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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 개혁이냐 개량이냐

기자명 이학종
  • 사설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우리국민들의 망각증세는 중증에 가깝다는 지적이 많다. 아무리 엄청난사건이라 해도 잠시 시간이 흐르면 이내 까맣게 잊어버리는 경향이좀 지나치다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정치인들은 우리국민의 이같은 증세를 곧 잘이용하기도 한다. 정치적 위기나 여론의 세찬 비판에 직면했을 때마다 깜짝쇼 차원의 충격조치를 내려 여론을 반전시키며 위기에서 빠져나오는 사례는 이제 관례가 되어버렸을 정도다.

이 증세를 아픈 과거사를 잊고 새출발을 하기 위해 도움을 줄수도 있다는시각까지 일부 국민들 사이에는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이같은 증세 때문에 우리국민이 겪는 피해는 엄청나다. 8.15해방이 후 일제잔재를 제대로 척결하지 못하고 일제시대때 반민족적 행태를 저질렀던 인사들을 철저히 정리하지 못함으로써 우리국민은 지금까지도 많은피해를 감수하고 있다.

이같은 경우는 최근에도 있었다. 광주학살을 자행하면서 정권을 찬탈한5공 정권에 대한 단죄가 단임약속 실천이라든가 백담사 유배정도로 흐지부지 되어 버렸다. 당시 쿠데타를 주도한 군인들에 대한 조사도 흐지부지되고 있다. 심지어 6공 말기에는 `전두환을 청와대로 노태우를 백담사로'라는-비록 그것이 냉소적 풍자랄 할지라도-상상치도 못할 정서가 국민들사이에서 흐르기까지 했었다.

아무리 포악한 잘못을 저질렀다 하더라도 그 당사자가 권좌를 내놓거나조그마한 동정적 처지에 놓여있다먼 과거 잘못의 책임소재에 대한 명백한규명도 없이 적당히 넘어가는 것이 인지상정처럼 받아들여지는 사회가 되고만 것이다. 그것이 주는 피해가 상상을 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같은 경향은 불교계에서도 매우 심각하다. 8년 권세를 누리며 온갖 반불교적 행태를 저질렀던 당사자와 그 주변에 대한 정리가 `어쩐지' 뒷전으로 밀리고 있는 느낌이다. 그가 어떤 죄를 저질렀는가를 적나라하게 들춰내 잘못을 저지른 자는 반드시 그 죄상이 밝혀지고 동시에 죄값을 받는다는 과거사에 대한 확실한 마무리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흐지부지되고 있는듯하다.

죄상이 백서 등을 통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고 그가 소유하고있다는 거액의 삼보정재를 찾으려는 적극적 의지가 잘 보이지 않는다. 권좌에서 물러났으니 그만하면 됐다는 정서로는 완전히 지난 8년간 당태왔던전철을 되풀이 하지 않는다는 보장을 할 수 없는 일인데도 말이다.

`그래도 그가 잘한 것도 있지 않는가' `인지상정인데 숨어지내느라고 얼마나 고생이 많겠느냐' `그를 밀어낸 것만은 엄청난 성과가 아니겠느냐'`부처님도 앙굴라마와 같은 사람을 용서치 않았는가'라는 식의 발상이 극히소수이긴 하지만 이따금씩 눈에 띄는 것은 종단개혁을 위해 바친 희생을한순간 물거품으로 돌려버릴 수도 있는 조짐이 아닐 수 없다.

용서는 차후의 문제이다. 잘못에 대한 확실한 정리가 없는 용서는 용서가아닌 책임회피일 뿐이다. 이런 경향이 점차 짙어진다면 개혁은 개량으로전락할 수도 있다.

개혁이냐 개량이냐. 이것은 개혁주체들이 이 시점에서 자문해보아야 할물음이라고 본다.


이학종 차장
urubell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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