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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불명"국제보살계"

기자명 이학종
우리나라에 `국제보살계'라는 국적불명의 불교행사가 생겨난 것은80년대 초 부산의 한 사찰에서 부터다. 당시 3개국의 스님을 초빙보살계를 설한다는 선전으로 적지않은 불자들이 모여 수계를 받았었다.

외국승려에 대한 호기심과 기왕에 계를 받으려면 국제적으로도통하는 유명(유력)승려에게 받는 게 낫지 않겠냐는 일부 불자들의순진한 부지가 낳은 결과였다.

이후 국제보살계는 심심찮게 계속되었다. 해외교류가 비교적 뜸했던80년대 후반 까지는 국제보살계가 성황을 이루어 왔다.

국제보살계에 초청되는 외국승려들의 출신국은 주로 동남아 불교국가들이다. 태국 미얀마 스리랑카 대만 출신의 고승이라고 소개된승려들이 국제보살계 행사를 증명하거나 계사의 역할을 맡기위해번질나게 한국을 드나들었다. 국제보살계는 오늘날에도 이따금씩체육관 등 대형 시설에서 열리고 있다.

그런데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국제보살계는 엉터리 불사에 불과하다.전통이라든가 교리적 근거, 국제적으로 계를 설하면 어떤점이 좋다는지등의 이유가 분명치 않다.

계단을 설치하려면 우선 계단에 걸맞는 전통이 있어야 한다. 또한계를 내리는 계의 맥이 반드시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국제보살계에이같은 전통과 계맥이 있을리 만무하다.

더욱 실소를 그치지 못하게 하는 것은 국제보살계에 참여하는 외국승려려들이 모두 소승불교국 출신이라는 점이다. 대승불교의 상징이라고해도 과언이 아닐 보살계를 소승불교권의 승려가 증명을 하거나 계를내린다는 것이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일인가.

이같은 이유로 국제보살계에참석하는 해외승려들의 자질과 수준도 의심이 가지 않을수 없다는게남방불교에 정통한 불교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과연 계의 전통을매우 중시하는 남방 소승불교권 출신의 정상적인 승려가 이를 모두무시하고 자신과 전혀 관계가 없는 대승계 `보살계'를 설하고 증명할 수있겠는가라는 반문이다.

결국 이른바 `고승'으로 떠받들어지면서 근엄한자세로 국제보살계장에 앉아있던 해외승려들의 수준은 충분히 짐작이가능하다는 견해이다.

보살계를 받지 않는 사람, 더욱 정확히 말하자면 보살계를 모르는사람이 보살계를 설하는 어불성설적 불사가 우리나라에서 태연히여법(如法)이라는 표현을 빌어 수차례 계속되어 오고 있다는 것은부끄럽기까지 한 일이라는 게 의식있는 불자들의 솔직한 고백이다.

또 계를 설할때 당연히 그 내용을 수계자가 쉽게 알아들을 수있도록 해야 하는데도 국제보살계에 초빙된 해외승려들은 한결같이묘한 미소로만 일관하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승려를 초빙하는 것 자체가 우선 문제가 되겠지만,반듯한 통역요원 조차 제대로 준비하지 않고 행사를 주관하는 주최측의불사를 대하는 자세가 크게 잘못되어 있는 것이다.

결국 국제보살계라는 것은 외국의 승려들을 초빙, 불교신자들을대거 동원하는 수단으로 삼아서 수익을 올리겠다는 장사속일 수는있어도 결코 불사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

교계 뜻있는 불자들은 국제보살계와 같은 국적불명의 행사가 통하는것은 우리나라 불자들의 의식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아울러 하고있다. 우리나라 불교가 대승불교이 고 동남아 불교가 소승불교임을알면서도 대승계인 보살계를 소승권 승려들에게 받겠다고 모여드는수준이라면 국제보살계 보다 더한 것에도 헌혹될 수 밖에 없지 않겠냐는것이다.

해외교류가 잦아지고 동남아나 인도 등지의 불교성지를 순례하는불자가 급증하는 최근에 이르러서는 `국제보살계' 라는 명칭의 행사도크게 줄어들고 있다. 외국승려에 대한 생경감이 그만큼 줄어들었기때문에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교계는 지난 80년대 한국 불교가 보여준 부끄러운 모습의 하나로기록될 `국제보살계' 에 대한 반성과 다시는 이같은 어처구니 없는불사가 재현되지 않도록 해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학종 기자
urubell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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