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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대담 윤청광↔김병규

기자명 이창윤

"세상일 통해서 부처님 가르침 전하는 언론돼야"

언론은 여론을 형성하고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그것은 불교언론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법보신문〉이 창간된 1988년 이후 10여 년 동안 교계 언론은 부침을 거듭하며 양적인 성장을 해왔다. 수많은 신문들이 창간됐고 〈불교방송〉과 〈불교텔레비전〉 등 방송매체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양적인 발전과 함께 질적인 발전이 이루어졌는가는 의문이다. 교계언론은 지금 심각한 경영난에 봉착해 있다. 또한 교계언론의 바람직한 모습과 역할은 무엇인지에 대한 정체성 문제까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법보신문〉은 창간 10주년을 맞아 그동안 교계 언론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보고자 `불교언론의 오늘과 내일'이라는 주제로 대담을 마련했다.〈편집자 주〉

■윤청광 = `불교언론의 오늘과 내일'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게 됐습니다. 불교언론은 인쇄·전파매체를 말하는 것입니다. 그동안 교계 신문도 괄목할 성장을 했지만 방송도 큰 발전을 했습니다. 〈불교방송〉이 지난 '90년 개국한 이래 부산·대구·광주·청주에 지국을 설립했고 〈불교텔레비전〉도 케이블TV를 통해 전국적으로 방송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IMF로 불교언론의 경영이 어려운 시기입니다.

■김병규 = 광고에만 수익금을 의존하는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윤 = 예전에는 교계 언론매체라고는 조계종 총무원의 기관지인 〈불교신문〉 하나뿐이었기 때문에 불교계 행사나 활동을 뒷받침할 기사를 지면에반영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지면도 늘고 신문도 많아져, 신행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다양화되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불교단체들이 자생적으로 생겨나고 있는 것도 불교언론의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김 = 그렇습니다. 교계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또 무엇을 할 것인가를 전달해주어 큰 변화가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

■윤 = 예전에는 교계신문에 언제 어디서 무슨 행사가 열린다는 식의 행사 보도 기사가 주로 실렸습니다. 기획기사나 선도기사, 비판기사가 실리기시작한 것은 몇 년되지 않습니다. 그런 면에서는 〈법보신문〉이 제일 앞장섰습니다. 신문의 비판 기능을 가장 앞서 지면에 반영한 신문이 〈법보신문〉입니다. 그래서 독자들은 〈법보신문〉을 교계의 야당지라고 평하기도 합니다.

■김 = 시장원리에 의한 체제가 〈법보신문〉이 발전하는데 가장 큰 요인이 됐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주목할 만한 사건에 대한 후속기사가없는 경우가 많아 결과가 어떻게 됐는지 궁금할 때가 많았습니다.

■윤 = 교계 언론의 또다른 큰 변화로는 일반 독자들이 많이 늘었다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교계 언론의 특성상 사찰이 독자의 전부였습니다.

■김 = 그동안 교계신문은 교계에서 일어나는 기사만을 다루었는데, 이제는 독자가 관심을 기울이는 모든 것을 취재의 대상으로 삼아야 합니다. 얼마전에 미항공우주국(NASA)에서 2백20억년 된 은하계를 발견했다는 기사가 일간신문에 실렸습니다. 교계신문에서 성주괴공(成住壞空)이라는 불교적시각에서 그 기사를 다루었더라면 좋았을 것입니다. 일간신문에서 주로 다루는 이야기라도 그속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달할 수 있는 기사를 발굴해 독자들의 욕구를 총족시켜 주어야 합니다.

■윤 = 그렇습니다. 불교집안 이야기만 다룰 것이 아니라 세상 돌아가는이야기를 불교적인 시각으로 해석하고 전망하는 기사를 다루어야 합니다.

■김 = 교계 후배 기자들에게 일간신문에서 아이디어를 찾으라고 말하고싶습니다. 소수 인원으로 일간신문같은 기사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합니다.다만 일간신문에서 아이디어를 찾아 부처님의 가르침이라는 용광로에 넣어용해시키고 새로운 시각으로 도출해내는 그런 훈련이 필요합니다.

■윤 = 그동안 교계 신문은 사찰이나 단체 중심으로 배포됐습니다. 최근에 와서 일반 독자들이 교계신문을 구독하면서 신문의 편집이나 기획이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습니다. 불교적인 시각과 관점에서 생활기사를 다루어야 할 것입니다.

■김 = 생활기사뿐만 아니라 정치·경제 기사 같은 것도 그런 시각에서다루어야 합니다. 생활기사든 정치기사든 경제기사든 부처님의 가르침이란큰 솥에 넣어 찌꺼기를 걸러내 마음에 와닿는 기사를 발굴해야만 일반독자들에게 호응을 얻을 수 있고 광고도 늘어날 것입니다.

■윤 = 요즘같은 IMF시대에는 돈을 어떻게 벌어 어떻게 써야할지 불교적시각에서 다룸으로써 불교의 지혜와 철학, 인생관, 직업관을 독자에게 전해주는 것도 좋은 예가 될 것입니다.

■김 = 저는 교계신문을 보면서 몇 가지 느끼는 점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교계신문이 사부대중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일부대중 즉, 승단 그중에서도 비구 스님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교단은 전통적으로 사부대중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비구니 동정도 싣고 여성불자들을 대상으로한 뉴스, 신행모임도 다루어야 합니다. 기사거리가 없다면 의무적으로만들어서라도 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어린이 관련 기사를 다루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린이를 문수동자로 만들겠다는 각오 아래 그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일 주일에 반페이지라도 신문에 반영해야 합니다. 어린이들은 불교의 미래를 이어갈 불자들이자 신문의 독자, 방송의 청취자(시청자)들입니다. 해외불교 소식도 다루었으면 합니다. 얼마전 〈뉴욕타임즈〉에 4∼6세기 경에 건설된 히말라야산의 한 고찰이 전소됐다는 기사가큰 사진과 함께 실렸습니다. 일간신문에서 외신면을 대우하듯이 해외불교계소식을 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윤 = 해외불교 소식을 다루는데는 재정적인 어려움이 있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나라 스님들이 해외에 많이 나가 있으니 그분들을 통신원으로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입니다.

■김 = 그렇습니다. 말씀해주신 대로 미국이나 캐나다 지역만 하더라도90여 곳의 한국 사찰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활동하고 계신 분들에게 통신원이나 특파원, 명예기자 등의 직책을 주고 그곳의 움직임을 전해오도록 한다면 어려운 재정으로도 얼마든지 해외불교 소식을 지면에 반영하는 것은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마찬가지로 지방기사의 경우도 큰 절 신도들을 명예기자나 객원 기자로 위촉한다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입니다.

■윤 = 사찰이나 단체만을 대상으로 하는 신문은 이제는 살아남기 힘듭니다. 재가불자나 불자가정 독자가 늘어나야 신문의 활로가 열릴 것이고 경영도 좋아질 것입니다. 교계신문도 이제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신문을 절에 보내주는 방식에서 벗어나 한 독자가 생기면 그 독자가 권해서다른 독자를 늘리도록 하는 마케팅을 펼쳐야 합니다. 그래야만 광고주들도인식을 달리하게 될 것입니다.

■김 = 그런 의미에서 불교라는 틀 안에서 의식의 발상전환이 이루어져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독자들을 위해서라면 목사나 신부, 수녀들의 움직임도과감하게 보도하는 발상전환이 있어야 합니다.

■윤 = 교계신문 뿐만아니라 방송에 등장하는 분들도 스님에 치우쳐져 있습니다. 재가불자들의 활동과 신행, 생각 이런 것들도 많이 다루어야 합니다. 스님을 인터뷰해서 한 페이지씩 할애하면 된다는 안이한 생각은 버려야합니다. 보다 폭넓게 취재 대상을 확대해야 합니다.

■김 = 물론 선지식의 수행담을 크게 다루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렇지만일반 회사의 신행단체를 소개하고 활동방향을 제시해 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러다 보면 귀감이 될 만한 불자들이나 단체들의 이야기도 많이 발굴하게 될 것이고, 일간신문이나 방송들도 깊은 흥미를 가지고 보게 될 것입니다. 불교언론이 무엇을 해야 할 지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윤 = 교계신문사는 신문을 교계에만 배포해야 한다는 고정된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군부대같은 데는 읽을 거리가 모자랍니다. 그런 군부대를 방치하지 말고 군법당에 신문을 넉넉하게 보낼 수 있는 아이디어를 개발해야합니다. 앞서가는 독자개발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김 = 신문사 간의 경쟁이 치열합니다. 그런 경쟁체제 때문에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교계언론이 상당히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교계기자들도 긍지와 자신감을 가져야 합니다. 누구를 대상으로 해서 무엇을 쓸지,또 어떻게 표현할 지 기자 스스로나 회사차원에서 연구하고 훈련해야 합니다.

■윤 = 교계방송매체는 지금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김 = IMF사태 아래서 획기적인 돌파구는 없을 것입니다. 다만 사람들의 생활 방식이 바뀌고 있는 만큼 프로그램도 바뀌어야 할 것입니다. 새 것을 사기보다는 안쓰거나 아껴쓰고 있고, 새롭게 출현하는 것보다는 옛날 것을 그리워 하는 것이 요즘 새태입니다. 이렇게 의식의 변화가 이루어지고있을 때 방송 프로그램의 제작 방향을 거기에 맞추어 가야 합니다.

■윤 = IMF 체제가 몇 년 갈지는 모르겠지만 인원과 제작비를 줄인다면방송의 질도 떨어지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결국은 청취자나 시청자를 다놓치게 될 것입니다. 모든 사찰에서 대형 불사를 중단하는 일이 있더라도방송을 살리는데 전심전력해야 합니다.

■김 = 방송은 법음이 생명입니다. 불자들은 물론 교단에서 그런 생각을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경영을 투명하게 해 불자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기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윤 = 불교는 교세에 비해 일간 신문이 없습니다. 그래서 어떤 분들은신문과 방송을 불교매스컴센터로 합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하기도 합니다.

■김 = 방송과 신문은 기사쓰는 것부터 다릅니다. 〈불교텔레비전〉과 〈불교방송〉은 통합할 수 있겠지만 방송과 신문의 통합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면 제작의 혁신을 통해 대중을 상대로 하는 신문으로 자리매김한 후에 일간지로 전환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윤 = 교계 방송이 아니고서는 다룰 수 없는 소재가 불교계에는 많습니다. 다른 종교 방송이 가지지 못한 그림, 소리, 문화재, 역사 등 각종 소재를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소재를 특성화하고 극대화하지 못해 아쉽습니다. 교계 언론이 사찰에서 사라져야 할 모습들을 지적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아쉬운 점입니다.

■김 = 불교언론이 사찰을 주대상으로 해 신문을 제작하기 때문입니다.신문사 경영을 사찰에 크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몇십만 부씩 발행하는 언론이라면 잘잘못을 지적하는 일이 가능하겠지만 불교계언론은 그렇지 못합니다. 일반독자 위주로 신문을 제작해야 합니다. 또한 모든 종사자들이 고민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윤 = 교계신문의 희망은 재가불자들입니다. 재가불자를 독자로 하는 신문만이 살아남습니다. 재가불자가 기다리는 신문을 만들어야 독립할 수 있고,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정리 = 이창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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