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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스님은요...-양산 신흥사 영규 스님 (부산불교교육원 원장-성재도)

기자명 법보신문
  • 수행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내가 영규스님을 처음 만난 것은 1984년 여름이었다. 그때 나는 대학생불교연합회 부산지부 학생들과 함께 경남 양산군 원동면 영포리로 농촌활동을 갔었다. 첫날 우리가 숙박시설을 마련하기 위하여 영포리 마을 뒷산으로 천막을 가지고 올라갔었다. 우리가 천막을 친 곳은 신흥사 뒷편이었다.

나의 눈에 처음 비친 신흥사의 인상은 아주 오래되고다 스러져 가는 고찰이었다. 어울리지 않게 아주 크고 문짝이 삐꺼덕거리는 법당과 그 옆에조그맣고 다 스러져가는 방이 두 세칸 되어 보이는 요사채와 그 뒷편의시골냄새가 물씬 풍기는 변소 한칸, 그리고 주변의 논과 밭, 그것이 신흥사의 전부였다. 그리고 그곳에서 깡마른 스님 한분을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그 날은 그렇게 헤어졌다.

내가 다시 신흥사를 찾은 것은 내가 본격적으로 포교 일선에 나선 후인86년 1월 이었다. 다시 본 신흥사는 이전의 신흥사가 아니었다. 예전의 요사채와 변소는 헐리고 새 요사채와 조금은 현대적인 변소 그리고 깔끔한돌담 축대로 변해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스님은 깡마른 그분이셨다. 영규스님께서는 2년전의 나를 알아보셨고 나도 영규스님에 관해 새로운관심이 일기 시작했다. 스님께서는 혼자 일을 하셨다. 예전에 많은 스님들께서 그러셨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아직도 그러리라고는 생각할 수없었던 나로서는 스님의 모습이 감탄스러웠다. 스님께서는 어린이 부터청년들에 이르기까지 수련법회를 오는 사람들이면 무조건 받아주신다.

때로는 두 단체, 세 단체가 중복되게 와서 온 절이 시끌벅적해도 그저싱글벙글 하신다. 때로는 고등학생들이 예법에 어긋나게 절에서 모닥불을피우고 밤새도록 노래를 불러도 싱글벙글하신다. `좀 꾸짖으십시요'하면`그러면 다음부터 오지 않게 된다. 그래도 아무 배울 것이 없는 어두운도시의 거리에서 노는 것 보다는 이곳에라도 와서 부처님께 절하고 법문듣고 하면서 노니 얼마나 다행이냐'하신다.

스님께서 논밭을 일구어서넓다란 마당으로 만들어 놓으니 그곳에서 아이들이 공을 차기도 한다.그럴때 스님께서 땡볕에 모자를 쓰고 호미를 들고 풀을 뽑으신다. 아이들이`저희들이 풀을 뽑겠습니다'하면 스님께서는 `공이나 차라'하신다. `아이들에게 시키시죠'하면 `아이들은 공부하고 노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신다.스님께서는 모든일을 직접 하신다.

절에 있는 식구라고는 스님과 공양주한분이 전부다. 간혹 부전스님께서 오시지만 없는 절에 오랫동안 계실려고하지 않으신다. 그래서 스님께는 상좌도 없다. 간혹 신흥사에 자주 수련하러 오는 불자들에게는 일을 시키기도 한다. 그래서 기왓장을 나르기도하고 법당 주위의 풀을 뽑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도 아주 가끔 일 뿐평상시에는 항상 스님 혼자서 그 넓은 마당의 풀을 뽑으신다. 신흥사는1657년에 중창하고 1992년에야 보물 제1120호로 지정받은 대광전과 뛰어난조선시대의 후불벽화가 있는 문화적으로도 가치가 있는 절이다. 임진왜란때는 워낙 골짜기라 피난처의 역할을 하기도 한 절이다.

그렇기에 민족의역사를 안고 있는 도량이 폐허가 되는 모습을 스님께서는 그냥 보고 있을수가 없어서 도량을 지키기로 1983년 봄에 서원하신 것이다. 그리고 지금10년이 지났지만 거쳐간 어린불자들과 청년불자들은 많아도 일반 신도들은 불과 몇십명에 불과하다.

워낙 교통이 불편하고 잘 알려져 있지 않은곳이기에. 그런데도 스님께서는 속가의 재산까지 팔아서 일주문, 지장전,산신각 불사를 마치셨고 사천왕문과 범종각 불사를 올 봄에 매듭짓기 위해 오늘도 작업복을 입고 직접 나서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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