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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향기-차문화 연구가 김대성씨

기자명 박연진
  • 사설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차(茶), 우리 문화의 청정한 원류를 찾아서

잠깐의 휴식도 불안하기만 한 요즘. 김대성씨는 모처럼의 휴지기를 기꺼운 마음으로 맞이하고 있다. 1968년 2월 3일부터 '98년 2월 3일까지, 우연치고는 별나다 싶게 기자생활 30년 기념일에 맞춰 펜을 놓았다. 심난하기도하고 기울어가는 세월이 공연히 스산키도 하련만 그는 부리부리한 눈매를둥글거리면서 말한다.

“무슨소리예요 ? 전 여전히 기자입니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는겁니다!” 직장의 일은 놓았으되 그의 평생 업은 여전히 기자라는 얘기다.차일피일 미루어두었던 세상사도 이제야 기자답게 돌아보리라는 설레임마저그는 챙겨든다. 세상에 대한 관심 - 그것이 그가 한평생 배우고 지켜온 기자로서의 근성이기 때문이다. 직장은 놓았으되 직업은 여전하다는 기자로서의 근성과 긍지 - 그것이 그에겐 삶에 활기를 더해주는 요술 항아리이다.비워도 비워도 비워지지 않는 요술 쌀항아리같은 그릇 말이다.

그의 관심 세계는 다양하다. 그 첫째가 차(茶)요, 둘째가 문자요, 셋째가꽃과 나무와 돌 그리고 세상의 웃음이다. 굳이 매겨진 순서들이 오히려 갑갑해보일만큼 이 모든 세계가 그에겐 나름의 폭으로 어울려있다. 그리고 실제 저마다 그의 눈길과 손길로 빚어져 세상에 공개되기도 했다. 〈차문화유적 답사기〉를 비롯해 〈꽃이 있는 삶〉 〈문화유산에 담긴 한국의 미소〉 그외 돌과 나무를 다룬 여러권의 책들이 그것이다. 남들은 한권 내기도 어렵다는 책을 그것도 하나의 주제가 아닌 다양한 세계에 그는 부지런히 마음을 나눠왔다. 그리고 이제 그 깊이와 사랑을 더하리라고 다짐한다.

얼마전 그 첫 작업으로 〈차문화 유적지〉 상·중·하 가운데 하권을 탈고했다. 상권과 중권만 내놓고 무심하다싶게 공백을 두었던게 사실이다. 그로인해 마음도 늘 무거웠던 차에 시간이 나기가 무섭게 마무리를 했다. “우선은 성의를 다했다는 면에서 마음이 편안합니다. 차하면 의례 등장하는 얘기들이 반복되기 쉬운데, 이번에는 이를 벗어나 새로운 세계를 선보였습니다. 또 앞으로 더 관심을 두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도 명확하게 인식하는 계기도 됐습니다.”

차하면 다산 정약용과 초의선사를 먼저 이야기하고 또 그게 전부인 듯 이야기되는 점을 그는 지적한다. 그로인해 우리 차의 역사와 문화의 폭이 좁혀지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것이다. 그래 그는 차의 원류를 찾아 가락국시대로까지 , 그리고 초의선사를 지나 저 오래 전 옛선사들의 차담을 들고 차의향기를 전한다.

“우리에겐 차문화가 있습니다. 중국이나 다른 서방에서의 차는 선택의여지가 없는 필수적인 대상이죠. 하지만 우리는 달라요. 차문화라는 말이 가능합니다. 차로써 차례를 지냈고, 부처님께 공양을 올렸고, 또 이름을 짓고처음 부를 때도 차를 올려 하늘에 예를 다했습니다. 그만큼 차는 우리 문화의 가장 청정한 원류가 되주고 있는거죠. 전 요즘 그런 문화가 사라져가는게 안타깝습니다. 한잔의 차를 올리고 서로의 이름을 부르던 멋. 그리고 조상을 기리는 마음. 부처님께 귀의하는 예, 이 모든 마음을 맑은 차로 이루어냈던 옛사람들의 문화를 다시 한번 되살려보고 싶은 겁니다”

그는 매년 4월 20일날 조촐하게 제사를 올린다. 햇차가 나오는 곡우날에맞춰 날을 잡았다. 그의 가장 소중한 도반인 아내와 함께 제상도 그럴 듯하게 차려놓고, 축문도 정성껏 붓글씨로 써서 읽는다. 그리고 아내와 함께 차신(茶神)에게 차로써 예를 올리며 차를 만난 지중한 인연에 감사를 드리는것이다. “남들은 웃을지 모르지만요 하지만 저희에게는 가장 소중한 의식입니다. 세상을 새롭게 볼 수 있도록 도와준 차거든요. 그리고 그렇게 한번겸허하게 차례를 지내고나면 마음이 한결 맑아지곤 합니다.”

그저 가만히 앉아서 차를 마시기만 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차가 좋아서여행을 다니기 시작했고, 그 길에서 꽃을 만났고 나무를 만나고 곳곳에 숨어있는 우리들의 웃음을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소중한 인연을 그렇게근사하게 화답하는 모습이 진정 차인( 茶人)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그는 기자 생활 30년동안 단 한번도 문화부기자로 있어본 적이 없다. 첫단추가 사회부로 시작됐던 탓인지 내내 사회부에서만 활동을 했다. 사회의밝은 면보다는 어두운 면을 들춰내고, 향기나는 세상보다는 그 향기를 거스르는 거칠고 험난한 그림자만 밟고 다녀야만 했다. 범죄현장은 안가본 곳없이 다 다녔고 경찰서는 오히려 편안한 곳 축에 속했을 정도다. 그런 그가한복을 즐겨입고 차를 즐겨마시고, 꽃이랑 돌가지 그리고 문화유산에 깃든 웃음을 살갑게 소개해왔다.

"사람들은 제가 문화부 기자일거라고 당연스럽게 생각하더군요. 그리고어떤 분은 제 글만 보고 여자인줄 알기도 해요. 여자이니까 이렇게 세세하게 썼으려니하는 거죠. 하지만 외로워 본 사람이 만남의 기쁨을 알고, 슬픔을 아는 사람이 기쁨을 안다고 하잖습니까. 저도 그렇습니다. 사회부 기자가아니었다면 지금처럼 문화의 향기를 짙게 느끼지는 못했을 겁니다. ”그는틈만 나면 산사로 달려가 차를 마셨고, 산천초목이 전하는 자연의 숨결을배웠다. 세상이 거칠어지면 거칠어질 수록, 일이 힘들면 힘들수록 그는 더욱부지런히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찾았다. 그러한 집요한 관심이 사회부 기자였던 그의 속뜰에 문화의 향기를 그득히 피워냈던 것이다. 덕분에 그는사회부 기자이면서도 문화란을 기획하는 기회를 여러차례 갖게 되었고, 지면을 통해 도시의 그늘에 가리워져 있던 차와 꽃 그리고 문화의 멋을 한껏전하곤 했다.

그는 자주 웃는다. 그것도 어찌나 호탕하게 웃는지 영문을 모르는 사람도마주 앉아 있노라면 절로 따라 웃게된다. 웃음은 그의 삶의 형태이다. 웃지않으면 웃을 수 없게 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해 지금 웃어야 내일도 웃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그는 사뭇 어렵고 딱딱한자리에서도 늘 먼저 웃음꽃을 피워내고,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도 화통한 인삿말로 눈웃음을 먼저 교환한다.

“제가 유독 잘 웃는게 아닙니다. 우리 핏줄이 그래요. 잘 웃는 민족이거든요. 제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 한(恨)의 민족이라는 말입니다. 그렇지 않아요. 우리나라 민화를 보세요. 그리고 마을 입구에 놓인 장승을 보세요. 도깨비도 웃고, 호랑이도 웃고, 달도 별도 산천초목 모두가 웃고 있습니다. 대단한 웃음의 민족입니다. 아무리 힘들고 슬퍼도 웃음을 버린 적이 없거든요.그런데 우리가 한(恨)의 민족이라구요? 아닙니다. 웃음의 민족입니다. 두두물물(頭頭物物) 모든 곳에서 웃음을 볼 줄 아는 눈과 지혜가 있었던 우리예요”

그는 그런 눈으로 세상을 다시 한번 둘러보라고 한다. 현실의 장벽이 아무리 두터워도 한번 웃어보라고 권한다. 웃는 사람에게 웃음은 찾아오는 법,한(恨)으로서 견디는 것이 아니라 웃음으로서 절로 살아가보자는 것이다. 요즘 그는 새교과서를 받은 학생처럼 잔뜩 들떠있다. 새로운 관심사가 하나가 더 생겼기 때문이다. 천문학이 그것이다. 우리네 삶을 내내 지켜온 하늘의 이치. 별자리의 이치가 우리의 문화속에 어떻게 깃들어있는지를 연구하는 중이다. 무관심의 21세기를 앞둔 이즘. 그는 파란 하늘처럼 정직했던옛사람들의 성품을 찾는 또다른 여행길에 나선 것이다. 잃어버린 마음을 찾아서.

취재수첩

인생은 호기심을 푸는 여정
그는 풀어야 할 궁금증이 퍽 많다. 의심에 의심을 물고 청년의 고개처럼한창 기우뚱해진채로 책을 뒤진다. 그리고 누구보다 열심히 씩씩하게 궁금증을 하나씩 풀어간다. 그리고 어느새 또 맺히는 의심에 몸이 단다. 그에게인생은 궁금증을 푸는 한 여정인 듯하다.

요즘 그의 화두는 `차(茶)'라는 말의 시조를 찾는 것이다.
언제부터 차(茶)라고 불렀을까 ? 그리고 어떤 이유로 차(茶)라고 부르게 됐을까?
그는 아무것도 모를 필자에게도 혹시 그 이유를 아느냐고 궁금증에 꽉 찬눈으로 물었다. 그는 모든 역사서를 다 뒤져가면서 차의 가장 최초 문자를찾아내기도 했지만, 그는 차라는 말의 어원을 몰라 애를 태우고 있다. 언어학자도 아니고 문화인류학자도 아닌 그의 열정.

새삼 그가 기울여온 그간의 모든 글과 관심들이 이런 애달음끝에 맺어진것인가 싶었다.
그리고 이정도의 사랑으로 바라본다면 이 세상 그 무엇이 존재의 의미를 갖지 못하겠는가.


글 박연진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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