가장 천대하고 있는 것이 바로 우리들이기 때문이다.
국가는 국가대로 도대체 문화예산이라는 것을 세울줄조차 모르는 나라다.그저 비가 와서 무너지고 풍화에 마모된 문화재를 보수하는 비용이 문화재예산의 전부인 형편이다.
기가 막히는 것은 나라에서 국보로 지정된 문화재가 도난 혹은 도굴당하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고, 화재로 하루아침에 잿더미로 변하는 일도예사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국보를 도난 당하고도 관리 책임자가 그일로 문책을 당했다는 말조차 듣지를 못했다. 그저 우리의 국보는 잊어 버려도 그만인 그런 물건에 불과한 것이다. 은행금고에 있는 돈을 도난 당하면 세상이 소란해지고 도둑을 잡기 위해서 특별수사팀을 구성하지만 국보를 도난 당하면 경찰이 현장에 나타나 사진 몇 장을 찍어 가면 그것으로 끝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망가지고 있는 문화재를 보수한다는 것이 부실공사, 날림공사의 표본을 이룬다. 문화재 당국의 법 적용도 중구난방으로 일정한 기준이 없다. 지역에 따라서 다르고 담당 공무원에 따라서 다르다. 그것뿐인가. 뇌물이 공공연하게 오가고 담당공무원이 문화재에 대해 무지하여 자기가 해야 할 업무내용조차 잘 모르고 있다. 그러면서도 공무원이라는 권위만앞세워 사찰 같은데 찾아와서는 마치 상급기관에서 나온 것같이 행동한다.공무원으로서의 친절 같은 것은 아예 기대할 수조차 없는 실정이다.
내가 현재 주지를 맡고 있는 보광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처음 주지직을맡은 그해다. 한해를 다 넘기는 연말에 사찰 측에는 한마디 통고도 없이 갑자기 법당 단청공사를 하는 것이다. 그러더니 2~3일도 안되어서 공사를 끝내는 것이었다. 공사내역에 대하여서도 해당사찰 주지에게는 한마디 통고도없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단청보수비용은 7천만원 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 공사는 단돈 70만원 어치도 안했다. 그렇다면 그 나머지 돈은 어디로 갔겠는가?
사찰 문화재 관리에는 일정부분 스님에게도 책임이 있다. 공무원들의 비리에 정면으로 대응하지 못해온 것이다. 스님들이 문화재에 대한 인식이나소양지식도 높아져야 하겠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종단적인 차원에서 문제를 인식하고 총무원이 나서야 한다. 사실 말사주지의 입장에서는 공무원의 비리를 눈앞에서 보고도 정면으로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게 하게될 경우 그 다음에 올 불이익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는 총무원이 불교 문화재 관리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토론회도열고 여러가지 문제점을 수집하고 관계당국과 공동협의회 내지는 위원회같은 기구를 설치하기를 권해본다. 한마디로 말사주지가 문제의 사안마다 일일이 담당공무원과 대응하여 풀기보다는 총무원과 중앙정부간의 공식기구를구성하고 그곳에서 정책적으로 풀어보자는 것이다. 한데 그 동안 모두가 다잘못되고 있다는 문제점을 인식하면서도 종단적 차원에서 문제해결을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니 그 동안 우리 스님들은 오랜 관습대로 각기 자기의 개인능력에 따라서 문제를 해결해 왔다. 한마디로 능력있는주지는 보수비를 많이 타와서 불사를 하고 능력없는 사람은 국보가 붕괴돼도 그냥 방치해 놓고 있는 것이다.
엄격하게 말하자면 비록 사찰에 있는 불교문화재라 하더라도 그것은 이미불교의 소유물이 아니다. 그것은 민족의 자산이다. 아니 인류모두의 귀중한자산이다. 그것을 관리하고 보존하고 후손에게 물려줄 일차적 책임을 가지고 있는 것이 스님들뿐이고 불교계일 뿐이다. 무엇보다도 이런 인식전환이절실히 필요하다. 공무원도 마찬가지다. 다른 온갖 곳에서 다 날림공사를 하고 부정하게 하더라도 문화재 문제에서 만은 절대로 부정을 해서는 안된다. 천년을 보존되어 온 사찰이 있다고 하자. 그 천년동안 온갖 전쟁과 수난을겪으면서도 그렇게 보존되어 온 것이다. 이렇게 귀중한 문화재가 한 공무원의 부정축재를 위한 수단에 이용되서야 되겠는가. 이 소중한 문화재를 보다귀중하게 보존관리는 물론 미래의 후손에게 살아있는 문화로 물려주어야 한다는 의무와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적어도 문화재 담당공무원은 그래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나라전체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아무리 나라살림이 어려워도 우선 급한대로 사찰문화재에 한해서는 보수비정도를 지원받는 것을 넘어서 관리하고 보존하는 비용(도난 및 화재예방비용까지 포함)까지를 정부에서 예산을 세우도록 해야 한다. 국보며 보물을 왜 사찰의 예산으로 관리해야 하는가?
그리고 문화재를 보수 할때는 반드시 사찰이 공사 발주를 할 수 있도록해야 한다. 그 길만이 부실 공사와 날림공사를 막을 수 있다. 관계당국은 그저 공사에 있어서 감리만 잘하면 되는 것이다. 문화재 보수비용은 공무원들이 삼분의 일은 떼어 먹는다는 폐단을 일소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렇게 해야한다.
효림 스님/파주 보광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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